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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구고등법원 2021. 6. 16. 선고 2020나20907 판결]

【전문】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텍서스 에스 피 에이(Texsus S.p.A.)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비룡 외 1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주식회사 한성화이바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중수)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 9. 선고 2018가합200864 판결

【변론종결】

2021. 4. 28.

【주 문】

 
1.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유럽연합통화 201,616.1095유로 및 이에 대하여 2016. 10. 26.부터 2021. 6. 16.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유럽연합통화 567,362.09유로 및 이에 대하여 2016. 10. 26.부터 2017. 11. 27.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유럽연합통화 246,610.72유로 및 이에 대하여 2016. 10. 26.부터 2020. 1. 9.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① 원고는 이탈리아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섬유도매업을 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대한민국 상법에 의하여 설립된 부직포 및 펠트 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② 원고는 2013. 5. 10. 피고에게 품질기준 명세서(이하 ‘위 품질명세서’라 한다)를 보냈는데, 위 품질명세서에는 아래와 같이 형광증백제를 금지한다는 내용(이하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이라 한다) 등의 ‘독성물질 요구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MOD 44 - Toxicological Requirements36.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or present in the material
피고는 2014. 7. 7.경 위 품질명세서에 서명·날인하여 원고에게 보냈다.
그 후 피고는 2014. 11. 20.경 우리나라를 방문한 원고의 대리인과 사이에 구두로, ‘피고는 원고에게 섬유제품을 제작하여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③ 피고는 2015. 3.부터 2016. 1. 14.까지 원고에게 재생섬유 1,124.64톤을 공급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그 대금으로 유럽연합통화 1,254,176.09유로(이하 유럽연합통화 유로를 ‘유로’라 한다)를 지급하였다.
③ 원고는 2015. 4. 8.경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섬유에 형광증백제가 포함되어 있음을 처음 발견하고, 피고에게 물품부적합 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2016. 10. 14.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다.
 
1.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섬유를 제작하여 원고에게 공급하였다.2. 그러나 피고가 공급한 섬유에는 형광증백제(Optical Brightener)가 첨가되어 있었는바, 이는 당초 이 사건 계약 당시 납품조건인 ‘이 사건 섬유에 형광증백제가 첨가되어 있지 않을 것(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or present in the material)을 위반한 것이다.3. 이에 원고는 피고가 공급한 섬유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산정된 손해배상금은 총 2,527,319.93유로이다.4. 피고는 2016. 10. 25.까지 원고에게 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 주기를 바란다.
④ 이탈리아는 1986. 12. 11.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1980, 이하 ‘CISG’라 한다)에 가입하였고, 대한민국은 2004. 2. 17. CISG에 가입하였다(이탈리아국은 1988. 1. 1., 대한민국은 2005. 3. 1.에 CISG가 각 발효되었다).
이 사건에 관한 CISG 규정(원문 및 번역문)은 별지1 ‘CISG 관계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제4호증의 2, 제11호증의 1 내지 4, 1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긍정)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형광증백제가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만족하는 섬유를 피고에게 공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형광증백제가 존재하는 섬유를 공급하였다. CISG 제35조 제1항에 의하면, 매도인은 계약에서 정한 품질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 및 CISG 제35조 제1항을 위반하였고,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에게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섬유를 공급하기는 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계약 및 CISG 제35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않았다.
①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이 포함된 위 품질명세서는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기 전 협의 단계에서 교부된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내용이 아니고, 피고는 위 품질명세서를 교부받은 후 원고와 사이에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을 국제섬유환경인증(Oeko-Tex standard 100)을 받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하였다.
② 설령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이 이 사건 계약에 포함되더라도,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의 영어 원문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or present in the material’ 중 ‘present in the material’ 부분은 ‘형광증백제는 소재에 의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피고는 원고에게 매도한 섬유를 제작하면서 형광증백제의 첨가 또는 존재를 의도하거나 인식한 적이 없으므로, 피고는 위 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
나. 준거법
이탈리아국법에 따라 설립된 원고가 대한민국법에 따라 설립된 피고에 대하여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관련 조약 및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CISG 제1조 제1항 (a)호에 의하면, CISG는 해당 국가가 모두 체약국인 경우 영업소가 각 다른 국가에 소재한 당사자 간의 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된다. 이 사건 계약은 이탈리아국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는 원고와 대한민국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는 피고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으로서 그 영업소가 소재한 이탈리아국과 대한민국은 모두 CISG 체약국이므로, 이 사건 계약 및 이에 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CISG가 적용된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는 2019. 12. 12. 제1심 제6회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에 대하여 보충적 준거법으로 대한민국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CISG에서 직접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있는 법률관계에는 위 준거법 합의에 따라 보충적으로 대한민국법이 적용된다.
