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처분취소
【판시사항】
[1] 현재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절차에 계속 중인 사람뿐만 아니라 장차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도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자기부죄 거절의 권리가 보장되는지 여부(적극) /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의 의미
[2] 교도소에 수감 중인 甲이 소란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교도관이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를 발부하며 甲에게 무인을 찍으라고 지시하였으나 甲이 잘못이 없다고 고함을 지르며 이를 거부하는 등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정한 규율위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장이 甲에게 금치 20일의 징벌처분을 한 사안에서, 甲이 교도관의 위 적발 보고서에 대한 무인 요구를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고 교도관의 직무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2항
[2] 헌법 제12조 제2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07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14조 제6호, 제14호, 제17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136 판결(공2015하, 936), 헌법재판소 1990. 8. 27. 선고 89헌가118 전원재판부 결정(헌집2, 222), 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6헌가1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1, 314), 헌법재판소 2014. 9. 25. 선고 2013헌마1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16, 1602)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대구교도소장
【원심판결】
대구고법 2024. 5. 31. 선고 2023누131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20. 3. 3. 부산구치소에 구속된 후 진주교도소를 거쳐 2021. 9. 6.부터 현재까지 대구교도소에 수용 중인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22. 4. 15. 원고가 아래와 같이 3차례에 걸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시행규칙 제214조 제6호, 제14호, 제17호에서 정한 규율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형집행법 제107조에 따라 징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금치 20일의 징벌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1) 원고는 2022. 3. 2. 06:20경 미결 수용동 거실에서 소외인과 이불을 정리하는 문제로 시비가 되어 서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소외인이 하는 방식이 맞는 거 같은데요."라고 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안한다. 니들이 알아서 해라. 씨발"이라고 욕설을 하였다. 소외인이 원고에게 큰 소리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주려고 하는데 왜 욕을 합니까. 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원고는 소외인에게 큰 소리로 "너 그러다가 나한테 죽는다. 새끼야."라고 욕설하며 서로 말다툼하면서 시끄럽게 소란행위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처분사유’라 한다).
2) 원고는 같은 날 14:30경 거실 창가에서 교도관이 원고와 소외인이 소란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이하 ‘이 사건 적발 보고서’라 한다)를 발부하며 원고에게 무인을 찍으라고 지시하였으나, 교도관에게 큰 소리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내가 왜 스티커를 찍느냐. 생활하다 보면 말다툼을 할 수도 있는데 왜 무인을 찍느냐. 나는 안 찍는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처분사유’라 한다).
3) 원고는 교도관이 원고에게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 재차 무인을 찍으라고 지시하였음에도, 교도관에게 큰 소리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왜 무인을 찍으라고 하느냐.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일이나 똑바로 해라."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교도관의 정상적인 수용관리 업무를 방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3처분사유’라 한다).
2.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행정절차이거나 국회에서의 질문 등 어디에서나 그 진술이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경우에는 묵비권을 가지고 이를 강요받지 아니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현재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절차에 계속 중인 사람뿐만 아니라 장차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자기부죄 거절의 권리가 보장된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136 판결, 헌법재판소 1990. 8. 27. 선고 89헌가11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이라 함은 언어적 표출, 즉 개인의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진술’이란 형사상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성립과 양형에서의 불리한 사실 등을 말하는 것이고, 그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임을 전제로 한다(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6헌가1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4. 9. 25. 선고 2013헌마1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교도관의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 대한 무인 요구를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고 교도관의 직무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19년도 기동순찰팀(CRPT) 세부운영 계획’에 따르면, 교도관은 형집행법 제105조 및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14조 등을 위반한 수용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에 적발 보고서를 발부할 수 있다. 적발 보고서에는 징벌대상이 되는 규율위반행위의 일시, 장소, 수용자 인적사항과 함께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수용자의 성명 부분 옆에는 ‘(서명 또는 손도장)’란을 두고 있다.
2) 수용자가 적발 보고서의 수용자 인적사항란 성명 부분 옆에 서명 또는 무인하는 의미는 거기에 기재된 규율위반행위가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명 또는 무인은 적발 보고서의 기재 내용과 일체가 되어 언어적 표출인 ‘진술’을 구성하므로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
3) 교도관이 원고에게 발부한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는 욕설, 소란행위 등 원고의 규율위반행위가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규율위반행위는 형집행법상 징벌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 등과 같은 형사책임에 관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교도관이 발부한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 기재된 규율위반행위를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로서 부인하며 그 서류에 무인할 것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교도관이 원고에게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 무인할 것을 지시·명령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부죄 거절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교도관이 수용자인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적발 보고서에 무인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자기부죄 금지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므로 그 무인 지시가 적법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제2, 3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헌법상 진술거부권에서 진술의 의미, 적발 보고서에 대한 무인 요구행위의 진술거부권 침해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