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판시사항】
甲이 목욕탕에서 사고를 당하여 상해를 입고, 목욕탕에 관해 영업자와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乙 회사가 甲이 청구하는 기왕치료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 중 일정 부분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乙 회사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내역에 대한 자료 등을 직접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甲이 기왕치료비를 청구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진료비 영수증 등에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내역이 비교적 자세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乙 회사에 대하여 증거로 알 수 있는 보험급여 지급액만을 한도로 공제 주장을 하겠다는 취지인지 등 乙 회사 주장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했어야 하는데도, 乙 회사가 공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乙 회사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승지 담당변호사 임채국)
【피고, 상고인】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앤인 담당변호사 경수근 외 4인 )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11. 17. 선고 2018나731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고 1은 2016. 2. 10. 03:00경 음주상태로 이 사건 목욕탕에 입장하여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먼저 나온 친구들을 뒤따라 나오는 과정에서 출입문에 부딪혔다. 그 순간 사우나 출입문 유리가 깨지면서 그 파편이 원고 1의 허벅지와 엉덩이에 박히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로 원고 1은 우측 대퇴부 외측광근·대퇴이두근 파열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나머지 원고들은 원고 1의 부모와 동생이고, 피고는 이 사건 목욕탕에 관해 영업자와 시설소유자(관리)배상책임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2.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상고이유 제1, 2점)
가.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기초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목욕탕의 영업자는 시설물의 관리자로서 사우나 출입문에 유리를 설치하는 경우에 신체의 충격만으로 쉽게 깨지지 않고 깨지더라도 신체에 해를 미치는 파편 등이 생기지 않는 안전유리를 설치하는 등 영업 관련 시설이나 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위 목욕탕의 영업자는 이를 소홀히 하여 사람이 넘어지면서 가한 충격에도 파편이 생길 정도로 쉽게 깨지는 유리를 설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보험자로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배상책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노동능력상실률 산정(상고이유 제3점)
원심은, 원고 1의 우측 허벅지, 엉덩이 아래 부위 총 45cm 길이의 흉터에 관하여 하절기 또는 체육시설 등에서 일반적인 복장 수준, 원고 1이 체육을 전공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부위에도 추상장해가 인정되고 그 노동능력상실률을 5%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노동능력상실률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의 치료비 손해배상채권액 산정(상고이유 제3점)
가. 피고는 원고 1이 청구하는 기왕치료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 중 일정 부분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의 액수나 공제 액수 등에 관하여 피고가 추가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는 2018. 12. 11.자 항소이유서의 진술로써 피해자가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급여에 관해 일정 부분을 공제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였다. 비록 피고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내역에 대한 자료 등을 직접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원고 1이 기왕치료비를 청구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진료비 영수증 등(갑 제13호증~갑 제18호증의 1~3)에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내역이 비교적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증거는 어느 당사자가 제출하였는지나 상대방이 이를 원용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당사자 어느 쪽의 유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삼을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다57697 판결 참조), 원심에서 피고의 공제 주장을 판단할 증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설령 피고가 주장하는 공제 주장과 관련하여 공단의 보험급여 지급 내역이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보았듯이 원심에 이미 상당한 증거가 나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증거로 알 수 있는 보험급여 지급액만을 한도로 공제 주장을 하겠다는 취지인지 등 피고 주장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했어야 한다.
결국 피고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피고가 공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주장·증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