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금
【판시사항】
[1] 근로자의 동의하에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가능한지 여부(한정적극)
[2]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에 대한 근로자의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 사용자의 상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에서 정한 이른바 '임금전액불원칙'의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임금 전액의 확실한 수령을 도모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으로 결국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반대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위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만약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사용자의 상계처리에 동의한 경우,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그 동의에 터잡은 사용자의 상계처리는 위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직접 금전을 대출받거나 제3자의 사용자에 대한 대출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하면서 자신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것을 동의한 경우, 근로자가 상계 동의한 대상이 퇴직금채권에만 한정되어 있어 이에 따른 상계조치에 의하여 곧바로 그의 생계에 위험이 초래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상계 동의 당시 근로자가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의 지위에 있었던 점, 자동채권의 발생원인이 근로자가 가계자금으로 직접 대출받거나, 그가 연대보증한 채무의 주채무자들 대부분이 그의 처를 비롯한 근친들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계 동의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 이에 터잡은 사용자의 상계처리를 적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1]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2]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전문】
【원고, 항소인】
임실낙농축산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성렬 외 4인)
【피고, 피항소인】
임실동부신용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의섭)
【원심판결】
전주지법 1999. 12. 29. 선고 99가합3036 판결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돈 73,340,668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기초 사실
아래의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 5, 6호증, 갑 제7호증의 3, 을 제1호증의 1 내지 12, 을 제2호증의 1 내지 11,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소외 2는 1974. 2. 1.경 피고 조합에 입사하여 계속 근무하여 오다가, 1999. 3. 1. 사망하여 퇴직하였다.
나. 소외 2는 피고의 전무로 근무하던 1994. 12. 28.부터 별지 표 기재와 같이 피고로부터 자신이 주채무자로서 직접 대출받거나, 또는 처인 소외 3 등이 피고로부터 대출받는 돈의 원리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하면서, "……가계자금으로 정히 차용함에 있어 여신규정 및 본 규정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으며, 특히 본인이 퇴직할 때에는 본인이 수령하게 될 퇴직금 전부 또는 일부를 우선 상계하여 대출금을 이의 없이 전액 상환할 것을 각서"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 6장(을 제1호증의 2, 4, 6, 8, 10, 12;한편 원고는, 위 각서가 위조 또는 변조되었거나, 피고의 강요 등 부당행위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작성되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후에 피고와 소외 2가 통모하여 허위로 작성하였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각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을 피고에게 제출하였는데, 당시 피고가 소외 2 등에게 대출하면서 작성한 각 차용금증서(을 제1호증의 1, 3, 5, 7, 9, 11)에 의하면, 채무자나 연대보증인의 재산에 대하여 제3자로부터 가압류신청 등이 있으면 기한의 이익을 당연히 상실하여 즉시 채무액을 변제하도록 되어 있다(제4조).
다. 원고는 1996. 8. 28.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소외 2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원금 107,976,01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소외 2의 피고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채권에서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중 각 1/2 부분에 대한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96카합1127호 사건), 위 가압류결정 정본은 같은 달 31. 피고에게 송달되었으며, 그 후 원고는 소외 2에 대한 채무명의(같은 법원 96가합8986호 물품대금 청구사건의 집행력 있는 판결 정본)에 터잡아 1997. 9. 9. 같은 법원으로부터 청구금액 132,040,494원 중 위 가압류신청 당시의 청구금액에 관하여는 본압류로 전이하고, 나머지 돈 24,064,482원(=132,040,494-107,976,012)의 채권에 터잡아 소외 2의 피고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채권 중 각 1/2 부분을 새로이 압류하며, 원고가 위 각 압류된 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97타기3858, 3859호 사건), 위 결정 정본도 같은 달 12. 피고에게 송달되었다(그리하여 피고는 위 추심명령에 따라 1997. 10.경부터 소외 2가 사망하기 전인 1999. 2.경까지 소외 2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중 합계 돈 29,053,310원을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라. 한편, 소외 2가 퇴직할 당시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퇴직금은 돈 149,743,256원(세금 3,061,920원 포함)이었던 반면, 당시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 각 차용금채무과 연대보증채무의 원리금은 합계 돈 152,507,909원이었는데, 피고는 위 각 각서에 터잡아 망 소외 2에 대한 위 대출금(또는 연대보증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위 퇴직금채무를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하였다(상계처리내역:1999. 3. 7.에 돈 93,164,285원, 같은 해 4. 29.에 돈 59,343,624원).
