시정명령등취소청구의소
【전문】
【원 고】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시규 외 3인)
【피 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한정현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주용)
【변론종결】
2015. 10. 16.
【주 문】
1. 피고가 2013. 12. 3. 제2소회의 의결 제2013-195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4, 을30,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 등의 지위
(1) 원고는 선박의 건조,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중소기업기본법 2조 1항에 따른 중소기업자(이하 ‘중소기업자’라고만 한다.)’가 아닌 사업자이다. 원고는 2008. 1. 1.부터 2009. 12. 31.까지 중소기업자인 선조산업 등 별지2 표의 수급사업자란 기재 89개 업체(이하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라 한다.)에 선박부품 등의 임가공을 위탁하였다(이하 이에 의한 거래를 ‘이 사건 하도급거래’라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서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0. 1. 25. 법률 제9971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개정 전후에 걸쳐 특별한 적용의 차이가 없는 경우 ‘하도급법’이라고만 한다.) 2조 2항 1호에 정해진 원사업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은 원고로부터 선박블록 조립, 가공, 도장, 의장 등의 임가공노무의 제공을 위탁받은 중소기업자들로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서 하도급법 2조 3항에 정해진 수급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원고와 수급사업자들 사이의 하도급거래의 형태
(1) 시수계약과 물량계약
원고의 선박건조를 위한 하도급거래는 크게 원고의 조달팀 산하조직에서 이루어지는 ‘구매조달 하도급거래’와 협력사운영팀의 주관하에 이루어지는 ‘임가공 하도급거래’로 구분된다. 그중 임가공 하도급거래는 사업자가 업으로서 제공하는 노무를 다른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으로서, 원고가 선박건조에 필요한 제반 생산시설물과 자재 전부를 수급사업자에 제공하고 수급사업자는 오로지 노동력만을 투입하는 형태의 거래이다. 이러한 임가공 하도급거래를 위한 계약은 하도급대금의 산정방식에 따라 시수계약과 물량계약으로 구분된다.
시수(時數, Man Hour, M/H)란 일정한 작업의 완성에 소요되는 시간의 수를 의미하고, 시수계약은 호선(선박건조를 위해 각 선박에 부여된 일련의 인식번호체계를 말한다.)별, 공종(선박건조를 위한 가공, 조립, 탑재, 도장, 발판 등의 공사종목을 말한다.)별 혹은 작업단위별로 사전에 산정한 시수와 시간당 임률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확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시수계약은 먼저 원고의 생산팀이 호선·공종별 작업환경 및 시수물량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고의 협력사운영팀에 시공을 의뢰하면, 위 협력사운영팀이 시공의뢰서를 검토한 후 이 사건 수급사업자 등 협력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량계약이란 호선·공종별 전체 물량(Total Base) 또는 특정 구역별 물량을 사전에 일괄적으로 견적·협의하여 하도급대금을 확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물량계약은 생산팀이 협력사운영팀에 시공을 의뢰하면, 협력사운영팀이 협력사들에게 견적을 의뢰하여 이를 접수, 검토한 후 협력사들과 협의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모두 시수계약으로 이루어졌는바, 아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된 시수계약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시수계약에 따른 이 사건 하도급거래의 절차
원고는 수급사업자들과 먼저 매년 1월 1일부터 1년간을 계약기간으로 하여 해당 하도급거래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내용의 ‘공사하도급 기본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본거래계약에 따라 세부공종별 시간당 임률, 즉 임률단가를 정하는 ‘단가계약’을 체결한 다음, 다시 매월 시공의뢰번호, 공사번호, 주야구분, 작업내용, 시공유형, 단위, 물량, 금액, 공사기간 등을 정하는 내용의 ‘외주작업계약’을 체결한다.
원고는 외주작업계약 체결 후 매주 단계별로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수급사업자에게 주간 작업지시서(Work Order, W/O)를 보내고,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위 단가계약에 따라 당월 기성분에 대하여 수급사업자와의 사이에 월별 정산합의를 거쳐 하도급대금을 지급한다.
(3) 시수계약의 하도급대금 산정방식
시수계약에 의한 하도급거래의 대금은 수급사업자가 수행한 작업내용에 대한 기성시수에 단가계약에서 합의된 임률단가를 곱하는 방식(하도급대금 = 기성시수 × 임률단가)으로 산정된다.
그 요소로서 임률단가는, 원고가 매년 3~4월 무렵 직영노동조합과 단체협약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인상률을 기준으로 세부공종별 임률단가 기준안을 작성한 다음 이 기준안 이내에서 각 수급사업자에게 개별적으로 세부공종별 임률단가 변경안을 제시하고, 이를 기초로 원고와 수급사업자가 세부공종별 임률단가를 합의·결정하여 단가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결정된다.
