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금
【전문】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승 담당변호사 김보성)
【피고, 항소인】
현대건설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정원 외 1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7. 선고 2015가합509400 판결
【변론종결】
2017. 3. 16.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현대건설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건설’이라고만 한다),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피고 대우건설’이라고만 한다)은 각 100,000,000원, 피고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이하 ‘피고 코오롱글로벌’이라고만 한다)는 104,037,745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사이의 관계
1) 부개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라고 한다)은 인천 부평구 (주소 생략) 일대에서 진행 중인 부개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재개발사업’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2008. 4. 18. 추진위원회 승인을 얻고 2010. 2. 24.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 피고들은 건설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들로, 2010. 6.경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었다.
3) 원고는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업무를 수행하고서 그 대금을 받지 못하자,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사업추진경비 청구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나.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피고들 사이의 공사도급계약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체결
1) 피고들은 2010. 9. 30.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사이에 이 사건 재개발사업에 관하여 도급금액 “326,869,000,000원”, 공사기간 “실 착공일로부터 34개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도급가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 제16조에는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사업추진경비를 40,000,000,000원의 한도 안에서 무이자로 대여해 주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중 이 사건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6조 (사업추진경비의 대여 및 지급보증)①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아래 항목의 사업추진경비를 직접 조달하는데 협조하거나,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서면 요청에 의하여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피고들이 협의한 시기에 대여할 수 있다. 단 아래 항목에 대해서는 무이자로 대여키로 하며, 무이자 대여 한도액은 “40,000,000,000원”으로 한다. 1) 조합사무실 임차보증금 2) 조합운영비 3) 기투입금 4) 각종총회비용 5) 행정용역비...이하 생략② 조합운영비는 계약 체결월부터 공사완료일 후 3개월까지 매월 25일 16,500,000원씩, 무이자로 대여하기로 한다. 단 조합운영비 총 대여한도액은 1,287,000,000원으로 한다. 월 조합운영비 및 총액한도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피고들이 협의하여 변경 조정할 수 있으며, 조합운영비의 변경에 대하여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 및 총회의 인준을 득하여야 한다.?④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본 조 제1항의 사업추진경비 대여와 관련하여 대의원회(또는 임원회의) 회의록을 첨부하여 피고들에게 요청하고, 대여금 상환을 보증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재개발조합을 채무자, 피고들을 채권자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비용으로 공증하여 피고들에게 제출하여야 한다.?⑤ 사업시행인가 전 사업추진 제경비는 피고들이 대여하기로 하되, 사업시행인가 후 수요자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한다.?⑩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피고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경우에는 매 차입시마다 해당 차입액의 내역서 및 영수증을 피고들에게 교부하기로 한다. 또한 피고들이 자금의 집행내역에 대하여 조합원 총회에서 보고할 것을 요구할 경우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여 동 내역을 보고하여야 한다.?⑪ 원활한 사업추진과 사업추진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사업추진비 대여요청 시 용역계약서, 각종 영수증, 임원회의 회의록 또는 대의원회 회의록, 공문 등의 증빙을 요구할 수 있으며, 대여요청 근거가 상당부분 불명확하거나 누락 시에는 피고들은 대여요청 접수 7일 이내에 공문 또는 내용증명 발송 등으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대여요청을 거부하거나 대여내용에 대한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즉시 임원회의(이사회) 또는 대의원회 등을 개최하여 이에 대한 보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정당하고 객관적인 사유 없이 피고들이 보완조치를 요청한 날로부터 30일 이상 적절한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고들은 서면 통보 후 사업추진비에 대한 대여를 보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발생시 이는 전적으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게 책임이 있다.?제19조 (사업추진경비 등의 대여 중지)① 이 사건 재개발조합 또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이 제14조, 제22조에 의한 제반 사업일정을 정한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할 경우 또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경우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게 그 이행을 최고하고, 60일이 경과하여도 이행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이주비 및 사업추진경비 등의 대여를 일시 중지할 수 있다.?③ 본 조에 의한 대여금의 지급중지에 해당하는 사유로 인하여 이주비 및 사업추진경비 등의 대여가 일시 중지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후에도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해당 사유에 대한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고들은 서면 등을 통하여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시정의사를 확인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유에 대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시, 피고들은 제 공사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53조① 본 가계약은 가계약체결일로부터 본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효력을 발생한다.