다. 형광증백제 금지조항 합의 존부 (긍정)
위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호증의 1 내지 제8호증의 2, 을 제1 내지 제3호증의 2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내지 ⑤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은 당초 구두로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 포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2014. 7. 7.경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이 포함된 위 품질명세서(갑 제2호증의 1)에 서명·날인하여 원고에게 보냈고, 그 후 2014. 11. 20.경 우리나라를 방문한 원고의 대리인과 사이에 구두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피고 직원 소외 1의 제1심 증언의 취지는, ‘피고는 재생원료를 사용하므로 위 품질명세서에 포함된 독성물질에 관한 요구사항의 준수 여부를 일일이 검수할 수 없으므로 위 품질명세서에 서명·날인하여도 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중개한 스위스 라감사의 직원인 소외 2에게 위 품질명세서에 대하여 질의하였는데, 소외 2는 위 품질명세서에 피고가 서명·날인하여야만 이 사건 계약의 진행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였고, 이에 피고는 위 품질명세서에 서명·날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녹취서 제10∼11쪽).
③ 피고의 실무진은 2014. 11. 20. 원고의 실무진과 사이에 개최한 회의(이하 ‘2014. 11. 20.자 회의’라 한다)에서, 위 품질명세서에 포함된 ‘독성물질에 관한 요구사항’(Toxicological Requirements)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피고의 제1심 2018. 6. 22.자 준비서면 제11∼12쪽).
④ 아래 ㉠, ㉡ 기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피고가 2014. 11. 20.자 회의 당시 원고와 사이에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그 대신 국제섬유환경인증인 ‘Oeko-Tex Standard 100’(별지2 기재와 같다)을 받기로 합의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이 사건 계약을 주선한 스위스 라감사의 직원으로서 2014. 11. 20.자 회의에 참석한 소외 2가 작성한 회의록(을 제3호증의 1, 2)에는 ‘원고가 요구한 서류들’ 중 하나로 ‘(3)안전 및 무독성 확인 증명서: 소외 1은 Oeko-Tex로부터 받은 실험결과 복사본을 보내야만 하고, 원고가 서류를 검토할 것’이라는 기재가 있을 뿐, 위 실험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을 대체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 피고 주장 국제섬유환경인증에는 형광증백제(Optical Brightener)와 관련된 검사항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을 제1, 2호증) 원고가 위 품질명세서에 포함된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을 위 국제섬유환경인증으로 대체할 별다른 실익이 없고, 원고가 피고에게 위 국제섬유환경인증서를 요구한 것은 피고가 위 품질명세서에 포함된 다른 독성물질 기준 등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가 2015. 4.경 피고에게,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섬유에 형광증백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통지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2015. 4. 21. 미화 70,000달러를 배상하겠다고 제안하였고(갑 제6호증의 1 내지 3), 2015. 5. 7.경 미화 144,000달러를 배상하겠다고 제안하였으며(갑 제7호증의 1 내지 3), 2015. 6. 22. 미화 250,000달러를 지급함으로써 이를 배상하겠다고 제안하였다(갑 제5, 8호증의 각 1, 2).
라.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의 의미
살피건대, 형광증백제 금지조항(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or present in the material) 중 ‘or present in the material’ 부분의 의미는 ‘or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present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고의로 제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or optical brighteners are not present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제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의 주어인 Optical brighteners(형광증백제)는 무생물인 점, ‘첨가된(added)’은 주어가 아닌 타인에 의한 피동(被動)을 의미하는 반면 ‘존재하는(present)’은 타인에 의한 피동(被動)이 아니라 주어 자신의 상태를 의미한다.
주어 Optical brighteners(형광증백제)가 ‘are not intentionally added in the material(타인에 의하여 고의로 제품에 첨가되지 않는다)’는 요구는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주어 Optical brighteners(형광증백제)가 ‘are not intentionally present in the material(자신의 고의에 의하여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반면, Optical brighteners(형광증백제)가 ‘are not present in the material’(제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적으로 실현가능하다.
따라서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은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타인에 의하여 고의로 제품에 첨가되지 않는다)’와 ‘or optical brighteners are not present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제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가 결합된 문장이라고 보아야 한다.