한편 기성시수는, ① 먼저 설계도면의 정보를 토대로 추출한 요소작업단위별 ‘물량’, 요소작업단위별 작업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단위시간으로서 일종의 표준품셈에 해당하는 ‘원(原)단위’, 설비 및 작업환경의 차이를 보정하는 요인인 ‘작업장 요인(작업장 Factor)’을 고려하여 ‘보통의 숙련도를 가진 작업자(직영 평균근속근로자)가 작업내용(물량 등)을 정해진 공법, 조건, 설비 등을 이용하여 정상적인 속도로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표준시수’를 산정하고, ② 그 표준시수에 원고가 정한 생산성향상률 및 프로젝트 요인(Project Factor, 선주의 과도한 검사 등 요청으로 인한 작업시수 증가 요인을 의미하는 ‘선주 요인’과 건조 경험이 없는 새로운 선박에 대한 도면 개정 등으로 인한 작업시수 증가 요인을 의미하는 ‘신규 요인’을 말한다.)을 적용하여 ‘목표시수’를 산정한 후, ③ 다시 ‘목표시수’에 3개월 전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생산성향상률을 보정하여 산정한다. 원고의 하도급대금 산정방법을 계산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하도급대금 = 기성시수 × 임률단가 ▷ 기성시수 = 목표시수 × 생산성향상률 보정(3개월 전 생산성향상률 적용) ?▷ 목표시수 = 표준시수 × 생산성향상률 × 프로젝트 요인 ?▷ 표준시수 = 물량 × 원(原단)위 × 작업장 요인 ?▷ 임률단가 = 원고와 수급자가 협의하여 결정 (별도의 단가계약 체결)
다.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서 생산성향상률의 적용
이 사건 처분에서 문제삼은 하도급거래는 원고가 2008. 1.부터 2009. 12.까지의 기간 동안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에 대하여 선박건조와 관련된 조립 등 임가공을 위탁한 부분으로, 원고는 이 기간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생산성향상률을 2008년 평균 6.0%, 2009년 평균 7.0%로 결정한 다음, 이를 다시 세부공정별·월별로 배분하여 산정한 생산성지수를 하도급계약 및 대금정산에 적용하였다.
생산성향상률은 생산인력 1인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의 증가율, 즉 생산인력 1인이 1시수 당 얼마나 작업을 더 수행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생산성지수는 일정한 작업에 대한 표준시수를 100으로 볼 때 해당 작업에 대하여 월별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할 경우 표준시수가 감소한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이다. 원고가 2008년 및 2009년에 적용한 세부공정별 생산성향상률과 월별 평균 생산성지수는 다음과 같다.
공종별 생산성향상률(단위: %) 공 종2008년2009년 평균 (최소∼최대)6.0 (5.4∼6.5)7.0 (6.2∼8.0) 가공5.46.2 조립5.66.5 선행도장6.27.0 후행도장6.57.3 선행의장6.17.1 관철6.47.4 전기6.47.4 탑재5.96.9 발판5.96.8 보은6.17.1 LNGC생산6.18.0 기계6.17.9 시운전5.87.4 생산기타5.46.2
월별 평균 생산성지수 2008년평균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96.696.195.795.294.394.394.394.394.392.692.291.794.3 2009년평균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90.590.089.689.188.188.188.188.188.186.285.885.488.1
라.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3. 12. 3. 의결 제2013-195호로, 원고가 내부적으로 정한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여 산정한 기성시수를 기초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정해진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의 하도급대금결정행위가 하도급법 4조 1항에 위반하였다고 보아 원고에 대하여 ①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과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목적물 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② 원고의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하도급대금 인하액(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결정되었을 하도급대금과 원고가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여 결정한 하도급대금 사이의 차액) 합계 43,647,071,638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하고, ③ 원고가 피고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거래하는 모든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 및 지급명령과 함께 ④ 합계 26,747,000,000원에 달하는 과징금의 납부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서 ‘시수’는 업무량 산정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정하는 ‘단가’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또한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 적용된 시수는 원고와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었다. 나아가 원고가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은 동종 및 유사업계의 통상적인 지급대가를 기준으로 볼 때 ‘낮은’ 단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는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2) 설령 원고가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 중 지급명령 부분은 하도급대금 인하액 산정과 관련하여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잘못 산정하였고, 또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지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채권에 대한 지급을 명한 점에서도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4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논의의 전제
