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정혜승(기소), 이재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조종만(국선)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9. 19. 선고 2019고정62 판결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가. 피고인은 ‘주식회사 ○○○○’(이하 ‘구 ○○’이라 한다) 동업자들과의 분쟁으로 인하여 구 ○○을 폐업하고 ‘△△△△ 주식회사’(이하 ‘신 △△’이라 한다)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구 ○○의 자산을 확보하고자 그 당시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었던 피해자 주식회사 □□□□(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과 통정하여 (차량번호 생략) 봉고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대하여 허위로 양도담보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차량은 피해자 회사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된 물건이 아니다.
나. 설령, 이 사건 차량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된 것이라 하더라도,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관련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계약에 따라 피해자 회사에게 이 사건 차량의 등록명의를 이전하여 줄 의무는 피고인 자신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라 볼 수 없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사실을 피해자 회사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 사건 차량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배임죄의 고의가 없었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 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498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와 부동산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전에 임의로 그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이 감소되는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배임죄를 구성하고(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5975 판결 등 참조), 자동차에 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 자동차의 교환가치는 저당권에 포섭되며, 저당권설정자가 자동차를 매도하여 소유자가 달라지더라도 저당권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권설정자가 단순히 저당권의 목적인 자동차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것만으로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하고 점유하는 채무자가 부당히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이유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심판결을 기록과 면밀히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고, 피고인에게 배임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 참조),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 작성된 ‘양도담보부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피고인의 의사표시를 해석한다면, 이 사건 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다.
2) 관련 대법원 판결의 경우 위 판결에서의 피고인이 동산인 골재생산기기 ‘크러셔’를 피해자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의 담보로서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인도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여 준 후 이를 점유하고 있던 중 피고인이 위 크러셔를 제3자에게 매각한 결과 피해자 은행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 위 ‘크러셔’의 경우 특별히 등기나 등록으로 공시되는 동산이 아니라 일반적인 동산에 해당하는바, 이와 같은 경우 점유개정의 방식에 따른 ‘인도’만으로도 채권자는 채무자와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 채권 담보의 목적으로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반면(소위 ‘신탁적 양도설’), 이 사건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 차량은 앞서 본 관련 법리에서 볼 수 있듯이 원칙적으로 채무자와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등록이 없는 한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등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관련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 사건에서의 사실관계와 달라 위 판결의 법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3) 오히려, 앞서 본 관련 법리의 내용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 차량은 등기나 등록으로 공시되는 동산으로서 물권 변동의 요건과 절차 등이 부동산과 유사한데, 부동산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전에 임의로 그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이 감소되는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는 점, 특히 대법원 판례는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하고 점유하는 채무자가 부당히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무자가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제공한 자동차를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이 감소되는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실제로 피해자 회사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이 감소되는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