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횡령·사립학교법위반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허성환(기소), 황영섭(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13. 선고 2018고단32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⑴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6, 9의 소송비용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또는 제5호(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해당하고, 연번 2, 3, 4의 소송비용은 같은 조항 제2호(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각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것은 사립학교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하다.
㈏ 이 사건 지출행위 중에는 피고인의 하위 직급자에 의하여 전결로 처리되었거나 전임 총장이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도록 결정한 것을 그대로 이어서 집행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처럼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직접 결정하지 않은 부분까지 고의를 인정하여 죄책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 피고인은 학교에 이익을 주거나 학교가 장차 입을지도 모르는 손해를 방지하고자 소송비용을 지출하였던 것이지 교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므로,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도 인정되지 않는다.
㈑ 피고인은 학교의 직접적인 관리감독관청인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였고, 결재 이전에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으며, 회계감사에서도 같은 유형의 소송비용 지출행위가 문제된 적이 없었다. 즉,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16조에 따라 벌할 수 없다.
㈒ 사립학교법위반 범행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 이러한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범죄일람표 연번 1, 2, 3, 4, 6, 9의 각 소송비용 지출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⑵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50만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⑴ 사실오인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의 용도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범죄일람표 연번 5, 7, 8의 학생기숙사, 강의실 또는 연구실 용도 건물, 박물관 유물의 귀속주체 및 그와 관련된 각 소송의 당사자는 학교법인(이하에서 ‘학교법인’은 ‘법인’이라고만 칭하고, ‘학교법인 ○○학원’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이므로, 위 각 소송은 학교가 아닌 법인의 업무에 해당하고 그 소송비용 역시 학교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서 지출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범죄일람표 연번 5, 7, 8 소송의 변호사비용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교비에서 지출한 행위를 무죄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⑵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쌍방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립학교법에 반하는 교비 전용행위 해당 여부
⑴ 관련 법규의 검토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규정은 다음과 같은바, 피고인이 지출한 소송비용이 제1호 또는 제2호 또는 제5호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제13조(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의 세입세출) ② 교비회계의 세출은 다음 각호의 경비로 한다. 1.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2.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3.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4. 제1항 제8호의 차입금(교비회계의 세출에 충당하기 위한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5.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
교육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고,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의 목적이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민주국가의 발전,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데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은 제9조에서 학교의 공공성을 규정함과 아울러 제11조에서 법인이나 사인이 학교를 설립·경영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고, 이렇게 하여 설립된 사립학교는 그 특수성에 비추어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자 사립학교법의 규율을 받는바(사립학교법 제1조 참조), 사립학교법 관련 법규는 교육의 공공성에 기반하여 학생들의 수업권이 최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사립학교법이 학교법인의 회계를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하고 교비를 다른 회계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그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는 것은 교수·학습활동 및 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조성된 기금이 오롯이 그에 부합하는 용도로 사용되게 하기 위함인바, 이 역시 교육받을 권리의 보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먼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에 관하여 살피건대, ‘운영’은 어떠한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일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경우 자칫 학교가 행하는 사무의 대부분이 여기 포섭될 위험이 있어 사립학교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 따라서 위 시행령에서 말하는 ‘학교운영’은 학교가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업무, 예컨대 학교의 인사, 재무회계, 청사관리, 일반행사 등에 필요한 통상적인 행정업무를 뜻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제2호(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의 경우,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이라는 문구가 단순히 ‘시설·설비’만을 수식하는지 또는 ‘경비’까지도 수식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포섭의 범위가 달라진다. 그런데 사립학교법 제13조 제2항은 제1 내지 4호에서 교비회계의 세출항목을 나열하고 제5호에서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라는 항목을 추가하고 있는바, 그 규정형식에 비추어 입법자는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제1 내지 4호의 유형에 해당하지는 않는 비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자 제5호를 두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제1 내지 4호는 제5호와 등가적인 관계에 있어, 각각의 경비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학교의 본래적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제1호의 경우 앞서 본 것과 같이 학교의 교육 및 연구 기능을 뒷받침하는 데 필수적인 경비이고, 제3호의 경우 교육 및 연구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이며, 제4호의 경우 교비회계의 세출 자체에서 유래한 비용이어서, 모두 학교의 기본적인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에 관련된 비용 중에서도 그 비용 자체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서의 성격을 띠는 것만이 제2호에 포섭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앞서 본 사립학교법 관련 법규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리고 제5호(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의 경우 법문에 명시된 것과 같이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으로서 학교의 공공적 역할에 부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적용 여부를 판별하여야 한다.
