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반환
【판시사항】
甲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乙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이민법 변화에 따라서 요구하는 사항 및 수속 변화는 사전 통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며, 이 변화에 대해서 乙 회사는 甲으로부터 민형사상 모든 책임과 수수료 환불 규정과 상관없이 환불에 대해 면책된다.’는 내용의 조항과 ‘계약 체결 후 乙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취업이민비자 발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乙 회사는 국외 수수료 중 10%를 제외하고 甲에게 환불한다.’는 내용의 계약 조항 등을 두고 乙 회사에 국내외 수속을 위한 수수료를 지급하였는데, 미국대사관이 비자발급을 엄격히 심사하여 비자발급 승인 또는 거절처분이 나오지 않은 채 심사 중인 상태가 지속되자, 甲이 乙 회사를 상대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 의사표시와 함께 국외 수수료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쌍방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이므로 甲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乙 회사는 민법 제686조 제3항에 따라 甲으로부터 지급받은 국외 수수료 중 위 계약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상당한 비용 및 보수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甲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乙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이민법 변화에 따라서 요구하는 사항 및 수속 변화는 사전 통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며, 이 변화에 대해서 乙 회사는 甲으로부터 민형사상 모든 책임과 수수료 환불 규정과 상관없이 환불에 대해 면책된다.’는 내용의 조항과 ‘계약 체결 후 乙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취업이민비자 발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乙 회사는 국외 수수료 중 10%를 제외하고 甲에게 환불한다.’는 내용의 계약 조항 등을 두고 乙 회사에 국내외 수속을 위한 수수료를 지급하였는데, 미국대사관이 비자발급을 엄격히 심사하여 비자발급 승인 또는 거절처분이 나오지 않은 채 심사 중인 상태가 지속되자, 甲이 乙 회사를 상대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 의사표시와 함께 국외 수수료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위 계약의 기초로 삼았던 甲의 비자발급 여부에 관하여 甲과 乙 회사의 책임 없는 사유로 쌍방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이므로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甲은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쌍방의 귀책사유가 전제되지 않은 미국 이민법의 변화에 대하여 乙 회사를 원상회복의무에서 완전 면책하도록 함으로써 위험부담을 고객인 甲에게만 부담시키고 있는 위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9조에 따라 무효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원상회복의 범위를 정할 수 없으며, 위 계약 해제에 따른 수수료 환불은 乙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최종 비자발급 거절처분 등이 있는 경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에 관한 조항을 준용하거나 유추적용할 수도 없는바, 위 계약은 乙 회사가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발급을 위하여 직접 수행하여야 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므로 乙 회사는 민법 제686조 제3항에 따라 甲으로부터 지급받은 국외 수수료 중 위 계약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상당한 비용 및 보수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甲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2조, 제105조, 제543조, 제680조, 제686조 제3항, 제688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9조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양희)
【피 고】
주식회사 보람이주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봉욱 외 1인)
【변론종결】
2020. 11. 4.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1,888,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4. 17.부터 2020. 12. 23.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5,513,28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2016. 2. 27.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관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제1조(계약의 목적) 피고와 원고는 신의성실 속에 원고의 미국 취업이민을 성공적으로 취득하기 위하여 본 계약을 체결한다.제2조(피고의 업무) 1. 국내 수속 1-1. 미국 비자 및 영주권 수속 상담, 자료제공, 신청자격 안내 2. 국외 수속 업무 2-1. 원고의 고용주를 확보하고 미국노동부의 노동허가 승인을 위한 일체의 대행업무 2-2. 미국 취업이민허가 신청 및 이민승인, 이민비자 신청 및 발급 등의 처리업무 2-3. NVC(미국립비자센터)를 통한 신청서 제출 및 제반 서류제출, 서울 미대사관 인터뷰진행 안내 및 영주권 비자발급을 위한 미 고용회사의 "재고용확인서" 서류 제공업무제4조(미국 취업이민 수수료 정의 및 지불) 1. 국내 수속 수수료: 990,000원(계약 시 지불) 2. 국외 수속 수수료: USD 32,000은 다음과 같이 분납한다. 2-1. 제1차 수수료(계약 시) USD 8,000 2-2. 