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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서울고등법원 2017. 6. 30. 선고 2016나2025629 판결]

【전문】

【원고, 피항소인】

에버레스트 캐피탈 아시아 펀드 엘피(Everest Capital Asia Fund LP)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서권식 외 2인)

【피고, 항소인】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석범 외 3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4. 12. 선고 2011가합89953 판결

【변론종결】

2017. 6. 14.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각 원고에게 별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0. 11.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들은 증권 및 각종 금융 상품에 투자, 거래, 보유를 목적으로 케이먼 군도(Cayman Islands)에 설립된 면책 유한 합자회사이다.
2) 피고 도이치은행은 독일연방공화국법에 의해 설립된 외국금융기관으로서 투자은행업무, 전자금융 및 자산관리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은행이다. 피고 도이치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도이치증권’이라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의한 금융투자업자로서, 피고 도이치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금융투자업 부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내국법인이다.
3) 소외 1은 피고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차익거래부문(ASG) 팀장 겸 상무이고, 소외 2는 같은 팀 이사이며, 소외 3은 피고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주식영업부문 리스크 총책임자이다. 소외 4는 피고 도이치증권의 주식파생상품 부문 팀장 겸 상무이다.
나. 원고들의 콜옵션 매수
원고들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메릴린치인터내셔날(Merrill Lynch International, 이하 ‘메릴린치’라 한다)과 유비에스 에이지 런던 지점(UBS AG, London Branch, 이하 ‘유비에스’라 한다)으로부터 만기가 2010. 11. 11.이고 행사가격이 250인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콜옵션을 매수하였다(이하 ‘이 사건 옵션거래’라 한다).
원고매수처매수 수량(매수일자)중도 매도·해지 수량(일자)2010. 11. 11. 현재 보유 수량에버레스트 캐피탈 아시아 펀드 엘피메릴린치2,000(2010. 9. 30.)02,000유비에스6,800(2010. 11. 1.)4,479(2010. 11. 10.)2,321합계 4,321에버레스트 캐피탈 차이나 오퍼튜니티 펀드 엘피메릴린치3,000(2010. 9. 30.)03,000유비에스9,800(2010. 11. 1.)6,497(2010. 11. 10.)3,303합계 6,303에버레스트 캐피탈 차이나 맥 칠십일 엘티디메릴린치400(2010. 9. 30.)0400유비에스1,300(2010. 11. 1.)340(2010. 11. 8.)433527(2010. 11. 10.)합계 833에버레스트 캐피탈 프론티어 마켓 펀드 엘피메릴린치1,100(2010. 9. 30.)550(2010. 11. 10.)550유비에스000합계 550에버레스트 캐피탈 이머징 마켓 펀드 엘피메릴린치5,200(2010. 9. 30.)05,200유비에스17,100(2010. 11. 1.)11,2585,842(2010. 11. 10.)합계 11,042에버레스트 캐피탈 글로벌 펀드 엘피메릴린치6,900(2010. 9. 30.)06,900유비에스22,100(2010. 11. 1.)14,4917,609(2010. 11. 10.)합계 14,509에버레스트 캐피탈 이엠 케이먼 펀드 리미티드메릴린치400(2010. 9. 30.0400유비에스1,900(2010. 11. 1.)1,248(2010. 11. 10.)652합계 1,052
다. 피고들의 투기적 포지션 구축
1) 피고 도이치은행은 2010. 11. 11. 이전까지 코스피200 지수차익거래의 합성선물 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해 2010년 11월물 콜옵션 매도와 풋옵션 매수로 이루어진 합성선물 매도 포지션(행사가격 230.0~257.5 사이의 12개 가격 합성선물 총 119,480 계약, 명목금액 2조 9,855억 원)을 구축하고 있었다.
2) 피고 도이치은행은 위 헤지포지션과 별도로 피고 도이치증권의 파생상품거래계좌를 통해 수동주문시스템인 아발론(지수차익거래를 위한 자동주문시스템인 너브센터를 통하지 아니함)으로 2010. 11. 11. 14:19:56부터 14:49:59까지 프리미엄 4억 7,000만 원을 지급하고 11월 만기 행사가격 255인 콜옵션 19,645계약을 매도하였다. 피고 도이치은행은 이와 동시에 11월 만기 행사가격 255인 풋옵션 19,595계약을 매수함으로써 합성선물 매도 포지션(명목금액 5,000억 원)을 구축하였다. 또한 2010. 11. 11. 14:12:24부터 14:42:48까지 프리미엄 11억 2,000만 원을 지급하고 11월 만기 행사가격 255인 풋옵션 21,007계약, 11월 만기 행사가격 252.5인 풋옵션(외가격 옵션) 30,000계약을 매수하는 포지션을 구축하였다.