2. 쌍방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쌍방의 주장
(1) 원고의 이 사건 청구원인
원고는, 망 소외 2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위 퇴직금은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피고는 망 소외 2의 적법한 상속인에게 이를 직접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① 위 각 대출금채권으로써 위 퇴직금채권과 상계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즉, 피고의 상계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28조, 제42조의 규정에 위반되거나, 또는 망인과 통모하여 작성한 위 각서에 터잡은 것이므로 통정허위표시이거나,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무효이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② 1996. 8. 31. 피고에게 위 퇴직금 등 채권에 대한 가압류 결정이 송달된 이상, 피고는 소외 2가 사망한 후에 한 상계로써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③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의 임금 중 돈 29,053,312원을 실제로 지급함으로써 위 동의에 터잡은 상계권을 포기하였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고는 위 추심명령에 따라 원고에게 망 소외 2의 퇴직금에서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나머지 돈 146,681,336원의 1/2에 해당하는 돈 73,340,668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퇴직금(또는 추심금)채무가 원고의 망 소외 2에 대한 위 대출금 등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되어 모두 적법하게 소멸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소외 2의 동의에 터잡은 상계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판 단
(1) 먼저,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하여 본다
(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에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단,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퇴직 금에 관하여도 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위 규정에서 정한 이른바 '임금전액불원칙'의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임금 전액의 확실한 수령을 도모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으로 결국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위 규정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반대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만약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사용자의 상계처리에 동의한 경우,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그 동의에 터잡은 사용자의 상계처리는 위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돌이켜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소외 2가 피고에게 위 각서 6장을 제출할 당시 소외 2에게는 자신의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피고의 상계처리에 동의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인데, 위 상계 동의의 대상이 퇴직금채권에만 한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상계조치에 의하여 곧바로 소외 2의 생계에 위험이 초래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상계범위의 한정), 위 상계동의 당시 소외 2는 피고의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의 지위에 있었던 점(근로자의 지위), 소외 2가 가계자금으로 직접 대출받거나, 그가 연대보증한 채무의 주채무자들 대부분이 그의 처를 비롯한 근친들로 보이는 점(자동채권의 발생원인) 등을 종합 고려하면, 위 동의의 의사표시는 소외 2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터잡은 피고의 위 상계처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한편, 피고가 망 소외 2의 유족과 합의하에 위와 같이 상계처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음에 대하여, 원고는 이 점에 대한 반박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2) 다음으로, 피고의 상계가 통정허위표시에 터잡아 이루어졌거나, 또는 근로기준법 제28조의 규정에 위반된다거나, 또는 적어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 보건대, 위 상계가 통정허위표시에 터잡아 이루어졌다거나 또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상계가 근로기준법 제28조의 규정에 위반된다거나,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다음으로, 피고가 위 상계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본다.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은 제3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그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지만, 수동채권이 가압류될 당시 비록 양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여 상계적상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의 그것과 동시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는 자동채권에 의한 상계로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5120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자동채권인 피고의 대출금 또는 보증금채권의 변제기는 원고가 망 소외 2의 퇴직금 등 채권을 가압류할 때인 1996. 8. 28.경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서 도래하였다고 할 것인 반면, 수동채권인 퇴직금채권의 변제기는 그보다 훨씬 뒤인 1999. 3. 1. 소외 2의 사망으로 비로소 도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각 자동채권에 의한 상계로 가압류채권자인 원고에게 적법하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끝으로, 피고가 과연 상계권을 포기하였는가에 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가 피고의 상계처리에 동의한 부분은 퇴직금채권에만 국한되는 것이었으므로, 위 추심명령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소외 2의 임금 중 일부를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권마저도 아울러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5) 결국, 피고의 위 자동채권에 의한 상계로써 망 소외 2의 유족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는 물론, 원고에 대한 추심금 지급의무도 모두 적법하게 소멸되었음이 계산상 분명하므로, 이 점을 내세우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는 반면, 원고의 위 각 주장은 어느 것이나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