이처럼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문언을 엄격하게 새기는 것은 사립학교법과 그 관련 법규의 규정형식 및 입법취지, 다른 법규들과의 조화를 모두 고려한 체계적, 합목적적인 해석방법일 뿐, 이것이 형벌법규인 사립학교법 제73조의2, 제29조 제6항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유추·확장해석에 해당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⑵ 각 지출행위별 검토
㈎ 범죄일람표 연번 1, 6, 9
이 부분 소송비용은 △△대학교 교직원들에 대한 해임이나 재임용거부 처분의 적법 여부 또는 그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의 존부가 문제 되어 유발된 것들이다. 그리고 만약 이 소송에서 학교측이 패소할 경우 해당 교직원은 법인이 아닌 학교로 복직하게 되고 그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지는 주체도 법인이 아닌 학교이므로, 법인보다는 학교가 위 소송들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 및 재임용 권한은 법인에게 있고, 다만 법인의 정관에 따라 학교의 장에게 위임될 수는 있으나 이 사건 법인의 경우 그러한 위임 사실이 없다. 또한 이 사건 법인의 정관 및 △△대학교의 직원인사규정에 의하면 학교 소속 일반직원 역시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법인 이사장이 임면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연번 1의 공소외 1(△△대학교 직원), 연번 6의 공소외 4(△△대학교 교수), 연번 9의 공소외 5(△△사이버대학교 교수)에 대한 해임 또는 재임용거부 처분을 한 주체는 학교가 아닌 법인이었는바, 이 사건 법인은 단순히 당사자능력 없는 △△대학교 및 △△사이버대학교를 대신하여 위 소송들의 피고가 된 것이 아니라, 법인 스스로가 행한 사무로 인하여 실질적인 책임 주체로서 피고가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패소시에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이 교비회계에서 지출될 돈이라는 점만으로는 법인이 자신의 귀책으로 유발된 응소행위의 부담을 학교에게 전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의 각호 중 이 부분 소송비용과 관련하여 검토할 여지가 있는 것은 제1호 또는 제5호인데, 교직원에게 소송을 당하여 그에 대응하는 것이 학교의 일상적인 업무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 소송비용은 학교의 교육 및 연구 기능을 지원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경비(제1호) 또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제5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범죄일람표 연번 1, 6, 9의 소송비용은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 범죄일람표 연번 2, 3, 4
증거에 의하면, 이 부분 소송에서 등장하는 학생회관(연번 2)은 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이고 조경수(연번 3)와 냉난방 및 전기 설비(연번 4)는 법인의 교육용 보통재산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각 재산들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이 부분 소송비용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의 경비에 포섭되는지 검토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앞서 본 것과 같이 제2호의 경비에 해당하려면 그 경비 자체가 학교의 본래적 기능인 교육 및 연구 활동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비용이어야 한다. 그러나 범죄일람표 연번 2, 3, 4의 각 소송은 학생회관, 조경수, 냉난방 및 전기 설비공사의 계약이나 수행 과정에서 학교 직원이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학교가 입은 손해를 전보받기 위한 것으로, 이 부분 소송비용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 그 자체에 소요되는 경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육이나 연구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소송비용 지출행위에는 제2호는 물론이고 제5호 역시 적용될 수 없고,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각호 중 어느 것도 적용되기 어려운 이상, 위 각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법인보다 학교에 더 큰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만으로 이를 교비로 지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사립학교법 제2조 제2호가 ‘학교법인’을 "사립학교만을 설치·경영할 목적으로 이 법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법인의 존립 목적은 궁극적으로 학교의 운영에 있음이 명백한바, 법인은 학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법인의 자금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범죄일람표 연번 2, 3, 4의 소송비용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 범죄일람표 연번 5, 7, 8
