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이전등기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하 담당변호사 권성민 외 1인)
【피 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유라이프 담당변호사 박기혁)
【변론종결】
2020. 6. 11.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가 2019. 1. 16. 원고에 대하여 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 피고가 2019. 1. 16. 원고에 대하여 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 청구: 주문 제2항 기재와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등
가. 피고는 하남감일지구 공공주택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시행자이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지구 안에 있는 하남시 항동 (지번 1 생략)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서 ‘○○○○○○’라는 상호로 건축자재 판매업을 영위한 자이다.
나. 피고는 2016년경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 자들을 대상으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안내를 하였는데, 위 안내문에는 유의사항으로 ‘공장이주대책용 용지는 생활대책 용지와 중복 공급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이중신청,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정되었거나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정된 이후에도 자격미달, 신청서류의 하자 등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16. 12. 5. 피고에게 공장이주대책 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6. 12. 26. 원고에게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이하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이라 한다)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17. 4. 24.경 이루어진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낙첨되었다.
라. 원고는 2017. 11. 17.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생활대책 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7. 12. 27. 원고에게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그 후 피고는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들로 구성된 조합에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고, 생활대책 대상자는 조합을 통해 권리를 행사하여야 함을 알리는 내용의 생활대책용지 공급공고를 하였고, 이에 따라 생활대책 대상 선정자들로 구성된 비법인사단인 △△△△조합이 설립되었으며, 원고는 2018. 12. 13.경 △△△△조합에 가입하였다. △△△△조합은 2018. 12. 27. 피고와 하남시 감일동 (지번 2 생략) 대 1,472㎡에 관하여 생활대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한편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 통보 이후인 2018. 11. 23. 원고를 포함한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낙첨된 자들을 대상자로 한 공장이주대책 공급공고를 하였는데, 원고는 2018. 12. 7. 공장이주대책용지 추첨에서 당첨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8. 12. 17. 피고와 하남시 감일동 907-7 대 510㎡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1,320,900,000원으로 하는 공장이주대책용지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피고에게 계약금으로 132,090,000원을 지급하였다.
바. 그런데 피고는 2019. 1. 16. 원고에게 ‘원고가 생활대책과 공장이주대책에 중복으로 선정되었고, 이는 계약 체결 후 분양대상자 선정조건 불비 등 자격요건 미비나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로서 계약해제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로 통보하였고, 2019. 1. 28. 원고 앞으로 계약금 132,090,000원을 공탁하였다.
사. 원고는 2019. 2. 26.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가 부적법함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서울동부지방법원 2019가단112398호)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9. 3. 6. 토지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이송하였다. 그런데 위 사건을 이송받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19가단206178호)은 2019. 6. 28. 원고의 청구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취지로서 이는 행정소송에 속한다는 이유로 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행정부로 다시 이송하였다. 이에 위 사건은 이 법원에 이송되어 2019. 7. 9. 접수되었고, 원고는 2019. 7. 18. 이 사건 청구취지와 같이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예비적으로는 위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5호증, 을1 내지 12,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가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통지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하는 취지의 행정처분에 해당하는데, 위 처분에는 처분의 사전통지,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또한 피고가 안내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안내 등에 의하더라도,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가 생활대책 대상자로 중복 선정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가 생활대책 대상자로도 선정되었다고 해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 내지 철회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가 없으므로, 위 처분에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절차적, 실체적 하자는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 명백하므로 원고는 주위적으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설령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 명백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예비적으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한다.