3) 피고 도이치증권은 피고 도이치은행의 코스피200 지수차익거래를 위해 2010년 11월 이전에 매수한 SKT, KT 주식에 대해 합성선물 4,055계약 매도(명목금액 965억 원), 2010. 11. 5. 이후에 추가 매수한 SKT, KT 주식에 대해 2010년 12월물 선물 195계약 매도 포지션(명목금액 250억 원)을 취한 상태였다.
4) 피고 도이치증권은 위 헤지포지션과 별개로 피고 도이치증권 개설계좌를 통해 2010. 11. 11. 13:04부터 14:41까지 프리미엄 6,640만 원을 지급하고 11월 만기 행사가격 255인 풋옵션 2,000계약을 매수하였다. 그리고 피고 도이치은행의 대량매도 물량이 공시된 후 행사가격 255인 풋옵션의 가격이 상승하자 14:49경 매수한 위 풋옵션 중 400계약을 합계 5,400만 원에 매도(4,072만 원의 이익을 취득함)하여 동시호가 직전에 행사가격 255인 풋옵션 1,600계약을 매수하는 포지션을 구축하였다.
라. 피고들의 주식 대량 매도 및 코스피200 지수의 급락
1) 피고 도이치은행은 2010. 11. 11. 14:51:22부터 14:59:02까지 너브센터를 통해 피고 도이치증권 개설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코스피200 구성종목 198개 종목 주식 전량 2,373,141,602,300원 상당을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직전가 대비 4.5%~10.0% 가량 낮은 가격으로 7회에 걸쳐 분할하여 매도하였다.
2) 피고 도이치증권은 2010. 11. 11. 피고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으로부터 보유주식 매도의 지시를 받고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수동주문시스템인 엠케이아이를 통해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SKT 주식 312억 원 상당을 7회에 걸쳐, KT 주식 372억 원 상당을 9회에 걸쳐 시장가로 합계 69,336,785,000원 상당의 매도 주문을 제출하였다.
3) 그날 코스피200 지수는 장마감 동시호가 직전 254.62포인트에서 247.51포인트로 7.11포인트(2.79%) 급락한 채 거래가 종료되었다.
마. 피고들의 투자수익 및 원고의 투자손실 발생
1) 주가지수 옵션시장에서는 주가지수를 화폐단위로 환산하여 거래하기 위하여 주가지수 1포인트당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는데, 코스피200 지수 옵션시장의 경우 주가지수 1포인트당 10만 원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코스피200 지수 옵션시장에서 옵션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풋옵션의 행사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풋옵션 매수자는 1계약당 ‘(행사가격-옵션만기일의 코스피200 지수)×10만 원‘의 금액을 풋옵션 매도자로부터 지급받아 위 금액에서 프리미엄을 공제한 잔액만큼 수익을 얻는다. 반면 풋옵션 매도자는 같은 금액만큼의 손실을 보게 된다. 반대로 옵션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상승하여 행사가격보다 높아지는 경우, 풋옵션은 행사할 가치가 없어지므로 풋옵션 매도자는 프리미엄만큼의 수익을 얻고, 풋옵션 매수자는 프리미엄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한편 콜옵션 매수자는 옵션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콜옵션의 행사가격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 1계약당 ‘(옵션만기일의 코스피200 지수-행사가격)×10만 원‘의 금액을 콜옵션 매도자로부터 지급받아 위 금액에서 프리미엄을 공제한 잔액만큼 수익을 얻는다. 반면 콜옵션 매도자는 같은 금액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반대로 옵션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여 행사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 콜옵션은 행사할 가치가 없어지므로 콜옵션 매도자는 프리미엄만큼 수익을 얻고, 콜옵션 매수자는 프리미엄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풋옵션을 매수한 피고들에게는 옵션만기일인 2010. 11. 11.의 코스피200 지수가 행사가격보다 낮은 것이 유리하고, 콜옵션을 매수한 원고들에게는 코스피200 지수가 행사가격보다 높은 것이 유리하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2010. 11. 11. 장마감 당시 코스피200 지수가 247.51포인트로 급락함에 따라 피고 도이치은행은 43,695,371,124원(포지션 구축을 위한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 2,640.0%), 피고 도이치증권은 1,183,362,400원(9,260.0%) 합계 44,878,733,524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
3) 이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옵션거래에 따른 권리를 전혀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고, 2010. 11. 11. 당시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을 매수하면서 지출한 프리미엄은 그대로 손실로 남게 되었다.
