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무효확인
【전문】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생보부동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익현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12. 6. 선고 2018구합72642 판결
【변론종결】
2019. 10. 24.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무효임을 확인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한 2013. 7. 9.자 압류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한 2013. 7. 9.자 압류처분 및 별지 목록 기재 제2 내지 6 부동산에 관한 2013. 8. 14.자 압류처분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위 각 압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서 제3면 1행부터 3행까지 부분을 다음과 같이 바꾸고, 4행의 ‘[인정근거]’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및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1. 처분의 경위’ 해당 부분 기재와 같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29. 서울고등법원형사재판부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초기36), 2018. 7. 2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재판부에 접수된 위 이의신청 재판은 아직 어떤 결론이 내려지지 아니한 상태이다. 한편 이와 사실관계와 쟁점이 유사한 다른 사건인 서울고등법원 2013초기409 재판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20형사부는 2015. 1. 20. 2014초기382호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으나(헌법재판소 2015헌가4)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계속 중이다. 』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서 제4면 3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의 주장을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2. 원고의 주장’ 해당 부분 기재와 같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이 사건 부동산 중 별지 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의 처분이므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근거한 별지 목록 기재 제1 부동산(이하 ‘이 사건 제1 부동산’이라고 하고 같은 목록 기재 다른 부동산도 같은 방법으로 특정한다)에 관한 압류처분은 위법하다.』
3.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477조(재산형 등의 집행)
① 벌금, 과료, 몰수, 추징, 과태료, 소송비용, 비용배상 또는 가납의 재판은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한다.
② 전항의 명령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⑤ 검사는 제1항의 재판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99조 제2항을 준용한다.
제489조(이의신청)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는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특정공무원범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해당 죄와 다른 죄가 「형법」 제40조에 따른 상상적 경합(想像的 競合) 관계인 경우에는 그 다른 죄를 포함한다]를 말한다.
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죄
나.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2호 또는 제4호(같은 조 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國庫)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도 그 직무에 관하여 범한 「형법」 제355조의 죄
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5조의 죄
2. "불법수익"이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말한다.
3.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란 불법수익의 과실(果實)로서 얻은 재산, 불법수익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이들 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등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불법수익이 불법수익과 관련 없는 재산과 합하여져 변형되거나 증식된 경우에는 불법수익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한다)을 말한다.
4. "불법재산"이란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말한다.
제6조(추징)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 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범인에게서 추징(追徵)한다.
제9조의2(불법재산 등에 대한 추징)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
제9조의3(몰수·추징을 위한 검사 처분)
① 검사는 이 법에 따른 몰수·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제4호 및 제5호의 처분은 제3항에 따른 영장이 있어야 한다.
1. 관계인의 출석 요구 및 진술의 청취
2. 서류나 그 밖의 물건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에 대한 제출 요구
부칙〈제11883호, 2013. 7. 12.〉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례) 제9조의2부터 제9조의4까지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몰수 또는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적용한다.