3.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의 요지
1) 원고가 당초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청구를 변경하였는데, 이러한 청구 변경은 청구기초의 동일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2) 설령 위와 같은 청구 변경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하는 취지의 매매계약 해제통보가 이루어진 날은 2019. 1. 16.경이었는데, 원고가 청구 변경을 통해 위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취소 등을 구한 것은 처분이 있음을 안날로부터 90일이 지난 2019. 7. 18.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위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제소기간을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소 변경의 적법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청구를 변경한 것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른 소 변경에 해당한다. 민사소송법 제262조는 그와 같은 소 변경의 요건으로 청구기초의 동일성을 요구하고 있는바, 동일한 생활사실 또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 있어서 그 해결방법에 차이가 있음에 불과한 경우에는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32133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2다2337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처음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청구의 소와 행정법원으로 이송된 후 청구의 변경을 통하여 구하고 있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 취소처분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 청구의 소는 그 사실관계가 모두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이라는 동일한 생활사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선정결정 내지 이를 토대로 이루어진 매매계약 해제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공장이주대책에 관한 권리라는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으로 그 해결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경우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의 변경에 있어서는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2) 제소기간 도과 여부
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른 소 변경의 경우 제소기간의 준수 등은 원칙적으로 소의 변경이 있은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두7023 판결 참조).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고(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본문), 그 제소기간은 불변기간이며(같은 조 제3항), 다만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이를 준수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같은 법 제8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해태된 제소행위를 추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여기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란 당사자가 그 소송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하여야 할 주의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사유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두6916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통보를 하면서 단순히 생활대책과 공장이주대책이 중복 선정되었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만을 고지하였을 뿐이고 그 매매계약의 기초가 되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직접 포함된 처분을 별도로 하지 않았던 점, ② 더욱이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서에는 처분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이나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할 경우의 처리방법, 의견제출기한 및 불복방법 등을 전혀 담고 있지 않은 점, ③ 원고는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를 받은 후 불과 40일 만에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가 2019. 6. 14. 구체적인 답변을 담은 준비서면을 제출하기 전까지도 피고는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와 별도로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정식으로 취소하는 별도의 처분을 하지 않았던 점, ④ 피고는 민사재판 과정에서 위 2019. 6. 14.자 준비서면을 통해 별도로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지 않은 이상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는 위 선정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위 처분의 효력을 다투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 ⑤ 원고는 2019. 6. 17. 위 준비서면을 송달받았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2019. 6. 19. 제1회 변론기일이 열렸는데, 재판장은 위 기일에서 위 사건을 행정법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하여 속행(다음 기일은 추후지정으로 함)하고 2019. 6. 28. 이송결정을 하였는바, 위와 같은 민사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원고로서는 이송결정에 따라 행정법원으로 사건이 이송되어 접수되기 전까지는 절차상 항고소송의 형식으로 청구를 변경하는 것이 곤란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피고가 위와 같이 민사재판 과정에서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가 곧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위 사건이 행정법원으로 이송되어 접수가 된 2019. 7. 9. 이전까지는 위 매매계약 해제 통보를 행정처분으로 삼아 항고소송의 형식으로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기가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는 원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원고는 행정법원으로 사건이 접수된 2019. 7. 9.로부터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에서 정한 추후보완 기간인 2주일 이내에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한 처분의 무효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형식으로 청구를 변경하였으므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해태된 제소행위의 추후보완에 따라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한편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 통보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가진다는 내용의 피고의 위 2019. 6. 14.자 준비서면을 송달받은 2019. 6. 17.에 비로소 위 선정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처분이 있음을 알았다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고, 원고가 항고소송 형식으로 소를 변경한 것은 그로부터 90일 이내이므로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위 취소소송은 적법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위 항변 역시 이유 없다.
4.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처분의 특정 및 그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분양대상자 선정조건 불비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보를 한 것은 피고가 특정인을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인·결정하는 처분을 하였다가 그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 통보를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하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아가 피고가 밝히는 처분의 사유는 일단 적법 요건을 구비하여 유효하게 효력을 발하고 있는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에 대하여 그 행정행위의 성립 이후 생활대책 대상자 중복선정이라는 후발적 사유로서 행정행위의 효력을 존속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한 것인바, 결국 이 사건 처분은 강학상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의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두11959 판결 등 참조).
나. 절차상 하자의 유무
1) 행정절차법의 적용 여부
피고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에 대한 취소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이주대책에 관한 계획 수립시 사업시행자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일 뿐 그 절차를 법률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에 따라 행정절차법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는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과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 제7호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재결·결정에 관한 사항‘을 행정절차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절차법 시행령에서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결정의 취소 내지 철회가 행정절차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처분과 같이 수익적 행정행위인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관하여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위법의 존재 여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에서는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다만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권익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그 사전통지나 의견제출의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4181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처분은 수익적 행정행위를 철회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및 제22조 제3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전에 서면으로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는 뜻을 알리며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할 수 있음을 통지하고 원고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전에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칠 경우 원고가 공장이주대책용지에 관한 권리를 전매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의견청취 등의 절차적 권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계약금만을 지급한 상태에서 공장이주대책용지에 관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함에 있어 법적 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그와 같은 제3자는 등기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여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해제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진 자로서 민법 제548조 제1항에 의해 보호받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원고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위법이 있다.
