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청구
【판시사항】
[1] 수입한 경유의 경우, 주행세의 납세의무자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가 관세의 납세의무자와 동일한지 여부(적극) 및 구 관세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의미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시기와 판단 기준 /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으로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조세채권이 성립하였으나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된 경우, 과세관청에 조세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구 관세법(2017. 12. 19. 법률 제152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8442 판결(공2003상, 1217),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공2016상, 84) / [2]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179, 186 판결(공2021상, 740)
【전문】
【원고, 상고인】
울산광역시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서규영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월 외 5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9. 10. 30. 선고 2018나5844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미래에셋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의 구조화금융부 부장인 피고 1은 소외인 등과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계획·설계하였다.
1) 외관상 피고 회사가 투자금을 조성해 경유를 수입·판매하여 수익을 내어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처럼 경유수입 사업을 진행한다.
2) 그러나 실제로는 자력이 없는 명목상의 수입회사를 내세워 수입 및 통관절차를 진행한 후 이를 소외인이 새로 설립한 주식회사 에스엔디네트웍스(이하 ‘에스엔디’라고만 한다)에 판매 형태로 이전하여, 에스엔디가 해당 경유를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한다. 수입가격에 통관비용,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이하 ‘주행세’라 한다) 등 관련 세금, 부대비용 등을 합친 가격, 즉 아예 이윤을 볼 수 없는 가격(이하 ‘최소 공급원가’라 한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것이어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나, 자력이 없는 명목상의 수입회사에 주행세가 부과될 것이어서 이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나. 피고 1 등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실행하였다.
1) 피고 1은 정상적인 경유수입 사업인 것처럼 제안서를 제출하여 2013. 12.경 피고 회사로부터 사업시행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피고 1 등은 그 무렵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투자자들로부터 29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조성하였고, 위 특수목적법인은 에스엔디와 사이에 수익권거래계약을 체결하여 위 투자금을 에스엔디에 지급하기로 하고 경유수입 사업의 수익권을 부여받았으며, 피고 회사에 자금 지급, 수익금 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하였다.
2) 피고 1 등은 2013. 12. 12.경 명목상의 수입회사 역할을 할 주식회사 에코페트로오일(이하 ‘에코’라고만 한다) 명의로 경유수입 중개사와 사이에 경유 수입 가격의 협상을 마친 후 2013. 12. 16. 실제로 에코를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하여 설립등기를 마쳤으며, 같은 날 에코는 에스엔디와 사이에 수입된 경유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에스엔디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3) 이 사건 경유는 2013. 12. 24.부터 2014. 3. 4.까지 에코 명의로 3항차에 걸쳐 수입되어, 수입 즉시 에스엔디에 이전되었는데, 실제 통관, 품질검사, 이전 등의 업무는 모두 피고 1과 에스엔디가 수행하였고 그 비용은 위 투자금으로 지급되었다. 다만 외형상으로는 에코가 에스엔디에 최소 공급원가보다도 더 낮은 가격으로 이를 공급한 것으로 처리하고, 에코가 에스엔디로부터 선지급금을 전달받아 수입대금을 지급하고, 에스엔디에 대한 매각대금에서 선지급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다.
4) 에스엔디는 이 사건 경유를 시중에 판매하였는데,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였다. 즉 1항차의 경우 최소 공급원가는 L당 약 1,615원인데 에스엔디는 이를 에코로부터 L당 1,485원에 공급받은 것으로 처리하고 시중에 L당 약 1,514원에 판매하였고, 2항차의 경우 최소 공급원가는 L당 약 1,581원인데 L당 1,480원에 공급받은 것으로 처리하고 L당 약 1,516원에 시중에 판매하였다. 피고 1 등은 에스엔디가 이 사건 경유 1항차, 2항차 판매로 얻은 수익 14억 원을 운영비 등 명목으로 에스엔디에 합계 6억 7,900만 원을 지급하고 그 나머지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였다.
5) 에코와 에스엔디는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원고는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에코를 납세의무자로 파악하여 2014. 2.경부터 2014. 4.경까지 에코에 대해 주행세 합계 2,490,949,480원과 가산세 등을 부과하였으나 에코는 급조된 이른바 바지회사로서 무자력이었기 때문에 이를 납부할 수 없었고 2014. 4.경 주행세 체납 등을 이유로 등록이 취소되었다(한편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갑 27-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에스엔디 역시 2014. 9. 18.경 폐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피고 1과 소외인은 공모하여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에코를 내세워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주행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에코를 주행세 납부의무자로 오인하여 부과처분을 하게 하는 등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실행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등으로 기소되어 각 징역 5년 및 벌금형의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 위 판결에서 에코는 명목상의 수입회사로 이른바 바지회사에 불과하고 실제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한 주체는 에스엔디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2. 주행세 납세의무자에 관한 부분
가. 지방세법 제135조,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제3조 제2호에 의하면,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되는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와 동일하다.