바. 피고들에 대한 조사결과 및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금융감독원은 2010. 11. 15.부터 2011. 1. 31.까지 사이에 2010. 11. 11.자 옵션만기일 코스피200 지수 구성종목 및 파생상품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 등에 관하여 조사에 착수하였다. 금융감독원은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5, 소외 4가 현·선물 연계 시세조종에 따른 불공정거래를 함으로써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5, 소외 4, 피고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소외 4에 대한 면직요구 및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신규 파생상품거래업무 등 영업정지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2) 검찰은 2011. 8.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합1120호로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가 공모하여 장내파생상품 매매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그 장내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지수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로, 피고 도이치증권을 양벌규정에 따라 각 자본시장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위 법원은 2016. 1. 25. 소외 4가 소외 1, 소외 2, 소외 3(이하 위 4명을 ‘소외 4 등’이라 한다)과 함께 피고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시세조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소외 4를 징역 5년에, 피고 도이치증권을 벌금 15억 원에 각 처하고 피고 도이치은행으로부터 43,695,371,124원, 피고 도이치증권으로부터 1,183,362,400원을 각 추징하는 내용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외 4, 피고 도이치증권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여 현재 이 법원 2016노603호로 그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6 내지 12, 19 내지 23, 28, 29, 45 내지 48, 57, 61 내지 6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내지 6, 15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유비에스증권 리미티드 서울지점, 메릴린치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티드증권 서울지점에 대한 각 금융거래정보회신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주장 요지
원고 에버레스트 캐피탈 글로벌 펀드 엘피는 스위스프랑화 가치 하락에 투자하였다가 9,0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펀드를 폐쇄하기로 하였고, 원고들은 그 여파로 2015년 3월 무렵 하나의 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개 펀드 역시 모두 청산하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원고 에버레스트 캐피탈 이머징 마켓 펀드 엘피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이미 2015년 3월 무렵 파산하거나 청산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를 할 지위에 있지 않다.
나. 판단
을 제16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 에버레스트 캐피탈 이머징 마켓 펀드 엘피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파산하거나 청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오히려 원고들이 제출한 2016. 3. 21.자 참고서면 첨부자료에 의하면, 원고들이 2016년 3월에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설령 원고들이 청산 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인 한 청산사무가 종료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은 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
가.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들은 소외 4 등과 피고들의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로 코스피200 지수가 급락하는 바람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77조, 제179조 또는 민법 제750조, 제756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므로, 차례로 살펴본다.
나.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여부
1)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규정한 손해배상청구권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거나 위탁을 한 자인데, 이 사건 옵션은 구 자본시장법에 규정한 장내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2항은 “장내파생상품이란 파생상품으로서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것 또는 해외 파생상품시장(파생상품시장과 유사한 시장으로서 해외에 있는 시장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 파생상품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말한다)에서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장외파생상품이란 파생상품으로서 장내파생상품이 아닌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조 제14항은 “파생상품시장이란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위하여 거래소가 개설하는 시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은 거래장소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옵션거래가 우리나라의 거래소가 개설한 파생상품시장이 아닌 장외에서 이루어진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제1심의 제27차 변론조서 참조).
다) 이 사건 옵션거래에 관한 각 계약서(갑 제6 내지 12호증)에는 이 사건 옵션거래가 런던 등 해외에 있는 파생상품시장이 아닌 장외시장에서 이루어졌다는 취지에서 “OTC Option Transaction”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옵션거래가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2항에 규정하고 있는 해외 파생상품시장 중 하나인 ‘파생상품시장과 유사한 시장으로서 해외에 있는 시장’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 사건 옵션거래가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5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규정한 금속거래, 귀금속거래, 외국환거래 또는 선박운임거래에 해당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마) 원고들은 이 사건 옵션거래는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가 제정하여 통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ISDA Master Agreement 표준계약서에 따라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조건이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거래로서 장내파생상품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 금융투자업규정(2017. 5. 10. 금융위원회고시 제2017-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5조 제6호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거래란 대륙간 거래소의 규정에 따라 장외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거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 자본시장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인정되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조건이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거래’는 위와 같은 에너지거래에 한정되는데, 이 사건 옵션거래가 여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2)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들에 대하여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여부
1)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의 손해배상청구권자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당사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이다. 구 자본시장법 제3조 제2항은 금융투자상품을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하고 있고, 파생상품은 다시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으로 구분된다.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3항은 파생상품 중에서 장내파생상품이 아닌 것을 포괄적으로 ‘장외파생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이 메릴린치와 유비에스로부터 매수한 이 사건 옵션이 장내파생상품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옵션이 구 자본시장법상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판단
구 자본시장법이 발행장소와 거래장소 등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장외파생상품을 위와 같이 개방적인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구 자본시장법상 장외파생상품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법에 따라 발행되어 거래되는 파생상품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옵션은 구 자본시장법상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이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규정한 손해배상청구권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옵션의 매도자인 메릴린치와 유비에스는 구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구 자본시장법 제12조에 따라 금융투자업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다(같은 법 제11조). 그러나 메릴린치와 유비에스는 우리나라에서 금융투자업의 인가를 받지 않고서 원고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과 유사한 이 사건 옵션을 판매하였다.
