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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증서무효확인

[서울지법 북부지원 1995. 9. 15. 선고 93가합10549 판결:항소]

【판시사항】

부정한 이익 취득을 목적으로 한 형사상의 고소가 강박행위가 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위조한 차용증을 근거로 미국에서 회사를 경영하다 일시 귀국한 을을 사기죄로 고소하여 을이 경찰서에 유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이에 겁을 먹은 나머지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하여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경우에, 그 각서상의 의사표시는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110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공1993상, 595)


【전문】

【원 고】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종수)

【피 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언)

【주 문】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1990. 10. 2.자 채무지급각서에 의한 원금 6억 원 및 이에 대한 이자 기타 일체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및 당사자들의 주장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및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2 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 1은 1990. 10. 2. 피고에게 "금 6억 원을 같은 달 10.부터 1993. 6. 30.까지 8회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각서는 피고가 원고 1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받아낸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약정으로서 무효이거나 피고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서에 의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고, 피고 소송대리인은 이를 다툰다.
 
2.  이 사건 각서의 작성경위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각서의 작성경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2, 갑 제4호증의 1, 갑 제5호증의 12, 16, 갑 제6호증의 1 내지 3, 5, 6, 10, 11, 을 제1호증의 6, 7, 9 내지 11,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5, 10, 11, 을 제1호증의 6의 각 기재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각 제외)와 증인 소외 2, 소외 3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1990. 9. 29. 원고 1을〈피고 귀하, 원고 1은 1987. 7. 피고로부터 동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였으며, 위 차용금을 1989. 7.까지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 1988. 12. 11. 각서인 원고 1〉라고 기재되고 위 원고의 서명이 있는 차용증(이하 '이 사건 차용증'이라 한다)을 근거로 강서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함으로써, 미국에서 원고 2 회사를 경영하다가 같은 달 21. 일시 귀국하였던 원고 1은 같은 달 29. 17:00경 김포공항에서 출국하려다가 강서경찰서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같은 달 30. 02:50경부터 같은 해 10. 2. 22:00경까지 67시간 동안 위 경찰서 보호실에 유치되어 조사를 받았고 출국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여권을 압수 당했으며, 같은 달 30. 위 경찰서에서 사기혐의가 있다고 인정하여 위 원고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위 원고는 피고가 고소를 취소하여 주지 않으면 구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겁이 난 나머지 같은 해 10. 2. 피고와 사이에 고소를 취소하여 주는 조건으로 동인의 요구에 따라 위 대여금으로 인한 위 담보부동산의 피해보상조로 금 6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러한 내용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사실, 이에 따라 같은 날 피고가 고소를 취소하고, 합의된 점 등을 이유로 불구속수사 지휘가 내려진 사실, 그러나 같은 달 8. 위 피의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때까지도 위 원고는 압수된 여권을 환부받지 못하다가, 같은 달 8. 과 19. 피고에게 각 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같은 달 23. 무혐의 처분을 받아 같은 달 26. 출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3.  강박행위의 위법성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인 약정이 피고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인가에 관하여 보건대, 일반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것이 부정한 이익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법한 강박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위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채권을 갖고 있었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차용증의 위조여부
먼저 위 고소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차용증이 진정하게 성립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갑 제3호증의 1, 갑 제8호증,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2, 소외 4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1은 피고와 내연의 관계로 한국에서 원고 2 회사를 대리하여 로비활동 등을 하던 소외 1에게 백지 4매(빛에 비추어 보면 'Classic Linen 25% cotton fiber'라는 글자가 나타남)에 위 원고의 사인만 하여 주고 사업상 적당한 문언을 기재하여 거래처에 제출하라고 위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위 차용증이 위 사인만 한 백지를 이용하여 피고와 소외 1이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5호증의 12 내지 1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차용증의 작성일자인 1988. 12. 11.에 원고 1은 미국에, 피고와 소외 1은 한국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으므로, 위 차용증이 그 기재된 일자에 작성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소송대리인은, 위 차용증은 피고가 1988. 9.