제2차 수수료(노동허가 시) USD 8,000 2-3. 제3차 수수료(이민국 승인 시) USD 8,000 2-4. 제4차 수수료(NVC 비자피 요청 시) USD 8,000제6조(수수료 환불) 1. 계약 체결 후, 국내 수속 수수료인 990,000원(부가세 포함)은 어떠한 경우라도 환불되지 않는다. 2. 계약 체결 후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취업이민비자 발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노동허가 거절, 이민청원 거절, 고용회사 파산 또는 고용철회 등) 피고는 제4조 제2항에 의해 받은 수수료 중 10%를 제외하고 원고에게 환불한다(단, USD로 환불하되, 원고가 국외 수수료를 한화로 입금한 경우, 당일 USD 현찰 팔 때 환율로 환산하여 한화로 환불한다. 국내 수속 수수료는 제외). 3. 계약 체결 후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취업이민비자 발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피고는 이미 지불 받은 국내외 수수료는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으며 환불하지 않는다.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3-1. 원고가 서류를 허위 기재하였거나 위증하여 이주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3-2. 계약 체결 후 원고가 스스로 중도 포기하였을 경우 3-3. 원고가 수수료를 지불하지 아니하여 수속이 중단되었을 경우 3-4. 원고가 미국대사관/이민성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3-5. 원고가 신원조회 부적합, 신체검사 불합격 등으로 인하여 이주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3-6. 원고가 피고와 사전협의 없이 미국 고용주에게 직접 연락함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고용주로부터 고용이 철회된 경우제9조(고지 및 면책조항)5. 미국 이민법 변화에 따라서 요구하는 사항 및 수속 변화는 사전 통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며 이 변화에 대해서 원고는 미국 이민국 규정에 따라야 하며, 이 변화에 대해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민형사상 모든 책임과 제6조 수수료 환불과 상관없이 환불에 대해 면책된다.
나.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 절차는 ①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 단계 → ②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 단계 → ③ 주한 미국대사관의 이민비자 발급 단계로 구분된다. 그런데 미국대사관 영사는 2016. 3.~4.경부터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대하여 AP결정(Administrative Processing, 영사가 신청자의 비자발급 자격에 관한 결정 전 신청 건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심사하는 과정), 2016. 9.부터는 TP결정(Transfer in Progress, 영사가 AP결정을 내린 건에 대하여 이민국으로 재심사를 하라고 돌려보내는 것) 등 비자발급을 예전보다 엄격히 심사하는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원고에 대해서도 2017. 10. 16. TP결정이 내려졌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비자발급 승인 또는 거절처분이 나오지 않은 채 계속 심사 중인 상태에 있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일 국내 수수료로 990,000원을 지급하고, 국외 수수료로 2016. 3.경 미화 8,000달러, 2016. 7.경 미화 8,000달러, 2016. 9.경 미화 8,000달러, 2017. 1.경 미화 8,000달러 등 합계 미화 32,000달러를 지급하였다.
라. 원고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이 2020. 4. 16.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을 말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8 내지 10호증, 을 제4 내지 3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추인할 수 있다.
· 원고는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신청에 따른 비자발급 절차는 1~2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어, 원고와 피고 모두 늦어도 2년 내에는 비자가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2016. 2.경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비숙련공 취업이민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 미국대사관이 2016. 3.~4.경부터 한국인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신청자들에 대하여 AP결정 및 TP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것은 종전과 달리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거나 비자발급 자체를 제한하여 승인하기로 한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당사자들이 예정하지 못한 사정이다.
· 피고와 이민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 절차를 진행하던 고객들 중에 TP결정을 받았다가 비자승인결정을 받은 사례가 존재하기도 하나, 이러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비자발급 절차는 TP결정 이후 현재까지 약 3년 동안 더 이상 진행된 내용이 없고, 미국대사관이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발급에 관하여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게 된 사유 및 원고에 대하여 비자발급 절차가 중단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 비자발급 절차가 다시 재개될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원고와 피고 모두 비자발급 여부나 시점에 관하여 예측하기 어렵다.