구 관세법(2017. 12. 19. 법률 제152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 본문에서 "수입신고를 한 물품에 대하여는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를 들고 있는데, 위 규정에서 관세의 납세의무자인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 함은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의미한다. 다만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 방법,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 방법의 실태,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의 귀속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8442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미 에코가 설립되기도 전에 피고 1 등이 이 사건 경유의 수입협상을 마치고 유통구조, 판매경로까지 정해둔 사정, 에코는 명목상의 수입회사로 별다른 자산 없이 급조하여 설립된 것에 불과한 사정, 실제 이 사건 경유는 피고 1과 에스엔디의 통제 아래에 있었고, 그 수입, 통관 업무 역시 이들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한 실제 소유자이자 주행세 납세의무자는 에스엔디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 납세의무자가 에스엔디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행세 납세의무자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
3. 피고 1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관한 부분
가. 원심은 피고 1이 설계한 조세포탈 범행 구조에 의하면 에스엔디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되어 이로 인하여 에스엔디의 자력이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에스엔디로부터 주행세를 현실적으로 징수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1의 조세포탈 범행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179, 2017다186(병합) 판결 등 참조].
납세의무는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성립하고 과세관청이나 납세의무자의 특별한 행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세요건 충족에 의하여 추상적 납세의무가 성립하면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추상적인 조세채권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해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과세관청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성립한 이상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당해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과세관청에 그 조세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1은 에스엔디의 대표이사 소외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실행하였다. 외관상으로는 정상적인 경유수입 사업을 하여 수익을 얻는 것처럼 꾸며놓고, 실제로는 경유의 판매를 통해서가 아니라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명목상의 수입회사로서 자력이 없는 에코를 주행세 납부의무자로 오인하게 만들어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과세관청이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 구조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전에 그 수익을 실현·배분하였다.
나) 일반적인 경유수입 사업이라면 최소 공급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수익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은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어 사실상 판매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 않고, 오로지 주행세를 포탈하여 시중 판매가격을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 1 등의 범행 설계에 있어 중요한 점은 최소 공급원가 중 주행세가 차지하는 비중, 에스엔디가 시중에 얼마로 판매할 것인지 여부에 있을 뿐이지, 에코가 에스엔디에 공급하는 가격은 별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 1 등이 위와 같이 경유를 수입하여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게 판매하는 이 사건 범행의 구조에 있어, 에코는 단지 주행세 납세의무자로 내세울 이른바 바지회사에 불과하다. 피고 1 등은 에스엔디가 진정한 수입사인 것을 감추기 위해 에코가 수입하여 에스엔디에 공급하는 외관을 만들어 두면서, 마치 에코가 에스엔디에 특정 가격에 이를 공급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따라서 에코가 에스엔디에 공급한 가격이 에스엔디의 판매가격보다 낮다고 하여 에스엔디가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에스엔디는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하여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어서 판매를 통한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이 명백하다. 즉, 에스엔디가 얻은 이익은 판매를 통한 정상적인 수익이 아니라 조세를 포탈하여 얻은 범죄이익일 뿐이다.
라) 피고 1 등은 주행세 포탈만을 통해 이익을 얻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은 운영비 등 필요경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피고들에게 귀속되게 함으로써 에코는 물론 에스엔디에도 주행세를 납부할 이익을 남기지 않으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피고 1 등은 과세관청이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 구조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전에 그 이익을 실현하였다.
마) 설령 원고가 에스엔디의 폐업 전에 에스엔디를 상대로 주행세 부과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행세를 징수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 역시 피고 1 등이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 구조를 설계하면서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에스엔디는 이 사건 경유 수입 직전에 자본금 10만 원으로 설립되어 실질적으로 자력이 없는 신설회사이고, 에스엔디가 이 사건 경유를 판매하여 얻은 이익은 조세를 포탈하여 얻은 이익일 뿐이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운영비 등 필요경비를 제외하고는 피고 1 등의 설계대로 투자자 등에게 배분되었다. 달리 에스엔디가 주행세 납부능력이 있다고 볼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3)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에스엔디가 에코 명의로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에스엔디에 대한 조세채권은 성립하는 것인데, 피고 1 등이 처음부터 주행세를 포탈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곤란한 외관을 만들어 자력이 없는 에코를 납세의무자인 것처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원고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포탈한 주행세 상당의 이익을 바로 배분하여 실행한 이상 이로써 원고의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피고 1 등의 조세포탈 범행 설계·실행이라는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손해의 발생 및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설령 원고가 에스엔디에 대해 주행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거나 일부 징수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이미 발생한 손해가 전보될 여지가 있다거나 전보된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피고 1 등의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되었음을 방해하는 사정은 될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 1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있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다만 환송 후 원심은 원고가 부과할 수 있는 주행세의 범위 및 이로써 피고들을 상대로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 추가로 심리·확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