② 만일 피고의 주장처럼, 형광증백제 금지조항이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타인에 의하여 고의로 제품에 첨가되지 않는다)’와 ‘or 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present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타인의 고의에 의하여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다)’를 결합한 문장이라고 해석할 경우 동일한 의미의 문구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여 부자연스럽다.
③ 위 품질명세서 중 다른 조항들, 예를 들어 고무라텍스 금지조항의 경우 ‘Rubber latex is not intentionally added’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or present in the material’이라는 기재는 없다.
마. 손해배상책임 발생 (긍정)
1) 앞서 본 바와 같이 형광증백제 금지조항(optical brighteners are not intentionally added or present in the material) 중 ‘or present in the material’ 부분의 의미는 ‘or optical brighteners are not present in the material’(형광증백제가 제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피고는, 형광증백제가 섬유에 존재하는 것을 의도하거나 인식하지 않았더라도, 형광증백제가 존재하지 않는 섬유를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
CISG에 의하면, 매도인은 계약에서 정한 수량, 품질 및 종류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하여야 하고(제30조, 제35조 제1항), 매도인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수인이 제74조 내지 제77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45조 제1항 (b)호].
피고가 원고에게 형광증백제가 존재하는 섬유(이하 ‘이 사건 하자섬유’라 한다)를 공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 및 CISG 제35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CISG 제45조 제(1)항 (b)호에 의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의 주장은, CISG 제75, 76조에 의하면, 계약당사자는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만 CISG 제74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 적이 없으므로 CISG 제74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CISG 제75조, 제76조에 의하면,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한 경우 제75조와 제76조가 정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CISG 제45조 제1항 (b)는, 매도인이 계약 또는 이 협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매수인은 제74조 내지 제77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은 경우에 CISG 제74조가 정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니,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바. 책임의 제한
피고는, 원고가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CISG에는 책임의 제한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으나, 이 사건에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대한민국법에 의하면,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거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37721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갑 제1호증의 1, 3, 을 제1 내지 3호증의 2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내지 ③ 사정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의 책임을 손해액의 65%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① 피고가 원고에게 공급한 섬유는 Oeko-Tex standard 100 Products Class Ⅰ인증(Oeko-Tex의 모든 요구사항과 유럽의 유해물질법규에 따른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유아용 제품에 사용가능하다는 내용)을 받았으므로, 일반적 섬유품질 기준에 의하면,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② 원고는 2014. 6.경부터 2014. 9.경까지 3회에 걸쳐 피고로부터 시제품을 공급받은 후 2014. 11. 20.경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2015. 3.부터 원고에게 이 사건 하자섬유를 공급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공급하기 전에 약 9개월 동안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시제품을 검사하여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하자가 있음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제품의 하자 유무를 검사하지 않았다.
③ 재생섬유의 경우에는 형광증백제가 흔하게 사용되고,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섬유가 형광증백제가 포함되지 않는 섬유에 비하여 경제적 가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섬유도매업을 하는 원고는, 피고가 공급하는 섬유가 재생섬유인 점, 재생섬유의 경우에는 형광증백제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알 수 있었음에도, 위 품질명세서 외에 별도로 피고에게 형광증백제가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요구하지 않았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공급함으로 인하여 원고는 아래 표(이하 ‘원고 주장 표’라 한다)의 ‘원고 주장 손해항목’ 및 ‘손해액’란 기재와 같은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CISG 제74조 소정의 손해배상금으로 합계 567,362.09유로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순번원고 주장 손해항목손해액(유로)관련 증거 및 내역1소극적 손해(처분손실)439,309.74갑 제12, 16호증의 각 1, 2(=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한 대금 1,254,176.09유로 - 원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매도하여 얻은 대금 943,997.46유로)2 성분검사비용3,389.29갑 제10호증의 1, 2, 제27, 28호증(이 사건 하자섬유의 성분검사를 위하여 지출)3 원고가 지급한 손해배상금73,816.00갑 제13, 17, 30호증의 각 1, 2, 제18, 19, 29, 31호증[원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공급한 거래처에 지급한 손해배상금, 계산내역: 2015.4.29. 인티제나 프로덕션(INTIGENA PRODUCTION GMBH&CO KG.)에게 30,141유로 + 유로필 에스알엘(EUROFIL S.R.L.)에게 2015.11.25. 1,437.28유로 및 2016. 2. 26. 3,697.39 유로 + 2016.5.30. 파몬 에스피에이(PAR-MON S.P.A.)에게 35,000유로]4운송 및 보관비용50,847.07갑 제20호증의 1, 2(이 사건 하자섬유를 운송 및 보관하기 위하여 지출) 합계567,362.09
2) 피고의 주장
CISG 제74조 제2문에 의하면,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위반 당사자가 계약 체결시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계약위반의 가능한 결과로서 발생할 것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손실을 초과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고 주장과 같은 범위의 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이를 예견할 수도 없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범위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
나. 법리
CISG 제74조에 의하면,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이익의 상실을 포함하여 그 위반의 결과 상대방이 입은 손실과 동등한 금액이고, 그 손해배상액은 위반 당사자가 계약 체결시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계약위반의 가능한 결과로서 발생할 것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손실을 초과할 수 없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채무불이행이 있는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7다8399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076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CISG 제74조에서 말하는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의 결과 상대방이 입은 손실과 동등한 금액’이란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상대방의 재산상태’와 ‘그 계약위반이 있는 현재의 상대방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의미한다.
