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유두열(기소), 이윤환(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해인 담당변호사 윤인태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7. 6. 21. 선고 2016고단26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은 면소.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첫째, 피고인은 2016. 3. 10.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사기죄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확정된 위 판결의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의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의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면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둘째, 피해자들이 2013. 5.경 이후 조합관계에서 탈퇴하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이 사건 동업약정으로 인한 조합관계에서 탈퇴하였고, 피고인은 그 후에도 단독으로 요양병원 설립 활동을 하였으므로 조합재산은 피고인의 단독소유로 되었는바, 따라서 피고인은 탈퇴에 따른 계산으로 피해자들에게 출자금 상당액을 반환할 민사상 채무를 질 뿐 재물 보관자의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조합재산을 임의로 소비 또는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동업약정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위 동업약정에 따른 피해자들의 출자는 단순한 강행법규 위반이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조합탈퇴 의사표시에 따라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마저 소멸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재물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출자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첫째 주장에 관한 판단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바, 이 때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에 넣어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678 판결 등 참조), 확정된 판결의 공소사실과 공소가 제기된 공소사실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본인 사회적 사실을 달리할 위험이 있다 할 것이므로 기본적 사실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고 볼 정도로 양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양자의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98. 7. 28. 선고 98도1226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3950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정한 면소사유인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는 공소가 제기된 공소사실을 확정판결이 있는 종전 사건의 공소사실과 비교해서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488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3. 10.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사기죄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확정된 위 판결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게 노인요양병원을 동업하자고 제의하여 2013. 3. 2.경 피고인은 3억 원, 공소외 1은 2억 원, 공소외 2는 8억 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2013. 3. 4.경 공소외 2와 투자 문제에 대하여 대화하던 중 담보를 제공하거나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공소외 2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6억 원을 빌려주면 1년 내로 갚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2로부터 차용금조로 2013. 3. 13. 7,000만 원, 2013. 5. 2. 1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아 편취한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3. 2. 초순경 노인요양병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으로 공소외 2로부터 6억 원, 공소외 1로부터 2억 원을 투자받기로 협의하고 공소외 2로부터 2013. 3. 13. 7,000만 원, 2013. 5. 2. 1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아 공소외 2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2014. 2. 17.경 피고인의 대출원리금채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확정판결의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의 공소사실은 그 범행일시 및 피해자, 목적물이 동일하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고, 단지 피고인이 한 영득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할 뿐이므로 위 두 개의 공소사실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확정된 위 판결의 효력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에도 미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결국 이는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따라 면소가 선고되어야 함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둘째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1782 판결,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참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의료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조합’이라 한다)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생협법은 소비자들의 자주·자립·자치적인 생협조합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생협조합이 비영리법인으로서 할 수 있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조합원의 건강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사업’을 규정하고, 제11조 제3항에서 ‘이 법은 조합 등의 보건·의료사업에 관하여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협법이 생협조합의 보건·의료사업을 허용하면서 의료법 등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한 것은, 보건·의료사업이 생협조합의 목적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 사업수행에 저촉되는 관계 법률의 적용을 선별적으로 제한하여 생협조합의 정당한 보건·의료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 생협조합을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된 비의료인의 보건·의료사업을 하기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와 같이 형식적으로만 생협조합의 보건·의료사업으로 가장한 경우에까지 관계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4360 판결,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4도3852 판결 등 참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그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789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은 모두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인 사실,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요양병원사업을 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를 제안하여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3억 원, 피해자 공소외 2가 6억 원, 피해자 공소외 1이 2억 원을 각 투자하여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하는 약정(이하 ‘이 사건 동업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의료기기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요양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요양병원 설립 후 실질적으로 운영을 맡기로 하였으며, 피해자들은 요양병원 설립 후 이사 등의 직책을 맡기로 한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요양병원사업으로 인한 수익을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5:5의 비율로 배분하기로 한 사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조합원 300명이 필요한데, 피해자 공소외 2가 130명가량, 피해자 공소외 1이 70∼80명가량의 조합원을 각 모집한 사실, 피고인은 출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2013. 3. 13. 7,000만 원, 2013. 5. 2. 1억 5,000만 원,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2013. 3. 13. 3,000만 원을 각 송금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이 사건 동업약정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자본을 함께 투자하고 명목상의 조합원들을 모집하여 비영리법인인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위 조합 명의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여 그 수익금을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5:5의 비율로 배분하기로 하는 동업약정으로서,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그의 주도 하에 요양병원을 설립한 후 실질적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하고, 피해자들은 자본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이익을 분배받기로 한 이 사건 동업약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동업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는바, 피해자들이 출자한 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무효인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출자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
나아가 설령 피해자들이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출자금을 교부한 후 위 동업약정에 따른 조합관계에서의 탈퇴 또는 조합해산청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하여 무효인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교부받은 출자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바, 피해자들에 대하여 보관자로서의 지위가 소멸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위와 같이 이 사건 동업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위 동업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이 부분과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 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니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유지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3. 2. 초순경 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 소재 센텀스타 아이스빈 커피숍에서 노인요양병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으로 공소외 2로부터 6억 원,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2억 원을 각 투자받기로 협의하고,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2013. 3. 13.경 피고인의 우리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3,000만 원을 송금받아 피해자 공소외 1을 위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4. 2. 17.경 피고인의 (주)흥국저축은행 대출원리금채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이를 횡령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1의 각 법정진술
1, 고소대리인 의견서 - (가칭)○○요양병원 설립계획서, 이메일, 조합설립계획표, 발기인대회 참석명단, 발기인동의서, 각 발기인 대회 사진, 조합원 가입자 명단, 조합설립절차개관, 위임계약서, 정관, 사업계획서, 부지선정계획서, 카카오톡메시지, 사실확인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55조 제1항(징역형 선택)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점, 피해액이 3,000만 원에 이르는 점,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면소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3. 2. 초순경 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 소재 센텀스타 아이스빈 커피숍에서 노인요양병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으로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6억 원, 공소외 1로부터 2억 원을 각 투자받기로 협의하고,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2013. 3. 13.경 피고인의 우리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7,000만 원을, 2013. 5. 2.경 피고인의 처 공소외 3의 우리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1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아 합계 2억 2,000만 원을 피해자 공소외 2를 위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4. 2. 17.경 피고인의 (주)흥국저축은행 대출원리금채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이를 횡령하였다.
2.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앞서 제2의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따라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