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대금
【전문】
【원 고】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지수 외 1인)
【피 고】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이연우)
【변론종결】
2020. 6. 25.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통화 832,947달러 및 그중 120,898달러에 대하여는 2016. 1.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2.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3.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4.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5. 16.부터, 112,049달러에 대하여는 2016. 6. 16.부터 각 2020. 7. 23.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통화 1,162,049달러 및 그중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1.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2. 17.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3. 17.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4.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5.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6.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7. 16.부터, 112,049달러에 대하여는 2015. 8. 16.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및 이 사건 계약의 체결
1) 원고는 각종 산업기계 및 자동화설비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면도기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러시아연방 소재의 회사이다.
2) 원고는 2009. 11. 6. 피고와 사이에 별지1 기재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일회용 면도기 부품 생산을 위한 사출성형기(이하 ‘이 사건 사출기계’라 한다)와 일회용 면도기 부품 조립용 조립라인(이하 ‘이 사건 조립설비’라 한다)을 미합중국 통화 3,026,007달러(이하 달러는 모두 미합중국 통화를 지칭한다. 2010. 11. 30. 조립설비가 추가되어 170,000달러가 증액되었다)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3) 원고는 2011. 1.경 및 2011. 12.경 피고에게 이 사건 사출기계 5대를 인도하였다.
4) 피고는 2011. 1.경부터 2014. 11.경까지 원고에게 위 사출기계 대금 2,033,958달러를 지급하였다.
나. 이 사건 부속계약의 체결 등
1) 원고는 2014. 5. 1. 피고와 사이에 별지2 기재와 같은 이 사건 계약에 대한 부속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1차 부속계약’이라 한다).
2) 원고는 2014. 10.경 피고에게 이 사건 조립설비 4대를 인도하였고, 그 무렵 아래와 같이 위 조립설비에 대한 대금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 계약 조건에 따라서 귀사는 선하증권 원본 수령 후 3일 이내에 설비(조립품) 배송 이후 대금(842,449달러)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설비는 2014. 10. 19. 귀사로 배송되었으며 그 대금은 2014. 10. 29.까지 당사가 수령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2014. 11. 7.까지 당사는 대금을 수령하지 못했습니다.이에 따라 당사는 본 계약 조건에 따른 대금을 수령할 때까지 귀사에 대한 설비인도를 중단합니다.설비 보관과 관련된 비용 일체는 귀사로 청구됩니다.설비인도는 이 사건 계약 조건에 따른 대금 및 예상치 못한 설비 보관과 관련하여 실제 발생한 비용을 수령한 이후에 재개될 예정입니다.
3) 피고는 2014. 12. 11. 원고에게 대금지급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신규합의를 제안하였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작업의 호혜적 완료와 중대한 손실을 막기 위하여, 당사자들의 의무이행에 관한 신규일정에 합의해주실 것을 제안드립니다.계약 조건 재검토 필요성은 계약일정의 중대한 지연 및 계약 통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것입니다.현재 피고 법무팀에서 계약서에 관한 추가 합의서를 준비 중이며, 영문 번역 후 귀사와의 합의를 위해 귀사 대리인에게 제공될 예정입니다. 사전합의에 따라 이 사건 계약 잔액 1,162,049달러를 아래와 같이 2015. 1.부터 8.까지 동등하게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한 추가합의서의 동의와 서명을 제안합니다.지급일지급액지급일지급액2015. 1. 15.150,000달러2015. 5. 15.150,000달러2015. 2. 16.150,000달러2015. 6. 15.150,000달러2015. 3. 16.150,000달러2015. 7. 15.150,000달러2015. 4. 15.150,000달러2015. 8. 15.112,049달러?합계 1,162,049달러?
4) 피고는 2015. 2. 2. 원고에게 이 사건 조립설비의 설치시운전 완료와 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매달 15만 달러씩 분납하는 것에 동의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하였고, 2015. 4. 8. 위 2015. 2. 2.자 요청서에서 밝힌 분할송금의 일정 준수를 약속하였다.
5) 원고는 2015. 6. 8. 피고와 사이에 별지3 기재와 같은 이 사건 계약에 대한 부속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부속계약’이라 한다).