증거에 의하면, 연번 5의 소송은 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인 학생기숙사를 신축하기 위한 공사도급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었고, 연번 7과 연번 8의 소송은 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 또는 보통재산인 강의실·연구실 용도 건물과 박물관 유물 자체의 인도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처럼 위 각 소송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 직접 유래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 시설·설비 자체를 소송물로 하는 것이어서, 연번 2, 3, 4의 경우보다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의 포섭 범위에 한층 더 가까이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제2호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에 관련된 경비 중에서도 학교의 본래적 기능인 교육 및 연구 활동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뜻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되어야 함은 앞서 본 것과 같은바, 교육용 재산의 확보 및 유지·관리 자체를 위한 비용은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학교건물 공사입찰보증금의 귀속주체나 학교재산 인도의무의 존부 등을 가리기 위한 소송행위는 학교의 교육 및 연구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그 소송수행을 위한 변호사비용이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어떠한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그 소가나 난이도를 불문하고 통상적인 업무처리방식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과정을 밟는 것인 데다가, 소송의 인지대나 송달료와 달리 변호사보수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거나 필수불가결한 비용이 아니어서, 위 소송비용이 교육용 재산의 확보 및 유지·관리를 위한 ‘부대비용’으로서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게다가 변호사비용은 소송행위의 위임주체(법인)와 수임주체(소송대리인) 사이의 관계, 수임주체의 지위와 규모 등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일 수 있고, 위임계약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자칫 배임행위가 개입되어 학교와 법인에 손해를 입힐 수도 있는바, 이를 교비회계에서 지급하도록 한다면 교비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어 사립학교법 관련 법규의 취지에 반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이 부분 소송비용이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제5호의 경비에 포섭시키기도 어렵고, 위 소송이 궁극적으로 법인보다는 학교와 더 큰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만으로 그 비용을 교비로 지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 법인은 결국 학교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므로 학교 운영상 발생하는 분쟁을 직접 맡아 법인의 자금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점 역시 앞서 본 다른 소송들의 경우와 같다.
따라서 범죄일람표 연번 5, 7, 8의 소송비용 역시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⑶ 소결론
결국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비용은 모두 법인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경비에 해당하므로, 이를 교비회계에서 지급한 것은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의 위반행위를 구성한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원심이 무죄로 판시한 범죄일람표 연번 5, 7, 8의 각 소송비용 지출행위도 위 법조항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고의 인정 여부
기록에 의하면, △△대학교에서 1,000만 원 미만의 지출은 행정처장 등의 전결사항으로,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의 지출은 행정부총장의 전결사항으로 되어 있는데, 범죄일람표의 연번 1 중 2012. 9. 12.부터 2013. 1. 18.까지의 지출, 연번 2 중 2012. 12. 21.의 지출, 연번 6 중 2013. 5. 29.부터 2014. 7. 31.까지의 지출, 연번 8의 2016. 9. 7.부터 2017. 5. 24.까지의 지출, 연번 9의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는 피고인의 하위직급자들에 의한 전결로 처리되어 피고인이 직접 결재하지 않은 사실, 범죄일람표 연번 1, 2, 3, 4 소송비용의 경우 전임총장인 박우희의 재직 시절부터 교비회계에서 집행하도록 결재가 되어 왔고 소송진행 중 새로 취임한 피고인은 종전의 예에 따라 마찬가지로 교비회계 세출 결재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증거에 의하면 비록 일부 지출결의서에 행정처장이나 부총장의 전결사항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사실과 이를 위한 소송위임계약이 체결된 사실, 그 변호사비용이 교비회계에서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여기에 피고인은 △△대학교 총장의 지위에서 학교 업무를 총괄하면서 교비회계 지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었던 점, 지출결의서상의 전결은 자금집행 단계에서의 것일 뿐이지 소송위임계약 체결 등 관련소송 전반에 걸쳐 피고인의 관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전임총장 재직 시절부터 교비회계에서 집행되도록 결재가 되어 있었던 부분도 피고인 재임기간 중 진행된 부분은 피고인의 책임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에게는 교비를 위 각 소송비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전결처리된 부분이나 관행에 따라 결재한 부분에 대하여는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러므로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 즉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그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2408 판결 등 참조).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들은 학교의 공적인 사안에 관한 것이지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과 무관하고, 피고인은 교비를 재원으로 위 각 소송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학교의 손해를 방지하거나 학교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교비는 교수·학습활동 및 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조성된 기금이므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학교의 교육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학교의 기본적인 교수·학습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법인회계에서 지출하여야 할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학교를 위하는 행위라고만 볼 수도 없고, 교비의 용도 외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그 전용을 실행한 이상 그것이 오로지 학교를 위한다는 의사에 기초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법률의 착오 인정 여부
