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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2. 8. 선고 2020노438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최종필(기소), 최윤경(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창직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2. 7. 선고 2018고단6199 판결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처음 두 차례 공소외 1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 대한 정신과 진료 내용, 피고인이 여성으로서의 수치를 무릅쓰고 공소외 1을 무고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고소장에 기재한 피해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부합한다 할 것이고,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고소사실을 특정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고소한 것으로서 무고의 범의도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과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발적인 의사에 기하여 공소외 1과 연인관계를 유지해오면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함께 돈을 사용한 것임에도 공소외 1을 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피고인이 고등학교 재학 중 작성한 각종 기록물(다이어리, 일기장), 고등학교 졸업 후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보낸 다수의 이메일(2003. 5.~ 2005. 4., 대학교 1~3학년 무렵 작성한 것으로 추정됨), 서로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2014. 6. ~ 2015. 10.) 등에서 확인되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에 대한 피고인의 표현이나 함께 촬영한 사진·동영상을 살펴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일반적인 연인 사이로 보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의 폭력적인 태도나 동영상 유포 등 관련 협박에 의해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강제로 성관계를 두 차례 가지게 된 후, 공소외 1이 성관계 사진·영상 유포를 빌미로 위협하여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공소외 1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러한 편지 등을 보냈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변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고등학교 재학 중 작성한 다이어리나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물로서 공소외 1은 그 존재 여부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대학 시절 공소외 1에게 보낸 다수의 이메일도 공소외 1이 그 작성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이메일을 보면, 공소외 1에 대한 애정표현, 부모님에게 공소외 1과의 관계를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공소외 1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 등이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말하지 못할 정도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도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이 협박으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기계적으로 이메일을 작성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②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함께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을 뿐, 공포에 질려있거나 공소외 1이 피고인을 협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③ 피고인은 공소외 1을 고소한 이후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2학년 2학기 기말시험이 끝난 2001. 12.경 공소외 1이 논술 준비를 도와주겠다며 피고인을 불러내어 자신의 산타모 승용차에 태우고 자유로 통일동산 인근 소위 모텔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운 후, 피고인을 차 뒷좌석에 눕히고 피고인이 하지 말라며 저항했음에도 피고인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하여 처녀막을 파열되게 하는 상해를 입혔고, 다시 2002. 1.경 한밤중에 피고인의 집 앞 주차장에서 피고인을 불러내어 자신의 산타모 승용차에 태우고 강원도 화진포 길가에 있는 상호 불상의 모텔로 데리고 가, 피고인이 울면서 그만 하라고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간음하였다"고 진술하여 공소외 1이 자신을 2회에 걸쳐 강간하였고,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도 한 달에 3~4회에 걸쳐 자신을 강간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제반 정황에 비추어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피고인이 고등학교 재학 중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고등학교 재학 중에 그와 같이 짧은 기간에 2회나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임에도(심지어 2002. 1.경부터는 매달 3~4회 정도는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사실이라면 더욱 극심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 무렵의 다이어리나 일기에서는 오히려 공소외 1에 대한 감사나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본 사정을 더하여보면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위력으로 또는 협박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미성년기에 당한 성폭행으로 인하여 소아성 학대 적응 증후군, 스톡홀롬 증후군으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었고, 그로 인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착취적 관계가 장기화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러한 심리상태에 관한 근거로 의사 소견서, 의사 공소외 2의 진술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고인의 정신과 진료는 모두 피고인이 공소외 1을 강간 등 혐의로 고소한 이후에 비로소 이루어진 진료에 터 잡은 것으로서, 그로부터 십여 년 전의 심리상태 또는 성년 이후 약 13년간 계속적인 심리상태가 그와 동일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소견서 등의 기초가 되는 사항, 즉 그 평가내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는 어떠한 확인 없이 오로지 피고인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였으므로 정확한 심리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면 심리평가 결과만으로 성범죄의 존부를 단정할 수 없다.
4)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외 1이 순수한 여고생이던 피고인의 선생님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이용하여 피고인을 그루밍하였거나, 피고인의 대학 진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로 인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피고인을 간음하였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을 고소할 때까지 공소외 1에게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심리적으로 종속·지배되어 장기간 공소외 1의 부당한 성적, 경제적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거나, 이른바 ‘그루밍’ 수법에 의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피고인에게 한문 과목을 가르쳤고, 2학년 때는 피고인 반의 수업을 담당하지 않았으나 3학년 때는 피고인의 담임교사가 되었다. 공소외 1은 피고인 반의 수업을 담당하지 않았을 때에도 피고인에게 따로 격려의 글을 보내주거나 진학 상담을 해주었고, 피고인도 공소외 1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공소외 1을 따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2003. 2. 고등학교 졸업 후 명문 대학 법학과에 입학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2012년 무렵부터 회계법인에 취직하는 등 변호사로서 근무하였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성년이 된 이후에도 33세가 되는 2017. 8.경에 이르기까지 공소외 1과의 만남 및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③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진 때는 피고인이 만 17~18세 무렵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피고인은 남녀관계나 인간관계에 미숙하였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성년이 된 후 공소외 1과 별도로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나가는 한편 공소외 1과도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관계가 협박에 의해 강제로 유지되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정황이 없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물리적 영향 범위에서 떨어져 있었던 시기도 상당하였다(피고인은 대학교 1학년 때에는 부모가 있는 스웨덴에서 50일 정도 머무르기도 하였고, 고등학교 졸업 후의 피고인의 생활반경과 공소외 1의 생활반경이 겹쳐지는 것도 아니었다). 피고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도 공소외 1이 계속하여 피고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공소외 1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더라도, 고등학교 졸업 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상황에서도 14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 피고인은 2003. 2.부터 2012. 4.까지 현금을 인출해 공소외 1 명의 제일은행계좌(계좌번호 1 생략) 또는 기업은행(계좌번호 2 생략) 계좌로 무통장입금방식 등으로 돈을 송금하여 공갈 피해를 입었고, 취업 후인 2012. 4.경부터는 계좌이체 방식으로 돈을 송금하는 등으로 공갈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하였다. 그러나 위 각 계좌는 위 피해 주장일시보다 훨씬 뒤인 2006년 및 2012년경에야 각 개설되었고, 제일은행, 기업은행에 개설된 다른 계좌에도 2003. 2.부터 무통장입금방식 등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의심할 만한 내역이 확인되지 아니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협박에 의하여 강제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 명의 계좌로 입금한 돈이 갈취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결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고인이 재직 중인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폭로할 듯한 행동 등을 취하자 이 사건 고소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이 있다. 그러나 원심은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고 달리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 무고는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고, 더구나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법률을 잘 알고 이를 존중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각 정상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공판 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형권(재판장) 김현정 이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