다. 설치시운전 및 피고의 확인서 작성
1) 원고는 2015. 6.경 이 사건 조립설비 제작업체인 소외 1 회사 관계자와 러시아 소재 피고 공장에 방문하여 위 조립설비의 설치시운전을 실시하였으나, 피고는 하자를 이유로 설치시운전 완료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2) 이후 원고는 2015. 8.경 및 같은 해 10.경 피고를 방문하여 이 사건 조립설비의 설치 및 시운전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2015. 10. 16. 아래와 같은 설치시운전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설치시운전 확인서이 사건 계약서에 의한 수령과 승인에 관한 결정문?원고와 피고는 2015. 10. 14. 내충격성 폴리스티롤과 일반용 폴리스티롤을 사용하여 제작된 제품생산을 위한 금형과 설비를 가동하였다.사출기번호모델Serial No.생산품금형 Serial No.수지사이클 타임1모델명 1 생략3000013002남성용핸들5207360-10HIPS9.82모델명 1 생략3000013284여성용핸들5207359-10HIPS9.83모델명 2 생략3000013324Guard Bar5128478-10HIPS7.84모델명 2 생략3000012999Topcap8128477-10HIPS7.85모델명 2 생략3000013001Cover5128475-10GPPS7.8위 사출기 및 금형은 09:30부터 17:00까지 양산을 하였고, 문제가 생겨 기계를 멈춰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양산 테스트 작업 시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1. LGE 150톤에 장착된 믹서에 문제 발생, 믹서기 컨트롤 판넬과 모터벨트 교체가 필요함.?조립기 번호모델Serial No.생산품1소외 1 회사없음면도기 여성용 신형2소외 1 회사없음면도기 남성용 신형3소외 1 회사없음면도기 여성용 구형4소외 1 회사없음면도기 남성용 구형조립기 문제점: 1. 손잡이가 공급이 제대로 안됨. 2. 조립기 카트리지(면도기 헤드)가 공급이 제대로 안됨. 3. 면도기 헤드 조립 시 spacer나 면도날이 공급이 되지 않아도 조립이 계속 진행됨(헤드조립 시 spacer나 면도날 중 어느 것이 빠져도 자동으로 error 처리 되어야 함).위 3가지 조립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시운전 출장)이 필요함
3) 피고는 이 사건 조립설비에 대한 개선작업을 실시하였고, 위 조립설비는 현재 분당 66~69개 상당의 면도기를 조립하고 있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호증 내지 3호증,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하자가 없는 이 사건 조립설비를 제때 공급하였고, 시운전 작업이 늦어진 것은 피고가 공급하기로 한 면도날 및 스페이서에 많은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피고는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해주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및 부속계약에 따른 대금 잔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시운전 확인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하여 위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나. 피고
이 사건 조립설비는 계약서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계약 및 부속계약에 따른 시운전을 완료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에게 대금 잔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원고가 공급한 이 사건 조립설비는 위 계약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이는 피고가 공급한 면도날 및 스페이서와는 관련이 없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및 부속계약에 따른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① 인도지연으로 발생한 금융비용 1,035,796달러, ② 부품교체 및 개선작업 용역비 84,718달러, ③ 원고가 인도하지 않은 자동절삭 및 알루미늄 개스킷공급시스템 구매에 소요된 비용 179,495달러, ④ 운송 및 통관비용 329,102달러, ⑤ 원고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공장가동 지연과 제품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영업손실 1,016,891달러, ⑥ 이 사건 1차 부속계약 제15조에 의한 위약벌 채권 1,000,000달러 등 합계 3,646,002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물품대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므로 원고의 채권은 모두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격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이러한 계약은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6다카244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면도기 등을 생산·조립하기 위해 피고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부대체물인 이 사건 사출기계 및 조립설비의 제작·설치를 주된 목적으로 체결된 제작물공급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에는 도급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 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참조).
2) 물품대금청구권의 발생 시기
이 사건 2차 부속계약에서 ‘피고가 미지급한 대금은 1,162,049달러이고, 위 돈은 위 부속계약의 서명일로부터 8개월 이내에 지급일정에 따라 8회에 나누어 지급하나, 제1회 지급기간은 장비 커미셔닝 문서에 서명한 날 시작한다’고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품대금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조립설비를 공급 및 인도하고, 이에 대한 커미셔닝, 즉 시운전 완료 시에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물품대금청구권 발생 여부
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9호증 내지 12호증,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립설비에 일부 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조립설비의 주요구조 부분이 이 사건 계약 및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시운전(커미셔닝)도 완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조립설비를 공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는 2014. 10.경 피고에게 이 사건 조립설비를 인도하였고, 2015. 6.경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3차례에 걸쳐 직원을 파견하여 위 조립설비를 설치하고 시운전을 실시하였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조립설비를 인도 받은 후인 2014. 12. 11. 원고에게 2015. 1. 15.부터 같은 해 8. 15.까지 8차례에 걸쳐 대금을 지급하는 일정에 관한 신규합의를 제안하였고, 2015. 2. 2.에도 같은 취지의 요청을 하였으며, 2015. 4. 8.에는 분할지급의 일정 준수를 약속하기도 하였다. 위 기간 동안 피고는 원고에게 먼저 물품대금지급 일정 등에 관한 합의만을 요청했을 뿐,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하자를 들어 물품대금의 감액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위 조립설비가 약정된 대로 설계되었기 때문으로 보이고, 설령 피고가 위 조립설비의 성능에 일부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은 위 조립설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지 못할 정도의 하자를 가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조립설비 등의 기술요건 등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의 별첨3에 의하면 위 조립설비의 생산성은 분당 100개 이상으로 약정하였으나, 피고 주장에 의할 경우 현재 위 조립설비의 생산성은 분당 66~69개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조립설비는 일회용 면도기의 각 부품을 조립하여 생산하는 기계이고, 일회용 면도기는 덮개, 면도날, 스페이서, 받침대, 손잡이로 구성되는데, 면도날과 스페이서는 피고가 공급하기로 한 점, 피고가 공급한 면도날과 스페이서가 이 사건 조립설비의 규격과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조립설비에 맞는 면도날과 스페이서의 제공을 제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조립설비의 성능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서 별첨3에 면도날과 스페이서의 규격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립설비의 생산성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성능에는 미달하기는 하나 이는 피고가 공급한 면도날과 스페이서 때문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④ 피고는 을4호증(전문가의견서 및 그 번역문)을 근거로 이 사건 조립설비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나, 위 의견서는 원고의 직원들이 피고 공장을 방문하여 위 조립설비의 시운전을 실시하고 철수한지 2년이나 흐른 2017. 