2) 피고들은 2010. 10. 1.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의 사이에 채권자 ‘피고들’, 채무자 ‘이 사건 재개발조합’, 대여금액 ‘40,000,000,000원’을 내용으로 하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서(이하 ‘이 사건 소비대차 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같은 날 공증을 받았다.
3) 피고들과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에 따라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여하기로 한 금액에 관하여, 피고 현대건설이 대여금액의 36%, 피고 대우건설이 대여금액의 33%, 피고 코오롱글로벌이 대여금액의 31%의 각 비율로 분담하기로 약정하였다.
4) 피고들은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에 따라 2010. 11. 9. 설계비 명목으로 493,324,003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2011. 9. 5. 지질·측량조사비 명목으로 102,853,300원을 지급한 것까지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설계비, 임차보증금, 기투입정산금, 행정용역비, 소송경비 명목으로 16회에 걸쳐 합계 4,488,468,014원(조합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임)을 무이자로 대여해 주었다.
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내부 분쟁 및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진행경과
1)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1. 말경부터 기존의 조합장인 소외 1을 위시한 세력(이하 ‘소외 1 세력’이라고 한다)과 이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세력’이라고 한다)로 나뉘어져 법적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1. 12. 3. 임시총회에서는 이사 소외 2를 제외한 나머지 소외 1 등 조합임원 전원이 해임되었는데, 2011. 12. 19. 소외 1 세력이 주축이 되어 13차 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소외 1을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였다. 그러자 비대위 세력이 2011. 12. 22.경 법원에 ‘소외 1을 직무대행자로 선임한 13차 대의원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2011. 12. 28. 가처분이 인용되었고, 소외 1 세력은 2012. 1. 11. 소외 2를 제외한 이사 전원을 해임한 임시총회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여 2012. 2. 17. 가처분이 인용되었다. 소외 1 세력은 2012. 4. 21. 정기총회(이하 ‘이 사건 정기총회’라고 한다)를 개최하여 소외 1을 조합장으로 선출하였다. 한편, 소외 1은 2012. 10.경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은 판결이 2015. 2.경 확정됨으로써 조합장의 자격을 상실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2688 사건).
2) 비대위 세력은 2012. 7. 18. 피고들에게 ‘이 사건 정기총회 결의를 통하여 선출된 조합장 소외 1 등 임원들 다수가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수수 건으로 기소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임원선출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사업추진경비 대여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였다. 또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중 일부가 2012. 9.경 피고들에게 ‘이 사건 정기총회 결의를 통해 선출된 임원들에 대한 해임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3) 이 사건 재개발사업은 당초 2010. 6. 시공자를 선정한 후 2011. 5.경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것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2011. 5. 9.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작업을 한 것 이외에는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이 없다.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거나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는 등 실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행위는 이루어진 것이 없다. 이 사건 재개발사업 인근 지역의 다른 재개발 사업장들은 일반적으로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대부분 1년에서 1년 8개월 정도의 기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기간이 지체되었더라도 시공자를 선정한 뒤에는 바로 사업시행인가 준비절차에 들어가 약 1년 7개월 후에는 사업인가를 받았다.