·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원고의 생활기반을 모두 변경하여 원고의 삶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갖는 것일뿐더러 원고가 위와 같은 비자발급을 신청하여 심사 중인 상태에 있는 한 국내에서의 주거 및 직업의 선택 등 생활의 여러 부분 또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은 계약의 기초로 삼았던 원고의 비자발급 여부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쌍방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므로,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원고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원고의 이 사건 소장 부본이 2020. 4. 16.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나. 수수료 반환의 범위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취업이민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경우에 관한 이 사건 각 계약서 제6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국외 수수료의 90%인 미화 28,800달러(= 총 국외 수수료 미화 32,000달러 × 0.9)가 환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TP결정이 있은 후 최종적인 거절처분이 있는 것은 아닌 현 상태에서 피고의 귀책사유로 최종 거절처분이 있는 경우에 관한 제6조 제2항을 적용할 수는 없고,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항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며, 위 조항에서 피고의 국외 수수료 환불의무를 면책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지급한 수수료를 환불할 의무가 없다고 다툰다.
2) 우선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고에게 수수료 반환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하는데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 등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9조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사업자의 원상회복의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사전에 마련한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발급 상품을 원고가 선택하여 원고의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발급을 최종 목적으로 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제6조 제2항에서 원고 또는 피고 각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자는 수수료 반환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반면, 제9조 제5항은 쌍방의 귀책사유가 전제되지 않은 미국 이민법의 변화에 따라서 요구하는 사항 및 수속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고를 원상회복의무에서 완전 면책하도록 함으로써 그 위험부담을 고객인 원고에게만 부담시키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은 약관규제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위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민대행서비스업 표준약관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서 원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다툰다. 을 제4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표준약관 제15조 제7항이 ‘예상하지 못한 이민국의 이민법령 변화, 관련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속도 등 사업자의 통제권 밖에 있는 상황변화로 인해 비자 취득 수속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하게 될 경우, 사업자는 제13조 제1항에 규정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표준약관 조항은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것이지 계약이 해제될 경우의 원상회복의무에 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조항이 표준약관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항의 불공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5항은 무효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원상회복의 범위를 정할 수는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 제6조 제2항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준용’은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내용과 동일한 내용을 다른 곳에서 다시 규정해야 할 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고 이미 규정된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추적용’은 어떤 사안에 대해 마땅히 적용할 만한 규정이 없는 경우 그와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고 그 체계, 규정의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참조).
이 사건 계약은 원고 측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와 피고 측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의 수수료 환불에 관하여 제6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고, 해당 귀책사유를 발생시킨 자가 수수료 지급의 부담을 전부 또는 대부분 떠안도록 되어 있는 점, 이 사건의 경우 미국대사관에서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관하여 예전에 없던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면서 원고의 비자발급 신청이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어 그 결론을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고, 미국대사관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게 된 사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은 원고와 피고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고 그러한 상태를 원고에게 계속 부담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함을 이유로 예외적으로 해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피고가 예전에 고객의 귀책사유가 없이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 경우에는 환불을 약속하거나 환불을 실행해 주었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이는 피고 측의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 비자발급을 위한 제반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기만 하면 비자발급 승인을 대부분 득할 수 있던 때의 업무처리 방식으로 보여, 종전과 달리 미국 이민국의 심사절차가 엄격해지고 비자발급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적극 행사하여 그 결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저하된 변경된 사정하에서도 피고의 의사가 종전과 동일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쌍방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인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수수료 환불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최종 비자발급 거절처분, 고용주의 파산, 고용 철회 등이 있는 경우에 관한 수수료 환불에 