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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손괴

[전주지법 2020. 3. 24. 선고 2019고단483 판결 : 확정]

【판시사항】

피고인이 甲 소유의 공사 중인 원룸건물과 토지를 경락받았는데, 甲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이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乙이 공사현장에 플래카드와 CCTV를 설치하자 이를 제거함으로써 乙의 재물을 손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플래카드 등의 제거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乙의 플래카드 등 설치는 피고인의 소유권 취득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乙은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甲 소유의 공사 중인 원룸건물(이하 ‘건물’이라 한다)과 토지를 경락받았는데, 종전 소유자 甲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이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乙이 공사현장에 “본 건물은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플래카드 4장과 CCTV 1개(이하 ‘플래카드 등’이라 한다)를 설치하자 플래카드 등을 제거함으로써 乙의 재물을 손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주변 감시’라는 CCTV의 일반적인 기능과 乙의 플래카드 등의 설치 목적(乙의 점유 및 그 공시의 수단이자 주변 감시), 설치 장소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플래카드 등의 제거행위는 플래카드 등을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서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한편 피고인은 건물 등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을 받고 매각대금을 완납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乙은 경매사건에서 건물에 대한 유치권 신고를 하지 않은 점, 그 이전에 법원 집행관이 건물 등에 대하여 경매사건을 위한 현황조사를 하였을 당시 건물을 촬영한 사진에는 플래카드 등이 존재하지 않고, 현황조사 결과에도 따로 건물에 점유자가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乙이 사건 직후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에도 플래카드 등의 설치 날짜에 관한 것이 없으므로 乙의 플래카드 등 설치는 피고인의 소유권 취득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한 점, 그렇다면 乙이 건물 공사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乙은 법정담보물권인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고, 오히려 乙의 플래카드 등의 설치가 위법한 행위일 뿐인 점, 플래카드 등의 존재로 인하여 건물에 관한 소유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경험칙과 사회통념상 합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이 플래카드 등의 효용을 해한 구체적 방법은 이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고 파괴행위를 한 것이 아니며, 乙은 플래카드 등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음에도 CCTV 1개만을 회수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형법 제20조, 제366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정인호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홍의진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북 (주소 생략) 등 5필지의 토지와 공사 중인 원룸건물을 경락받았으나 피해자 공소외인(남, 47)이 전 소유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플래카드와 CCTV를 설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9. 2. 2. 10:00경 위 공사현장에서 피고인이 알고 있던 성명불상자에게 부탁하여 “본 건물은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플래카드 4장(약 14만 원)과 CCTV 1개(약 47만 원)를 제거하도록 하여 위 피해자 소유의 시가 약 61만 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이 법원 2018타경1242호 사건(이하 ‘경매사건’이라 한다)에 관하여 공소사실 기재 원룸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등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을 받고 2018. 12. 26. 매각대금을 완납함으로써 이 사건 건물 등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그 직후 이 사건 건물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공소사실 기재 플래카드 4장과 CCTV 1개(이하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이라 한다)가 존재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을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인 2019. 2. 2.(공소사실 기재 일시)인바,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피고인의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하여 적법하게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을 제거하였을 뿐이다. 한편 피해자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적어도 자구행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66조). 여기에서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을 제거한 사실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분명하게 인정되고, 피고인 또한 이는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 감시’라는 CCTV의 일반적인 기능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해자의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설치 목적(피해자의 점유 및 그 공시의 수단이자 주변 감시), 설치 장소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제거행위는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을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일단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4.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정당행위 주장을 먼저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1)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6496 판결 등 참조).
2)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인도받은 자가 그의 동의나 허락 없이 설치되어 부동산의 출입이나 임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현수막과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 제거하거나 손괴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의 소유권 행사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현수막과 공고문의 부착행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이나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위 2015도16496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의 각 사정이 인정된다. 이를 가.항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제거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① 피고인은 그 주장대로 경매사건에 관하여 이 사건 건물 등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을 받고 2018. 12. 26. 매각대금을 완납함으로써 이 사건 건물 등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경매사건에 관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 신고를 한 일이 없다. 전주지방법원 집행관은 2018. 2. 20. 이 사건 건물 등에 대하여 경매사건을 위한 현황조사를 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건물을 촬영한 사진에는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이 존재하지 않고, 현황조사 결과에도 따로 이 사건 건물에 점유자가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검사 제출 증거 순번 4)에도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설치 날짜에 관한 것이 없다(오히려 ‘기타 참고될 진술’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면, 설치 날짜는 진술할 때 무렵으로 추측된다). 이를 보면,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의 이 사건 플래카드 등 설치는 피고인의 소유권 취득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이 사건 건물 공사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는 법정담보물권인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의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설치가 위법한 행위일 뿐이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존재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은 경험칙과 사회통념상 합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③ 피고인이 이 사건 플래카드 등의 효용을 해한 구체적 방법은 이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고, 파괴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 플래카드 등 모두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음에도 CCTV 1개만을 회수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다만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임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