3) 처분의 이유제시를 하지 아니한 위법의 존재 여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처분이 위법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8571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통보를 함에 있어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과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이 중복되어 계약해제사유가 존재한다’는 내용을 고지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처분 역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과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의 중복이 허용될 수 없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알 수 있어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 제시에 관한 절차적인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실체적 하자의 유무
1) 이른바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는 그 처분 당시 별다른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케 하는 행정행위이므로,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거나 행정행위의 부관으로 그 철회권이 유보되어 있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원래의 행정행위를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2) 피고가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에 관하여 한 안내문에 ‘공장이주대책용 용지는 생활대책 용지와 중복 공급되지 아니하므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확정된 이후라도 이중신청 등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과 ‘향후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하면서 원고에게 ‘향후 부적격 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린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정이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철회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 사건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다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
① 공장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은 모두 공익사업으로 인해 토지 등 재산권을 박탈당한 자들의 생활 또는 영업의 재건을 돕기 위한 조치라는 면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공장이주대책의 경우 토지보상법 제78조의2에 의해 사업시행자에 대하여 공장이주대책의 수립 · 실시의무가 부과되는 등 일반적인 근거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에, 생활대책은 그와 같은 명문의 근거규정이 없이 사업시행자의 내부규정을 근거로 하여 사업의 추진을 원활히 한다는 정책적 목적과 이주자들의 생활안정을 기한다는 사회보장적 배려 차원에서 실시되는 시혜적 조치로 사업시행자에게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장이주대책은 산업단지의 조성을 통한 공장용지의 공급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생활대책은 소규모 상업용지나 근린생활시설용지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공장이주대책이 수용에 의한 취득과 협의취득을 가리지 않고 인정되는 반면, 생활대책은 통상 협의양도에 따라 자진이주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양 제도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양 제도의 성격과 내용, 그에 따른 공장이주대책 및 생활대책 대상자로서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공장이주대책과 생활대책 선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대상자에 대하여는 그 대상자가 자발적으로 공장이주대책을 포기하고 생활대책만을 선택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률에 의해 수립 및 실시가 강제되는 공장이주대책에 대한 권리가 우선적이고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② 위와 같은 관점에서 피고가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에 관하여 한 안내문에 적시한 ‘공장이주대책용 용지는 생활대책 용지와 중복 공급되지 않는다’는 내용 역시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생활대책 대상자로 중복하여 선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그와 반대로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다거나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이미 선정되어 발생한 지위가 박탈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③ 특히 피고가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을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보다 1년 이상 앞서 실시한 것도 위와 같은 공장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의 제도적 특성과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양 제도 실시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중복 불가’의 의미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에 뒤이어 이루어지는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에 있어 이미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는 제외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④ 더욱이 피고가 수립하여 공고한 생활대책용지 공급계획에 의하더라도, 생활대책 대상자로 선정된 자가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중복하여 선정될 수 없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다.
⑤ 피고는 원고가 생활대책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공장이주대책 신청 포기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며 그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 ‘원고의 공장이주대책 신청 포기 의사를 확인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심사서(을3호증)를 제출하고 있으나, 위 문서는 그 작성 주체와 시기, 경위를 확인할 수 없어 그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공장이주대책 신청을 포기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5. 절차적, 실체적 위법사유가 이 사건 처분에 미치는 영향
가.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1)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2825 판결 등 참조). 또한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두2510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두3460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보건대, 처분의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는 당사자가 처분에 불복하기 위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며 처분의 효력을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었던 점, 피고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한 측면이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과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이 중복적으로 이루어진 이례적인 상황에서 원고가 이중의 이득을 누리는 것을 막아 공장이주대책 및 생활대책 대상자 사이의 형평을 재고하고 사업을 원활히 추진한다는 목적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대상자 중복 선정에 따른 공장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결정의 효력에 대한 명백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아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공장이주대책 신청을 포기하였는지에 관한 사실관계의 오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료에 기인한 사실관계의 오인을 외형상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실체적 하자 역시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에는 위와 같은 절차적, 실체적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