형법 제16조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한국사학진흥재단은 2009년경 소송비용 회계처리에 관한 이 사건 법인의 질의에 대해 "학교의 운영상 업무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각종 소송의 변호사비용이 학교의 업무에 속하는 비용이라면 교비회계에서 지출함이 타당하리라고 본다"고 회신한 사실, 교육부 역시 2011년 발행한 ‘사례를 통해 보는 회계처리 안내’에서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고, 2017년 발행한 ‘사립대학(법인) 회계관리안내서’에서는 "교비회계 지출 허용 여부는 해당 원인이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인지 등 학교의 장이 추진한 업무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사실, 피고인은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비용의 지출 전에 법조인 출신인 공소외 6 법학교수를 통해 과연 이를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였고 최종적으로 공소외 6 교수의 ‘가능’ 의견에 따라 결재를 한 사실, 이 사건 법인은 소송비용의 교비지출과 관련하여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범죄일람표 연번 1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2011년의 감사원 감사, 2013년의 교육부 감사, 2017년의 한국사학진흥재단 실태조사, 2017년의 교육부 민원질의로 인한 자료제출요구에서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법률의 해석·적용은 사법부의 몫이고, 교육부나 그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지침이 적법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위 지침은 구체적인 사안을 상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상적인 안내에 불과하고, 교육부의 ‘사립대학(법인) 회계관리안내서(2017)’에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학교의 장이 추진한 업무 관련 소송 경비는 교비회계에서 집행이 가능하나, 법적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에 따름"이라고 명시함으로써 그 지침이 최종적인 유권해석은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또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별표 1]은 학교회계의 지출 항목으로서 ‘소송비용’이나 ‘법무비용’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단지 4200관(관리·운영비) 4230항(운영비) 4233목(일반 용역비)에 "감사·세무·감정 등 일반 용역에 지출하는 비용"을 배치하고 있을 뿐인데, 증거에 의하면 △△대학교는 ‘423301 일반용역비(법률, 회계, 노무 등 용역비)’라는 계정과목을 생성하여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감사·세무·감정’과 달리 ‘소송’은 학교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종의 비상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례적인 사건이므로, 4233목(일반 용역비)에 ‘법률용역비’를 추가하고 법률용역비 중에서도 특히 예측가능성이 없고 필수적 절차비용에 해당하지도 않는 ‘변호사 비용’을 위 계정과목으로 처리하는 것은 위 특례규칙을 임의로 확대해석한 것과 다름없다. 즉,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서 ‘변호사 비용’을 교비회계의 세출항목으로 예정하고 있지 않은 한 피고인은 위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사립학교법 관련 법규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지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위 특례규칙을 만연히 확대해석하여 교비를 위법하게 집행한 책임이 있다. 게다가, 증거에 의하면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비용 중 연번 8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들은 ‘비등록금회계’가 아닌 ‘교비회계’에서 지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은 더욱 신중하게 그 집행의 적법성을 살필 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인이 범죄일람표 기재 각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기 전에 교육부의 지침과 종전 관행을 살피고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얻었다는 점만으로는, 위 사정들이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16조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마. 공소시효 완성 여부