무릇 법령의 해석은 조문의 문언이 갖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복수의 의미 중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로서, 문언의 언어적 의미가 그 한계를 정한 가운데 그 의미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입법자가 부여한 의미를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령의 해석에는 그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면서 그 입법의 취지와 목적, 제정 및 개정의 경위,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사적 경제활동 내지 경제현상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그러한 사적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사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하도급법에서 특별한 정의 등이 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그 의미내용도 먼저 사법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한다. 사적자치의 원칙이 존재하는 이상 해당 사업자는 어떠한 법적수단, 법적형식을 사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할 것인데, 다만 이들이 하도급법이 예견하지 아니한 법적수단, 형식을 선택함으로써 통상의 거래계에서 사용되는 법적수단, 형식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하도급법상의 규제를 면하거나 배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법적수단이나 형식의 선택행위는 규제회피행위로서 유효성이 문제로 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제위반이 범죄로 되는 때에는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사적 주체들이 선택한 그와 같은 법적수단, 형식이 사법상으로는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하도급법상으로는 이를 유효하게 취급하지 아니하고 동일한 경제목적의 달성을 위해 거래계에서 통상 사용되는 법적수단, 형식에 대응하는 하도급법상의 규제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허용하는 법률상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13807 판결,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338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해당 조문의 의의, 구조
하도급법 4조는 이를 위반한 경우 하도급법 25조, 25조의3에 따른 시정조치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대상이 되어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일 뿐 아니라, 그 위반 시 하도급법 29조, 30조의2에 의하여 원사업자 및 법인 대표자 등의 개인에 대하여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 그 자체로 행정형벌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한편, 하도급법 4조는 1항에서 원사업자가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정하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행위를 금지하면서, 2항의 각 호에서 7가지의 구체적인 행위를 규정하여 그에 해당하는 원사업자의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간주하고 있다. 위 2항 각 호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인 것이 명백한 행위들을 열거하여 그 행위에 대한 입증만으로써 1항에서 정하는 추상적 개념인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하도급대금’의 입증에 갈음할 수 있게 한 것이므로, 2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석하여 그 자체로 부당함 내지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하도급대금이 결정된 것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행위까지도 포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다) 구체적 검토
하도급법 4조 2항 5호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내부적으로 생산성향상률을 정하여 이 사건 하도급대금의 결정 요소인 ‘기성시수’에 반영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1) ‘단가’란 사전상으로 ‘물건 한 단위의 가격’을 말하고, 일반적인 물품거래의 경우뿐만 아니라 제조위탁이나 수리위탁의 경우에도 그 대금은 위탁대상인 물건의 개수(‘수량’)에 물건 한 단위의 가격 곧 ‘단가’를 곱하여 결정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22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25조, 방위사업법 46조 등에서 ‘단가계약’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고, 이는 수량을 미리 정할 수 없는 경우에 단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일단 단가를 정하여 두었다가 수량이 확정됨으로써 총액도 확정되는 의미를 갖는다.
2) 이 사건 하도급거래는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제조에 필요한 제반 생산시설 및 자재를 제공하고 수급사업자는 단지 노동력만을 투입하는 임가공노무제공위탁계약에 해당하고, 그에 관하여 대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정산이 필요한 시수계약의 형태로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시수계약에서 ‘시수’란 ‘수급사업자가 일정한 작업의 완성을 위하여 노동력을 얼마나 오랜 시간 투입하여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므로, 이는 원고가 업으로서 노무제공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함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노동력의 양을 시간의 단위로 나타낸 것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시수계약에서 ‘시수’는 제조위탁이나 수리위탁의 수량에 해당하고, 이를 단위로 한 가격인 ‘임률단가’가 그 단위가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노무제공을 위탁의 목적으로 하는 시수계약에서는 동일한 대상의 작업이라도 생산성에 의하여 투입되는 노동의 양 내지 그에 소요되는 시수가 달라지므로, 대상 작업의 양 자체가 물량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3) 이 사건 처분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고 하는 생산성향상률이란 원고의 설계개선, 공법개선, 작업장비·공구 등의 개선, 공정관리 방법의 개선 및 노동인력의 숙련도 등으로 인하여 생산인력 1인이 시수 당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증가된 비율을 말하는데, 생산성향상률은 결국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 필요한 노동력의 양, 즉 물량을 결정하는 요소에 해당할 뿐 단가를 결정하는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다만, ‘시수’는 수량에 해당하여 전체 하도급대금(수량 × 단가)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임은 분명하나, 하도급법 4조 2항의 각 호에 의하면 가격과 관련한 용어로서 ‘단가’, ‘금액’, ‘대금’이라는 각기 다른 용어를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는 이상 시수가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요소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 이를 단가의 용어에 포섭하여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설령 피고의 주장대로 조선업종에서 