4)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2010. 11. 10. 115,500,000원(7개월분), 2011. 3. 25. 49,500,000원(3개월분)을 지급하고 2011. 4. 25.부터 2011. 12. 23.까지는 매월 25일경 16,500,000원씩 지급하여 왔다. 그런데 2011. 12.경부터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내분이 격화되자 2012. 1.분부터의 조합운영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2. 9. 21.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서 조합운영비로 5,500,000원의 대여를 요청하자 피고들은 내부검토를 거쳐 2012. 9. 28. 위 돈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2. 10. 22. 피고들에게 조합운영비로 5,500,000원을 대여해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들은 2012. 11. 2. 위 돈을 지급하였다. 이후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피고들에게 조합운영비의 대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고, 피고들도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조합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5) 피고들은 2016. 11. 14.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한 계획 및 일정수립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최고하였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이에 대하여 회신을 하지 않자, 피고들은 2016. 12. 6.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2016. 12. 14. 피고들에게 ‘해제요청을 받은바 없다’며 임시총회를 하는데 필요한 돈을 대여해 달라고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였고,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2017. 1. 18. 해제통고, 2017. 3. 7. 총회비용대여 요청에 대한 회신(우선 60일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하거나 적법한 신청을 하고 관련 서류를 제시하면 총회비 대여를 검토해 보겠다는 내용)을 각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1)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2. 1. 4. 원고와 사이에 임시총회 결의에 제출된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정기총회를 홍보하는 업무에 관하여 67,32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다시 2012. 4. 7. 원고와 위와 같은 업무에 관하여 148,5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용역비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원고에게 위 용역비 합계 215,820,000원과 이에 대하여 지급명령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이 2012. 10. 19. 송달되어, 2012. 11. 3.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2차12364 용역비 사건).
3) 그 후 원고는 2014. 11. 13. 인천지방법원 2014타채33964호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피고들로부터 지급받을 사업추진경비 중 ① 피고 현대건설, 대우건설에 대해 각 100,000,000원, ② 피고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104,037,745원에 이르는 금액에 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라고 한다)을 받았고, 그 결정 정본이 피고 현대건설, 대우건설에 각 2014. 11. 18.에, 피고 코오롱글로벌에 2014. 11. 17.에 각 송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14호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3, 을 제17호증, 을 제20호증의 1 내지 7, 을 제22호증의 1, 2, 을 제28, 29호증, 을 제30호증의 1 내지 5, 을 제34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서는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무이자로 대여하여야 할 사업추진경비의 구체적인 항목을 세부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사업추진경비의 각 소요시점에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정당하고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피고들에게 청구하면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이를 대여하게 되어 있어 그 지급이 특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대여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정해져 있으므로,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서만으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피고들 사이에 400억 원을 한도로 하는 유효한 무이자부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
2)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2. 4. 27. 피고들에게 원고의 용역비채권이 포함된 사업추진경비 821,936,130원의 대여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만연히 2012. 5. 2.자 공문을 통하여 ‘부동산 경기 하락에 의한 사업성악화, 피고들 경영상황의 악화 및 이로 인한 사업계속에 대한 불투명’을 이유로 거부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서 제16조 제11항에 규정된 대여요청의 거부 및 보류권한의 요건을 전혀 구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한 거부 내지 보류라고 할 것이므로 정당하지 않다.
3) 또한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서 제16조 제2항은 사업추진경비 중 조합운영비에 대하여는 별도의 항으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명시적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특정된 한도금액(1,287,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정기적으로(계약체결월부터 공사완료일 후 3개월까지 매월 25일) 일정한 돈(월 16,500,000원)을 대여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조합운영비에 대하여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한 대여금지급 채무가 존재한다.
나. 판단
1) 위 인정사실과 을 제1, 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서와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서에 기하여 곧바로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하여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해 주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 제16조 제1항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서면으로 사업추진경비 대여를 요청하는 경우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협의한 시기에 대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무이자 대여금의 한도액을 400억 원으로 정하고 있고,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서에도 피고들의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한 무이자 대여금의 한도금액을 400억 원으로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무이자로 대여해 줄 수 있는 사업추진경비는 400억 원을 한도로 하되 조합 측에서 서면으로 대여를 요청할 경우 협의를 통하여 구체적인 피고의 대여의무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조화로운 해석이다. 