4.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 요지
1)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
이 사건 각 처분은 형사소송법 제477조에 따라 이루어진 재산형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489조의 이의신청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 법률에서 행정소송 이외의 다른 절차에 의하여 불복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이상 행정소송으로 그 무효의 확인이나 취소를 구할 수 없다.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2) 제소기간의 도과로 부적법하다는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이 있었던 때로부터 1년이 지난 다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은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각 처분은 검사가 한 재판의 집행에 해당한다. 검사의 재판집행에 관하여는 우선 형사소송법 제489조에서 정한 재판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과 같이 다른 사람의 재판이 확정된 후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라 제3자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하여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사소송법 제489조의 적용 범위
형사소송법 제489조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는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대상이 되는 자가 판결의 주문에 따라 자신이 어떠한 형을 얼마의 기간 동안 또는 얼마의 액수를 집행 받게 될 것인지에 관하여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만약 검사가 선고된 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판결의 주문과 다르게 형을 집행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가 이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별도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간이한 방법으로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위법한 처분을 시정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판결의 당사자이자 판결의 주문 자체로 집행의 대상자임이 명백히 드러나는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이의신청 절차를 통하여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한 경우 신속하고 적절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른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집행 규정의 해석
이 사건 각 처분은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위 규정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선고한 추징액으로 제3자의 귀속재산에 대하여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재판 없이 검사로 하여금 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는 이러한 경우 범인에 대한 형사재판절차에서 자신의 권리를 방어할 수 없었던 제3자에게 어떠한 의견 진술과 변명하거나 방어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3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관계인의 출석 요구 및 진술의 청취를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관계인의 출석과 진술 청취가 의무적인 사항으로 규정되지 아니하여, 제3자에게 청문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재산형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검사에게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 행정소송 이외의 다른 절차에 의하여 불복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의 의미
행정소송법 제2조의 처분 개념 정의에는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의 근거 법률에서 행정소송 이외의 다른 절차에 의하여 불복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현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예컨대 검사의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와 재항고,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정신청에 의해서만 불복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7두47465 판결 및 검사의 공소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두1126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 규정은 형사소송절차의 한 당사자인 검사의 조사결과만으로 제3자가 불법재산의 정황을 알고 이를 취득하였다고 단정하고 그에 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서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더욱이 타인에 대한 재판으로 인하여 집행을 받는 제3자는 그 집행이 재판집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으므로, 형사소송법 제489조의 재판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로 범인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추징판결의 부당함을 그 절차에서 충분히 주장할 여지가 없었던 제3자의 출석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적어도 제3자에 대하여는 효과적인 권리구제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행정소송 이외의 다른 절차에 의하여 불복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처분에 대해서 항고소송이 될 수 없도록 하는 판례는 이와 같이 제3자인 원고가 형사소송법 제489조에서 정한 이의신청만으로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를 포섭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행정소송으로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제소기간 도과에 관한 판단
취소소송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처분 등이 있은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이를 제기하지 못한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2항).
갑 제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처분은 2013. 7. 9. 및 2013. 8. 14.에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소는 2018. 7. 26.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달리 원고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각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임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5.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원고 주장의 요지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각 압류처분은 아래 각 해당부분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는 것이다. 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 시행되기 전후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제1 부동산과 나머지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을 나누어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가 있는지 있다면 과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의 적법 여부 및 효력
2013. 7. 12. 공무원범죄몰수법이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9조의2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칙 제2조에서 ‘제9조의2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몰수 또는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현행 공무원범죄몰수법의 개정에 따른 위 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3. 7. 9. 이루어진 것이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위 압류처분 당시 개정 전 공무원범죄몰수법 또는 다른 적법한 법적인 절차에 따라 ‘몰수 또는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피고는 위 부칙 제2조의 적용과 해석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 추징 판결의 선고가 있었다면 본격적인 집행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위 조항의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 해당하거나, 목적론적 해석에 따라 개정된 공무원범죄몰수법의 규정이 시행되기 전 압류처분이 있었던 이 사건 제1 부동산의 경우에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판결에서 추징의 선고가 있었다고 하여 그 선고만으로써 부칙 조항에서 말하는 ‘추징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더군다나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상 제3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의 소급 적용은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이 이루진 것으로서 위법할 뿐 아니라 이와 같은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처럼 압류처분 이후 개정 공무원범죄몰수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처분의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의 적법 여부
1) 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4호의 불법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의 ‘불법재산’이란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의미하고(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4호), ‘불법수익’이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란 불법수익의 과실로서 얻은 재산, 불법수익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이들 재산의 대가로서 얻은 재산 등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되어 형성된 재산을 말한다(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2호, 제3호).
갑 제8호증, 을 제4, 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3. 6. 3. 전두환의 미납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한 팀을 구성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두환의 장남인 전재국은 2013. 9. 10. 검찰에 출석하여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을 포함한 부동산들을 책임재산으로 제공하면서 책임재산의 실제 소유자는 전두환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와 이를 검찰에 자진 납부한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은 전두환이 이창석 또는 (이창석의 아들인) 이원근의 명의를 차용하여 소유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은 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4호의 불법재산에 해당한다.