나) 원고들은 소위 헤지펀드로서 구 자본시장법 제9조 제18항에 규정한 집합투자기구에 해당한다. 원고들이 우리나라에서 투자자를 모집하여 이 사건 옵션과 같은 성격의 파생상품을 매수하였더라면 구 자본시장법 제182조 제2항에 규정한 등록요건을 갖추어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하여야 하는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원고들은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서도 국내에 있는 집합투자기구와 같은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원고들에게 투자한 내국인 투자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구 자본시장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다) 구 자본시장법 제3조 제1항은 금융투자상품을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로서, 그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 등의 총액(판매수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제외한다)이 그 권리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해지수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포함한다)을 초과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대통령령과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을 적용받게 되나(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이 사건 옵션과 같이 해외에서 발행된 파생상품에는 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라) 장외파생상품거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구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장외파생상품거래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구 자본시장법 제28조의2 제1항, 제46조의2 제1항, 제49조 제3호, 제166조, 제166조의2). 그러나 해외에서 발행되거나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이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마) 위에서 본 구 자본시장법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구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은 위와 같이 발행 및 거래과정상의 제한을 받는 것을 전제로 발행되거나 유통되는 상품으로 이해된다.
바) 구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에서의 금융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구 자본시장법 제1조). 그런데 해외에서 발행·거래되는 모든 파생상품에 대하여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으로 보호하여야 한다면, 우리나라 법의 규제를 피하면서 보호효과만 누리는 해외의 상품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자본시장의 양적 성장과 해외투자의 유치 확대에는 배치될 수도 있고,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구 자본시장법의 목적과 입법취지에도 어긋난다.
사) 원고들은 구 자본시장법 제2조에 따라 이 사건에 구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구 자본시장법 제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 자본시장법 제2조는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란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는 국내투자자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2) 그런데 이 사건 옵션거래가 국외에서 이루어졌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옵션거래 자체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격형성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국내투자자 보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3) 소외 4 등과 피고들의 시세조종행위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옵션거래와 관련한 원고들의 손실 발생이라는 효과도 국외에서 발생하였을 뿐이고, 해외법인인 원고들과 메릴린치, 유비에스 사이에 해외에서 체결된 이 사건 옵션거래로 인한 효과가 국내에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
아) 원고들은 해외 금융회사로서 해외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므로 구 자본시장법 제12조 등 진입규제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음은 당연하고, 이 사건 옵션거래는 국제표준거래에 따른 것으로 우리 법에 규정한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 자본시장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고들의 지위와 이 사건 옵션의 특성만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고, 해외에서 발행되어 거래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우리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 적절한 규제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살핀 바에 따르면 위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여부
1) 법리
코스피200 지수가 이 사건 옵션거래의 행사가격인 250을 넘었을 경우 원고들이 메릴린치와 유비에스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1계약당 ‘(옵션만기일의 코스피200 지수-행사가격)×10만 원‘으로 계산한 돈에 대한 지급청구권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제3자의 행위가 채권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채권침해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판결 참조).
2) 판단
가) 갑 제2, 4, 6 내지 12, 14, 27, 65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기는 한다.
(1)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수 거래되고 있다.
(2) 피고 도이치은행도 이 사건 옵션거래와 유사한 성격의 파생상품거래를 여러 차례 하였다.
(3) 소외 4 등은 파생상품 전문가들로서 이 사건 옵션거래와 유사한 파생상품들이 해외에서 거래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들과 메릴린치, 유비에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옵션거래의 존재를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민법 제750조, 제756조에 따라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다) 원고들은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11344 판결을 근거로 민법 제750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들의 사안은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적절한 선례로 삼을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179조민법 제750조, 제756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으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임성근(재판장) 김구년 박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