다. 인정 손해(원고 주장 표 순번 1번 주장)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2, 16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이 사건 하자섬유를 공급받고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정한 대금 1,254,176.09유로를 지급하였으나, 그 이후 이 사건 하자섬유를 그보다 낮은 가격인 943,997.46유로에 매도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원고와 피고가 자유시장에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이 정한 대금은 하자가 없는 섬유의 시장가격이고, 위 매도가격은 이 사건 하자섬유의 시장가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계약위반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원고의 재산상태’는 하자가 없는 섬유 1,254,176.09유로 상당을 취득하는 것이고, ‘계약위반이 있는 후의 원고의 실제 재산상태’는 이 사건 하자섬유 943,997.46유로 상당을 취득한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의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위 차액 310,178.63유로(= 1,254,176.09유로 - 943,997.46유로)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가 발생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위 차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라. 불인정 손해 (나머지 주장)
1) 원고 주장 표 순번 2번 손해 (불인정)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그 거래처로부터 형광증백제로 인한 품질 관련 항의를 받은 후 이 사건 하자섬유에 형광증백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하여 원고 주장 표 순번 2번 기재 성분검사비용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섬유 도매업자인 원고는 자신이 거래하는 섬유에 하자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일반적으로 하자를 검사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비용은 피고의 계약위반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니,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 주장 표 순번 3번 손해 (불인정)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인티제나 프로덕션(INTIGENA PRODUCTION GMBH&CO KG), 유로필 에스알엘(EUROFIL S.R.L) 및 파몬 에스피에이(PAR-MON S.P.A)에게 공급한 후 위 각 거래처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주장 표 순번 3번 기재 금액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대한민국 소재 피고로서는 계약위반 당시 이탈리아국 소재 원고가 장차 이 사건 하자섬유를 수령한 후 하자 여부를 검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다른 업체에 이 사건 하자섬유를 매도할 것인지, 그로 인하여 얼마의 손해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고 주장 표 순번 4번 항목 (불인정)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처분하기 전에 장기간 이를 보관하느라 원고 주장 표 순번 4번 기재 보관비와 운송비를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갑 제20호증의 1, 2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대한민국 소재 피고가 계약위반 당시 장차 이탈리아국 소재 원고가 이 사건 하자섬유를 수령한 후 얼마나 보관하고 어디로 운송할 것인지, 그로 인하여 얼마의 손해를 입을 것인지를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실기한 방어방법 여부 (부정)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제1심 소송계속이던 2018. 12. 12. 원고의 손해를 재조달비용, 영업손해, 원고가 지불한 손해배상액, 물류비 및 보관료로 각 나누어 주장하고 그 증거를 제출하였음에도, 피고가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제1심 2019. 10. 2.자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야 원고의 주장을 다투었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민사소송법 제149조에 정한 실기한 방어방법으로서 각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피고의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 그 손해는 피고가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손해라는 점은 피고가 아니라 원고에게 주장 입증책임이 있는데, 기록에 나타난 소송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변론종결이 지연된 것은 원고가 위와 같은 주장 입증을 늦게 한 데 기인한 것일 뿐, 피고가 뒤늦게 원고의 주장 입증이 부족하다고 주장을 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바.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201,616.1095유로(= 310,178.63유로 × 65%) 및 이에 대하여 손해발생일 후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유예한 지급기한의 다음날인 2016. 10.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당심 판결선고일인 2021. 6. 16.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그 나머지는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진성철(재판장) 권형관 김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