관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제6조 제2항을 준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계약의 체계, 수수료 환불에 관한 각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AP결정 및 TP결정이 있는 경우 비자발급 승인 결정이 나오기 힘들다거나 오랜 시간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어 사실상 비자발급 거절 결정이 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의 경우와 피고 측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가 이민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게 된 경우가 유사한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제6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가 드는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99256 판결은,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에 의할 때 계약서에서 ‘원고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노동허가 거절 등이 된 경우 수수료 중 90%를 환불하는 규정을 정하고 있는바, 명시적으로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 또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의 수수료 환불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과 그 내용이 다소 다르다. 원고는 갑 제9, 10호증을 들며 피고가 일부 고객들에게 국외 수수료의 90%를 반환하여 줄 것을 확약하거나 실제로 반환을 하여 준 사례가 있다고도 주장하나, 위 사례는 최종적인 거절처분이 있었던 경우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에 부적절하다. 또 원고가 드는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8다20840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제1심에서 제6조 제2항에 따른 수수료의 환불의무를 자인한 데에 따른 것이므로, 위 조항의 유추적용 여부를 다투고 있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4)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비숙련공 취업이민비자 발급을 위하여 직접 수행하여야 하는 사무(미국 내 고용주와의 접촉 및 고용 확약을 받는 것, 비숙련공 취업이민을 위한 비자발급 신청서의 작성 및 관련서류의 제출 등)를 처리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바 그 계약의 성질을 위임계약으로 봄이 타당하다(원고는 비자발급이라는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한 도급계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비자발급을 위하여 피고가 일정한 사무를 처리한다 하더라도 비자인터뷰 등 원고가 직접 진행하여야 하는 절차가 존재하고 피고가 선관주의를 다하여 사무를 처리한다 하여 반드시 비자가 발급되는 것도 아니므로 계약의 성질을 도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민법 제686조 제3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위임약정이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해제되었을 때 위임인은 그 종료 당시까지 수임인이 처리한 사무의 정도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처리된 사무에 대하여 가지는 쌍방 당사자의 이익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보수금액 및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무처리 비용 등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경우 처리한 사무의 정도, 사용된 사무처리 비용 등은 공제를 주장하는 자가 그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0다22415 판결 등 참조).
을 제39 내지 4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6. 3. 4.부터 2017. 5. 23.까지 4차례에 걸쳐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국외 수수료 중 65%에 해당하는 미화 21,000달러를 주식회사 코리아비앤에스에 송금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피고의 금원 지출 사실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위하여 처리하여야 하는 사무는 원고가 비숙련공 취업이민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미국 내의 고용주를 찾아 원고에 대한 고용확약을 받고, 노동허가, 이민허가 등에 필요한 신청서를 제출하며 비자발급 수속에 필요한 일체의 처리업무를 진행하는 것 등이고, 그 상당부분이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것은 맞다.
나) 그런데 피고가 지급한 위 에이전트 비용은 피고가 주식회사 코리아비앤에스와 체결한 계약내용에 따른 의무의 이행에 기인한 것이고, 각 금원이 어떠한 업무처리를 위하여 지출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TP결정이 내려진 경우 비자발급 승인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현재의 상태에서 원고에 대하여 승인 결정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고, 기존에 진행된 비자발급 절차에 따른 지위와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원고에게 전적인 이익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자발급 승인이 되지 않는 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해 이루려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달리 현재까지 처리된 사무에 대하여 원고가 갖는 이익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 및 목적, 수수료의 금액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국외 수수료는 피고의 사무처리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사무처리로 인한 구체적인 결과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겸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라) 이민대행 관련 업체들은 TP결정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 이후 국외 수수료의 70%를 환불하여 준다는 특약을 마련한 적이 있다(갑 제8호증).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할 때,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국외 수수료 중 40%를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상당한 비용 및 보수금액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한 국외 수수료 중 60%인 19,200달러를 반환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한편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권자가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 법원이 채무자에게 이행을 명할 때에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 시로 삼아야 하는데(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5397 판결 참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11. 4. 현재 미합중국 통화의 환율은 1달러당 1,140원임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수수료는 21,888,000원(= 미화 19,200달러 × 1,140원)이 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1,888,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0. 4. 17.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23.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