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반환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제1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4. 21. 선고 2019가소57070 판결
【변론종결】
2020. 12. 16.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141,67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2.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 중 37.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의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425,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1998. 8. 13. 임관하여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2019. 10. 31. 전역(퇴직)하였다.
2) 피고는 2019. 11. 4. 원고에게 법정퇴직연금(퇴직수당)에서 3,425,000원을 공제한 금액 76,948,030원만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항소로 구하는 바에 따라 미지급 퇴직금 중 2,141,67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9. 12.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 항변의 요지
피고는 원고와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할 당시 대금 원금 및 약정 지연이자금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퇴직금과 상계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러한 상계합의에 의하여 퇴직금에서 약정 지연이자금 3,425,000원을 적법, 유효하게 공제하였다고 항변한다.
나. 관련 법리
1)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라 할 것이어서, 공무원연금법,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수당규정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공무원에 대하여도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다카1355 판결, 1987. 3. 24. 선고 86다카1314 판결, 대법원 1996. 4. 23. 선고 94다446 판결 등 참조).
2)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이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그 반대해석상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상계를 허용하도록 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15조는 근로자가 자신보다 근로조건 결정에 관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이 무효임을 명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천명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단독행위인 상계뿐만 아니라 근로자와의 합의 즉 근로계약에 의한 상계합의 역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3) 그러나 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를 전제로 근로자와의 합의에 의한 상계를 허용하고 있는 한편, 하급심으로서는 법적안정성과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해 대법원이 정립한 법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위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를 인정함에 엄격하고 신중하여야 한다는 법리도 함께 정립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리를 합리적으로 적용하면 대개의 사건에서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사안의 해결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에 상계합의의 유효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이 판시하는 법리를 적용하되, 앞서 본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감안하여 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이 제시하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에 대한 엄격하고 신중한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상계합의의 유효성을 판단한다.
4)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한편 근로자의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란, ① 사용자가 자동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근로자에게 설명함으로써 자동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근로자의 명시적인 인식이 있었고, ② 상계합의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더라도 근로자의 실제 생활에 미치는 불이익이 그다지 크지 아니하며, ③ 상계합의를 내용으로 한 근로계약이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편익을 위해 체결된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 등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판단
1) 공무원인 원고에게 적용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제15조와 다른 내용의 특별한 규정이 없고, 그 성질상 공무원인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제15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제15조가 원고에게 적용된다.
2)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는 2013. 9. 9. 피고로부터 전세금 50,000,000원을 대부받은 후 수차례 대부계약을 연장해 왔다(이하 ‘이 사건 대부계약’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대부계약 체결 또는 연장 당시 다음 표 기재와 같이 원고로부터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상환 대상 전세대부 원금과 지연이자금을 퇴직금에서 공제한다는 취지의 서류를 징구하였다.
- 위 기재사항이 사실과 상이 없음을 서약함과 동시에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의 제5장(전세금 대부사업 운영)의 대부업무 처리기준에 규정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고 충실히 이행할 것을 서약하며 군 간부 전세금 대부를 신청합니다.- 본인(원고)은 전세대부금의 미상환, 지연상환 및 부당대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제반조치(상환지연이자 징수, 미납시 퇴직급여 중앙공제 등)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 : 전세자금 대부 서약서- 전속, 관사입주 등 전세대부 지원금 상환사유 발생 시 2개월 이내 전세대부 지원금 전액을 일시 상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의 제5장(전세금 대부사업 운영)에 의거 상환지연이자를 중앙공제한다. : 퇴직급여공제동의서
② 위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은, 부동산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그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전세대부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위 기간 내에 전세대부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이후 3개월까지는 월 1.0%, 3개월부터 6개월까지는 월 1.2%, 7개월부터는 월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상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할 당시 육규 121 복지업무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퇴직금에서 이 사건 대부 원금과 지연이자금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였고, 상계합의를 내용으로 한 근로계약인 이 사건 대부계약이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인 원고의 편익을 위해 체결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까지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상계합의에 대한 근로자의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상계항변은 이유 없다.
① 피고는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할 당시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이 정하는 지연이율을 원고에게 고지하거나 위 지연이율이 기재된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을 원고에게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더구나 피고는 이 사건 대부계약 체결 또는 연장 당시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수령할 것을 예정하고 만든 정형화된 양식으로 된 서류 즉, 대부연장신청서, 대부서약서, 퇴직급여공제동의서 등을 원고로부터 징구하였는데, 위 서류들에는 퇴직금에서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연이자금을 공제한다는 취지가 인쇄된 활자로 기재되어 있었을 뿐 지연이율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는 자동채권인 대부 원금에 대한 지연이자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근로자인 원고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고는 자동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적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
② 육규 121 복지업무규정이 정하는 지연이율은 일부 연 12% 또는 연 15% 구간을 제외하고는 연 18%에 이르는데,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인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그와 같은 고이율의 지연이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근로자의 생활에 미칠 불이익 또한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없다[나아가 이 사건 상계합의에 따라 퇴직금에서 일시에 공제될 전세대부원금 및 지연이자금이 53,425,000원에 이르는데, 이는 상계합의에 따른 공제를 하지 않을 경우에 피고가 원고에게 일시에 지급해야 할 법정퇴직연금(퇴직수당) 80,373,030원(= 76,948,030원 + 3,425,000원)의 약 6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점까지 보태어 고려하면, 근로자인 원고가 이 사건 상계합의에 의하여 전세대부원금 및 지연이자금을 일시에 공제한 퇴직금만을 지급받을 경우 퇴직 후의 생활 보호에 상당한 불이익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가 항소로 구하는 범위에서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당심에서 인정한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