경 미국 LA 강서면옥에서 원고 1을 만나 소외 1이 한국에서 미리 작성일자 등을 타자해 간 차용증서에 위 원고의 사인을 받은 것이고, 위 차용증 원본은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 제5호증의 16의 일부 기재는 피고가 1990. 9. 29. 위 고소사건의 고소인진술과 1991. 4. 2. 위 원고로부터 고소당한 사문서위조 등 피의사건의 피의자신문시 일관하여 "위 차용증을 1988. 12. 11. 미국 LA 강서면옥에서 원고 1로부터 받았다. 차용증상의 발행일자는 당일 날짜로 하여 받은 것이 틀림없으며, 당시 미국에 체류중이었던 사실은 원고 1에게서 위 차용증을 받기 위하여 일부러 LA에 갔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일시에 피고는 미국에 없었던 사실을 추궁을 받자 비로소 위 차용증을 받은 날짜가 1988. 9.경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10의 각 기재) 위 차용증서를 1988. 9. 이전에 원고 1과 상의 없이 미리 타이핑하면서 작성일자를 같은 해 12. 11.로 명기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피고가 위 차용증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점(피고는 "위 차용증 원본을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제출했었는데 조사받던 중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원본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나 위 차용증이 위 고소사건의 유력한 증거인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믿기 어렵고 위조사실을 감추기 위해 원본제출을 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차용증은 피고와 소외 1에 의해 위조되었다고 볼 것이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존부
더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금 1억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이 있는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소송대리인은, 피고가 1987. 5. 중순경 롯데호텔 커피ㅅ에서 원고 1로부터 금 1억 5,000만 원을 빌려주면 대출이자를 계산하여 3개월 후에 변제하고 사업이 잘 되면 차용금의 2배까지 갚아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같은 해 6. 11. 피고 소유인 서울 종로구 당주동 (상세지번 1 생략) 대 258. 5m2, 같은 동 (상세지번 2 생략) 대 6.3m2, 위 양지상 벽돌조 슬래브지붕 3층 음식점 및 보일러실(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담보로 사채업자인 소외 5 외 3인으로부터 금 3,000만 원을 차용하여 위 원고에게 대여하였고, 같은 해 7. 20. 위 부동산을 담보로 소외 주식회사 사조상호신용금고(이하 '소외 금고'라 한다)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그 중 금 9,000만 원은 그 시경 소외 2를 통하여 원고에게 금 3,000만 원은 같은 해 8.경 직접 원고에게 대여하였다고 주장한다.(대여일자 및 경로에 관한 위 주장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 주장된 것으로 다음에 보는 피고나 소외 1의 각 진술과도 모순된다)
살피건대,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5, 10, 11, 을 제1호증의 6의 각 일부 기재가 있는바, 대여일시나 금액, 경위 등에 관하여 피고는 1990. 9. 29. 진술에서는 1987. 7. 초 소외 금고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소외 1과 같이 살고 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금 1억 5,000만 원을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다가 1991. 4. 2. 진술에서는 금 1억 1,000만 원은 소외 1을 통하여 대여하고, 금 4,000만 원은 위 일시에 위 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고, 소외 1은 피고로부터 금 1억 1,000만 원을 받아 원고 2 회사의 소외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입금하고, 금 3,000만 원은 피고가 1987. 8. 하순 위 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며, 원고 1도 위 고소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위 소외 1의 진술과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어, 그 대여일시나 금액, 경위 등에 관하여 불일치하는 점이 많고, 또한 갑 제2호증의 1, 갑 제5호증의 11, 갑 제7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이 법원의 소외 금고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금고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은 1987. 7. 20.이므로 위 대여일시로 주장된 같은 해 7.초는 대출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점, 피고는 위 대출받은 금 1억 8,000만 원으로 같은 달 21. 한국상업은행에 대한 근저당권부채무(채권최고액 금 3,900만 원)와 소외 5 외 3인에 대한 근저당권부채무(채권최고액 금 1억 500만 원)를 각 변제하였으므로 원고 1에게 합계 금 1억 5,000만 원을 대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 1은 같은 해 7. 13. 출국하여 같은 해 11. 4. 귀국하였으므로 위 대여일시로 주장된 같은 해 8.경 원고 1은 한국에 없었던 점, 소외 1이 같은 해 7. 29. 원고 2 회사를 위하여 소외 한국전력공사에 입금한 액수는 미화 60,994$(한화로 금 50,747,008원 정도)이므로 위 소외 1 등이 주장하는 금 1억 1,000만 원에 훨씬 못미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각 부합증거는 믿기 어렵고, 달리 원·피고간에 직접적인 금전대차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1의 위 진술도 이 사건 차용증이 있는 이상 즉시 위조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해 부득이 허위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서는 위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 1억 5,0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조한 이 사건 차용증을 근거로 사기죄로 고소하여 위 원고가 경찰서에 유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급기야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이에 겁을 먹은 나머지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하여 부득이 위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위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으로 위 하자 있는 의사표시를 취소한 이상, 소장송달로 위 각서상의 지불약정의 의사표시는 적법히 취소됨으로써, 이 사건 각서에 의한 원고들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확인의 이익도 있다 하겠으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서태영(재판장) 정태학 이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