9.경에서야 작성된 것인 점, 당시 원고의 입회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위 의견서에서 지적한 부분들 중 일부는 간단한 시정만으로도 조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조립설비의 개선작업에 소요된 비용은 84,718달러인데 이는 위 조립설비의 대금 합계 1,162,049달러의 약 7.29%에 불과한 점 등에 의하면, 위 의견서를 근거로 위 조립설비에 일반적인 성능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그리고 피고는 이 사건 조립설비를 이용하여 현재 일회용 면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⑤ 이 사건 확인서에 이 사건 조립설비의 시운전 시 일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러한 문제들이 전적으로 원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이 사건 조립설비의 하자에 기인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이 사건 2차 부속계약에서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의 분할지급에 관한 최초지급기간을 ‘피고가 장비 커미셔닝 문서에 서명한 날’로 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하면,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조립설비의 시운전을 위하여 소속직원과 위 조립설비 제작업체를 세 차례나 러시아 소재 피고 공장으로 파견한 점, 위 조립설비는 계약상 및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주장하는 하자가 중대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가 공급한 면도날 및 스페이서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도급인이 인도받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만을 이유로 하자의 보수나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보수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는 점(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등 참조), 시운전 완료확인서 작성은 피고의 물품대금 변제에 관하여 붙은 부관으로서 피고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원고가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경우 위 시운전 완료확인서가 작성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작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작성되지 않는 때에도 피고의 물품대금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노력에도 피고가 시운전 완료확인서(장비 커미셔닝 문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지 않음으로써 물품대금청구권의 이행기 도래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시운전 완료확인서가 작성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고,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된 2015. 10. 16. 이 사건 2차 부속계약에 따라 이 사건 조립설비에 관한 물품대금청구권의 1회 지급기간이 도래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1,162,049달러 및 그중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위 2015. 10. 16.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5. 11.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5. 12.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1.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2.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3.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4.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5. 16.부터, 112,049달러에 대하여는 2016. 6. 16.부터 각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2차 부속계약에서 위 계약의 서명일(2015. 6. 8.)로부터 45일 이내에 장비 커미셔닝을 완료하기로 하였는바, 원고는 2015. 6.경, 같은 해 8.경, 같은 해 10.경 피고를 방문하여 이 사건 조립설비의 설치 및 시운전을 실시한 점, 원고가 피고를 처음으로 방문한 2015. 6.경이나 마지막으로 방문한 2015. 10.경이나 이 사건 조립설비의 상태나 성능은 크게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조립설비의 시운전(커미셔닝)을 완료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조립설비를 공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인도 지연 등 채무불이행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자동채권(① 인도지연으로 발생한 금융비용 1,035,796달러, ② 부품교체 및 개선작업 용역비 84,718달러, ③ 원고가 인도하지 않은 자동절삭 및 알루미늄 개스킷공급시스템 구매에 소요된 비용 179,495달러, ⑤ 원고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공장가동 지연과 제품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영업손실 1,016,891달러, ⑥ 이 사건 1차 부속계약 제15조에 의한 위약벌 채권 1,000,000달러)에 기한 상계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2) 한편 이 사건 1차 부속계약 제9조에서 ‘운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 모든 수수료, 세금 및 기타 지급금뿐만 아니라 여하한 국가의 영토를 통한 수출입이나 운송과 관련하여 지불된 통관 절차의 전체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5. 1.경 운송 및 통관 비용으로 329,102달러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운송 및 통관비용 329,102달러 상당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의 물품대금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날에 원·피고의 양 채권은 모두 변제기에 도달하여 같은 날 상계적상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 중 이행기 2015. 11. 15.자 150,000달러, 이행기 2015. 12. 15.자 150,000달러, 이행기 2016. 1. 15.자 150,000달러 중 29,102달러는 위 운송 및 통관비용 329,102달러와 대등액의 범위에서 순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의 원금은 832,947달러(= 1,162,049달러 - 329,102달러)가 남게 된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물품대금으로 832,947달러 및 그중 120,898달러에 대하여는 2016. 1.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2.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3.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4. 16.부터, 150,000달러에 대하여는 2016. 5. 16.부터, 112,049달러에 대하여는 2016. 6. 16.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7. 23.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별지1 이 사건 계약(2009. 11. 6.자 계약) 생략]
[별지2 이 사건 1차 부속계약(2014. 5. 1.자 계약) 생략]
[별지3 이 사건 2차 부속계약(2015. 6. 8.자 계약)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