수개의 업무상횡령 행위라 하더라도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하며 단일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인정될 때에는 포괄하여 하나의 범죄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도39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범죄일람표의 각 연번별로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하며 범의의 단일성도 유지되었으므로, 하나의 연번에 속한 여러 개의 지출행위는 포괄하여 하나의 범죄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연번 1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4. 8. 6.부터, 연번 2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4. 11. 5.부터, 연번 3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4. 2. 5.부터, 연번 4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5. 9. 4.부터, 연번 5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5. 5. 29.부터, 연번 6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4. 12. 24.부터, 연번 7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4. 7. 9.부터, 연번 8에 속한 일련의 범죄는 2017. 9. 20.부터, 연번 9의 범죄는 2017. 10. 11.부터 각각 공소시효가 진행된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는 위 각 일자로부터 5년(사립학교법위반죄의 공소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5. 29. 제기되었으므로, 피고인의 공소시효 완성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결국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을 이유로 하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그리고 당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유죄로 인정하는 범죄일람표 연번 5, 7, 8의 각 범죄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연번의 각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2. 7. 27.경부터 2018. 7. 26.경까지 서울 (이하 생략)에 위치한 피해자 학교법인 ○○학원(이하 ‘○○학원’이라 한다)이 운영하는 △△대학교의 총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으로, 소속 교직원 등을 지도·감독하고 학교 관련 수입 및 지출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사립학교의 학교법인이 설치하고 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 중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고, 교비회계의 세출은 사립학교법 제29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교비회계의 세출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각호의 경비로 사용되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8. 6.경 ○○학원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대학교로 전보된 후 해임된 공소외 1이 ○○학원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한 해임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와 관련된 변호사비용 중 1,566,400원을 교비회계의 일반용역비 계정을 통하여 ○○학원의 소송대리인인 □□□ 법률사무소에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2. 9. 12.경부터 2017. 10. 11.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9건의 민·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교비회계의 일반용역비 계정을 통하여 변호사선임비용 등 소송비용으로 합계 881,741,148원을 지급함으로써 업무상 보관하던 교비를 횡령함과 동시에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로 전출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수사보고(판결문 등 첨부), 수사보고(변호사 소송비용 지출 관련 지출경위서, 기안 등 첨부)
1. 공소외 1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비용 지출, 학생회관 손해배상(공소외 7) 소송비용 지출, 은행나무 손해배상(공소외 7) 소송비용 지출, 시설비리 손해배상(공소외 8) 소송비용 지출, 공공기숙사 입찰보증금 소송비용 지출, 공소외 4 교수 소송비용 지출, 상가 명도소송 등 관련(공소외 9 등) 소송비용 지출, 박물관 소송비용 지출, 공소외 5 교수 소송비용 지출
1. 참고자료 제출서 및 첨부서류(증거목록 순번 113 내지 118)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업무상횡령의 점, 범죄일람표의 각 연번별로 포괄하여), 각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의2, 제29조 제6항(교비회계 수입 전출의 점, 범죄일람표의 각 연번별로 포괄하여)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교비는 학교가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서의 참역할을 수행하고 발전하게 하기 위하여 조성된 기금임에도 피고인은 그 취지에 반하여 교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는바, 학교 대표자로서의 책임이 무겁다.
다만 피고인은 학교에 닥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을 뿐이고 이로써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은 점, 각 소송비용 지출행위에 앞서 그 적법 여부를 알아보고자 그 나름대로의 노력을 한 점, 초범이고 그동안 교육자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법인은 원심에서 위법한 지출이라고 인정된 금액 대부분(280,646,465원)을 당심에서 교비로 보전하여 줌으로써 학교의 손해를 일부나마 회복시킨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환경, 사립학교법 제57조의 내용 및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였다.
[범죄일람표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