시수(공수, 표준품셈)가 단가의 요소를 이루는 것으로 인식되므로 이를 법률문언상 단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시수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성향상률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 사건 하도급법 4조 2항 5호가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면 이를 곧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통상의 단가거래의 경우 평가적 요소는 오로지 ‘단가’에만 있는 것이므로 원사업자가 ‘단가’를 결정하면 전적으로 원사업자 일방에 의하여 거래대금이 결정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하도급거래에 관하여는 통상의 단가거래의 경우와 달리 표준시수, 생산성향상률(및 이를 반영한 기성시수), 임률단가 등 여러 가지의 평가적 요소가 상호 관련되어 하도급대금이 결정되고, 그중 문제된 생산성향상률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원고와 수급사업자들 사이의 상호이해 내지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이상(특히, 원고는 임률단가에 관하여 수급사업자들과 개별적으로 합의한 후 세부공정별로 그 단가를 결정하였다.)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4조 1항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에 해당한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 갑21, 갑29, 갑39의1, 2, 갑40~55, 을20, 증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거래의 대금 결정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내부적으로 정한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된 하도급대금이 ‘목적물 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2004년 무렵부터 2009년 무렵까지 설비투자에 약 1조 7,928억 원을 지출하는 등 선박건조 작업의 생산성향상을 위한 투자 및 개발에 노력하여 왔다고 주장하는데, 원고의 투자를 통해 설계개선, 공법개선, 작업장비와 공구의 개선, 공정관리 방법의 개선 등이 이루어져 온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하도급거래가 이루어진 2008년 및 2009년에 원고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사업자 주광산업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2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고와 수급사업자들의 노력으로 실질적인 생산성향상의 효과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는데, 설비투자나 노동숙련도가 더하여짐으로써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나 그에 따라 동일한 작업의 대상이라도 소요되는 시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2) 원고는 내부적으로 정한 생산성향상률을 적용하여 기성시수를 낮추는 반면, 이 사건 수급사업자들을 포함한 원고의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임률단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여 왔다. 원고의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임률단가는 2007년에 12.5%, 2008년에 1월 및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1% 및 7.0% 인상되었고, 2010년에는 4월 및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1% 및 3.4% 인상되었다. 2009년에는 임률단가가 인상되지 아니하였으나 이는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야기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것으로 2009년에는 국내 모든 조선업체들이 임률단가를 인상하지 아니하였다.
3) 원고는 매년 말 사업계획설명회를 통하여 수급사업자들의 대표들에게 다음 사업연도의 기본계약에 반영할 생산성향상률을 미리 공표하였다. 수급사업자들은 기본계약 이후에 체결되는 단가계약의 협의과정에서 원고가 제시한 당해 연도의 생산성향상률을 반영한 주장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증인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89개 수급사업자 대표들 중 59명은 원고의 직원으로 평균 20년 상당 근무한 사람들이고 나머지의 경우도 경쟁업체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2008년에 정해진 평균 생산성향상률 6.0%의 반영 경험에 비추어 2009년의 7.0%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예측하여 임률단가의 협의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4) 원고가 일단 내부적으로 정해진 생산성향상률에 대하여 ‘경영목표’의 측면에서 변경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수급사업자들의 요청을 검토하여 당초 목표한 생산성향상률의 달성이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사후적으로 표준시수(내지 그 전제로서 ‘원단위시수’)를 보정해 줌으로써 결국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기성시수의 산정에 수급사업자들의 의사를 반영한 사실이 인정된다(을20 및 증인 소외 1).
5) 원고가 사내협력업체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 중 보조금과 복리 후생에 관한 지원금 등을 제외한 대금을 다시 생산인력 1인에게 지급된 월별로 금액으로 계산한 1인당 기성금액은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문제삼지 않은 2007년의 3,054,000원에서 2008년 3,740,000원, 2009년 3,764,000원, 2010년 4,063,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왔다. 또한 원고의 2008년 및 2009년 1인당 기성금액은 원고와 유사한 규모의 선박건조업자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나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의 1인당 기성금액에 비하여도 그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에 해당한다.
1인당 기성금액 비교표 구분호선공사 월별 인당기성금 (단위: 원) 2007년2008년2009년2010년 원고3,054,0003,740,0003,764,0004,063,000 삼성중공업 ㈜3,061,0003,836,0003,680,0003,745,000 현대중공업 ㈜3,081,0003,227,0003,246,0003,046,000
(3) 소결
결국, 원고의 이 사건 하도급거래의 대금결정행위는 하도급법 4조 2항 5호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하도급법 4조 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가 2013. 12. 3. 제2소회의 의결 제2013-195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여 모두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