통상 재개발 공사도급가계약에서는 대여금의 한도액 내에서 그때 그때의 사업진행상황 및 사업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여금의 액수 및 지급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②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 제16조 제10항 및 제11항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피고들에게 사업추진경비의 대여를 요청하는 경우 매번 그 내역서 및 영수증을 제출하여야 하고, 피고들이 요청하는 경우 총회를 소집하여 사업추진비 대여 내역을 보고하고 각종 증빙을 피고들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대여금 지급요청의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누락된 경우 그 내용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거나 대여금의 지급을 거부·보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조합의 경우 조합원들 개인 자산 이외에 특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여 자신의 신용만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사업자금을 대여받기는 어렵고 더구나 무이자로 사업추진경비를 빌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공자와 공사도급가계약을 체결하여 시공자로부터 직접 대여금을 차입하거나 시공자의 보증 하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여금을 차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재개발조합에서 사업추진비의 유용이 문제되어 분란이 발생하고 재개발사업 자체가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대여금 지급에 관하여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피고들에게 사업추진경비 대여에 관한 심사권, 조정요구권, 거부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원활한 사업추진과 사업추진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재개발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꼭 필요한 절차에 해당되므로 위 조항을 형식적인 장치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2) 더 나아가,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재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경우에만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하여 금전대여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원만하게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 재개발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시공사로 참여할 건설사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재개발조합 역시 조합원의 주거안정 및 주거향상을 위하여 설립되었으므로 재개발사업의 성공이 조합의 존재목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피고들은 모두 이 사건 재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을 예정하고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계약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② 만일 재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피고들의 사업추진경비 대여의무가 발생한다고 본다면, 피고들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여해 준 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돈을 대여해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피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③ 민법 제599조는 “대주가 목적물을 차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소비대차는 그 효력을 잃는다”고 정하고 있다. 민법상의 소비대차는 낙성계약이므로 대주가 목적물을 교부하지 않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합의만 있으면 계약의 성립에 지장은 없으나, 목적물이 인도되기 전에 당사자의 일방이 파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어져 당초의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므로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는 일례를 입법화한 것이다. 위 조항의 입법취지를 살려 이를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대주의 반환청구권이 위험하게 되는 정도로 차주의 재산상태가 악화된 때에는 대주에게 이행거절권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536조 제2항에 규정된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 편무계약으로 분류되는 무이자소비대차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고들은 이보다 더 넓은 의미의 ‘불안의 항변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 또한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근거한 것이므로 민법 제599조를 확장해서 적용가능하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
즉, 법적·사실적 장애사유로 말미암아 재개발공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시공사가 재개발조합에 빌려준 돈을 반환받은 것이 어려워질 정도에 이르렀다면, 시공사는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당초 약정된 금전의 대여를 요청받더라도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신의칙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과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들의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한 금전대여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신청요건을 갖추어 사업추진경비의 대여를 요청하고 피고들이 이를 응락하였을 때 비로소 피고들의 금전대여의무가 구체적·확정적으로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분쟁이 발생하여 재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고들의 대여금반환청구권의 행사가 어렵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면 피고들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금전대여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1. 5.경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작업을 한 이후로 현재까지 이 사건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공사를 진행한 바 없고, 2011. 12.경부터 기존 조합장인 소외 1 세력과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대위 세력 사이에 법적 분쟁이 본격화하여 그 때부터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 집행부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게 되었으며,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인가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될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은 2012년 이후에는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에서 정해진 월 1,650만 원의 조합운영비를 지급해달라고 피고에게 요청한 바도 없다(다만 2012년 9월과 10월에 550만 원을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요청한 적은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2012. 4. 27.경 피고들에게 사업추진경비 명목으로 821,936,130원의 대여를 요청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들의 대여금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들이 위 요청을 승인하여 돈을 지급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때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대여금지급 청구권이 구체화된다. 그런데 이 무렵에는 대여금 지급청구에 관여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임원들에게 적법한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조합에 적법한 자격을 갖춘 임원이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고들이 2012. 5. 2. 대여를 거절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평가된다. 또한 조합운영비의 경우, 2012. 1.분부터는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 피고들에게 지급을 요청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지급의무가 생길 여지가 없다. 설령 이 사건 공사도급가계약에 조합운영비의 지급방법, 액수, 한도를 자세하게 정해 놓았기 때문에 지급요청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의 조합운영비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2011년 말부터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내분이 격화되어 정상적인 조합운영이 어려워 이 사건 재개발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조합운영비 지급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입장에서도 2012년 9월분, 10월분의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각 550만 원을 요청한 것 이외에는 달리 2012년도 이후의 조합운영비를 청구하지 않고 있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조합운영비는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고 인정된다.
다. 결론
피고들의 이 사건 재개발조합에 대한 사업추진경비 대여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여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