2) 원고가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이 불법재산에 해당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취득하였는지 여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이 대표이사인 주식회사 비엘에셋,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 이원근과 이 사건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하였고, 부동산신탁을 전문으로 하면서 그에 부수하는 여러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도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관하여 2004. 1. 29., 2005. 6. 22., 2006. 12. 21. 등에 이창석, 이원근과의 담보신탁 계약의 체결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2004. 1. 29. 또는 2006. 12. 29. 이후로 계속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의 수탁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주식회사 비엘에셋 등과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두환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이후이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담보신탁을 체결한 사람들과 전두환과의 관계, 전두환에게 미납 추징금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충분히 추단된다.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담보신탁 당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이 전두환의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위 부동산의 수탁자로서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이 신탁법 제22조에 반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이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은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단서는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란 신탁 전에 이미 신탁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등 신탁재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발생된 경우를 말하는바(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545, 86다카3876 판결, 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두2449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판결에 따른 추징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이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해당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른 추징과 신탁법 제22조 제1항과의 관계
이 사건 제2 내지 6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신탁재산인 위 부동산에 대하여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른 추징의 집행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범인 외의 제3자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규정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 규정과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금지한 신탁법 제22조 제1항의 규정은 서로 모순·저촉된 것으로 보인다.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 경우 신법이 구법에, 그리고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이때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지는 각 법률의 입법 목적, 규정 사항 및 그 적용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6714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두4590 판결 등 참조).
공무원범죄로 인한 불법재산의 형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강제집행의 대상을 확대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의 규정은 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신설된 규정인데 ‘범인 이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 등에 한하여 범인 외의 제3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1961. 12. 30. 법률 제900호로 신탁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한 규정으로서,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 등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범죄몰수법상 불법재산인 신탁재산의 강제집행에 대하여는 위 공무원범죄몰수법의 규정이 위 신탁법의 규정에 대하여 신법 또는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신법 또는 특별법인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추징의 집행이 신탁법 제22조 제1항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4)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의 무효 여부
설령, 위와 같이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각 압류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가)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2825 판결 참조). 또한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두3460 판결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앞서 든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따르면,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의 하자는 그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외관상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환수하기 위하여 형법 규정보다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을 확대하고, 특정공무원범죄로 직접 얻은 재산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까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며, 불법재산임에 대한 검사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이므로, 추징의 대상인지 즉, 불법재산인지 여부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고, 취득재산의 가액, 범인의 재산운용상황, 불법수익금액 및 재산취득시기 등 제반요소를 개연성 판단자료로서 고려하도록 하였다.
② 앞서 본 2013년 개정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제3자에 대한 추징 규정을 신설하면서, 최근 전직 대통령이 거액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고 이들이 그 친족에게 이전한 불법재산, 혼합재산에 대하여는 몰수·추징도 곤란한 실정이므로 불법재산 형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무원범죄의 몰수·추징제도를 개선하고자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도 추징을 할 수 있도록 그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③ 2009. 5. 26. 주식회사 부림상호 저축은행 등 9개 저축은행이 주식회사 비엘에셋에 대출을 실행하면서 담보 목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 전부에 관하여 이 사건 담보신탁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로서도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을 비롯한 이 사건 부동산이 주식회사 비엘에셋과 그 대표이사인 전재용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 전부가 불법재산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전두환의 불법재산인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하여 그 사정을 알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담보신탁을 체결하고 이 사건 담보신탁의 수탁자의 지위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전두환의 장남인 전재국은 검찰의 참고인 조사 당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은 실질적으로 전두환의 재산임을 인정하면서 검찰의 수사 및 환수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을 약속하였다.
⑤ 피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통하여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자가 그 범죄행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환수하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목적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특히 신탁의 경우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에 의하여 신탁자가 언제든지 다시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어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자가 제3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추징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취지가 사실상 몰각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2013. 7. 9.자 압류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부분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다. 그러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전부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2013. 8. 14.자 압류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부분을 기각하는 판결을 할 수는 없으므로, 제1심판결 중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관한 부분만을 취소하고, 이에 대한 2013. 7. 9.자 압류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별지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