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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재물손괴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14069 판결]

【판시사항】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항소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1항, 제307조, 제308조, 제36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공2017상, 919),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공2023상, 474)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5. 8. 14. 선고 2024노23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9. 1. 01:00경 고양시 덕양구 (이하 생략) 지하 1층에 있는 ‘(상호 생략) 유흥주점’에서, 피고인의 일행이 유흥접객원의 휴대전화에 술을 쏟아 유흥접객원으로부터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받자, 기분이 상하여 위 ‘(상호 생략)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피해자 이○○(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이용 대금 등의 환불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는 이유로, 그곳 탁자에 놓여 있는 위험한 물건인 맥주병 1개를 피해자 소유의 노래방 기계 모니터를 향해 집어 던져 수리비 88만 원 상당이 들도록 파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가.  제1심은 위 주점의 업주인 피해자와 종업원인 송○운, 피고인의 일행인 공소외 1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한 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맥주병을 던졌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제1심법정에서 ‘피해자가 잠시 룸에서 나온 상태에서 피고인이 맥주병을 노래방 기계 모니터를 향해 집어 던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피해자의 진술은 사건 직후보다 제1심법정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고 명확해지고 있으므로, 그 신빙성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
2) 피고인 및 그 일행인 공소외 1은 피해자가 룸 안에서 맥주병을 던졌다고 진술하였고, 위 주점 종업원인 송○운도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 ‘피해자와 피고인 및 공소외 1이 함께 룸 안에 있는 상태에서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는 피해자가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한다.
3) 피해자와 술값 등의 환불 문제로 언쟁을 벌인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그 일행인 공소외 1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언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하였다는 피해자가 범행 당시로부터 두 달이나 지난 시점부터 언쟁의 상대방인 공소외 1이 아닌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도 석연치 않다.
4) 이 사건 직후 피해자와 피고인 측은 서로 상대방이 맥주병을 던졌다고 주장하였고, 경찰은 현장에서 지문 감식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맥주병을 수거하였으나, 이후 경찰은 위 맥주병을 분실하였고 지문 감식도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보태어 줄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제1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1) 피해자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진술서와 진술조서의 작성방법의 차이, 피고인을 특정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2) 피해자는 출동한 경찰관이 깨진 맥주병을 회수해갈 수 있도록 협조하였고, 제1심법정에서 ‘자신의 지문이 맥주병에서 발견될 일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실제로 맥주병을 던진 사람이 피해자라면 취하기 어려운 언동이다.
3) 범행 전후 룸 안에서 피고인, 공소외 1 및 피해자가 앉아있던 위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맥주병과 그 뚜껑, 음식, 술잔 등의 위치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치에서 모니터를 향해 맥주병을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맥주병을 깼다는 증거를 갖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할 테면 해보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이는 실제로 맥주병을 던진 사람이 피해자라면 취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5) 피해자가 굳이 자기 소유의 재물을 손괴할 이유가 없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하여 반드시 모니터를 손괴했어야 할 이유도 없다.
6) 송○운이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피해자가 룸 안에 있을 때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한 것은, 당시 피해자가 잠시 룸 밖으로 나왔다가 맥주병 깨지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룸 안으로 들어간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이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뒤집으면서 내세운 사정은 모두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기록에 기초하여 제1심 공판과정에서 이미 드러나 있었던 것이지, 원심 공판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증인신문에 임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음에도 원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한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
가) 피해자가 사건 당일 작성한 진술서와 그로부터 1주일 후 작성된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에는 ‘피해자가 잠시 룸 밖에 있었던 관계로 손님이 술병을 던지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술병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경찰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비로소 손님 두 명 중 문신이 많은 피고인을 맥주병을 던진 사람으로 특정하였고, 제1심법정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게 된 이유에 관하여 ‘제가 나와서 문을 닫자마자 뭔가 퍽 하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는 순간 피고인이 던지는 모션을 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처음에는 범인을 특정하지 않았던 피해자가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당초 언급하지 않았던 구체적인 단서를 진술하면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맥주병을 던진 후 피해자가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무언가를 던지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 원심은, 피해자가 사건 직후 또는 제1심법정에서 실제로 맥주병을 던졌다면 취하기 어려운 언동을 하였다거나, 굳이 자기 소유인 고가의 재물을 손괴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에 대한 추측에 기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추측의 근거로 삼은 피해자의 언동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피해자가 실제로 맥주병을 던지고도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이므로, 원심이 내세운 위와 같은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다) 원심은, 사건 당일 촬영된 현장 사진에 따를 때 피고인이 있던 쪽 테이블에 맥주병 뚜껑으로 보이는 물체가 4개 관찰되는 데 비하여 맥주병은 1개만 확인되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치에서 노래방 기계 모니터를 향해 맥주병을 던졌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있던 쪽 테이블에 놓인 음식이나 술잔 등의 위치로 보아 그곳에 빈 술병이 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반드시 맥주병 뚜껑이 놓인 곳 근처에 그 뚜껑에 대응하는 술병이 놓여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가 있던 쪽 테이블에 빈 술병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내세운 근거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피고인의 위치에서 모니터 쪽으로 맥주병을 던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원심은, 주점 종업원인 송○운으로서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잠시 룸 밖으로 나왔다가 맥주병 깨지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룸 안으로 들어간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송○운은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 일관되게 ‘피해자가 룸 안에 피고인 및 공소외 1과 함께 있는 상태에서 맥주병 깨지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하였고, 특히 경찰에서 ‘진술인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싸움이 일어날까 봐 룸 복도에서 문 앞에 계속 서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결국 송○운의 진술에 따르면 맥주병이 노래방 기계 모니터를 향해 던져진 시점에 피해자가 룸 안에 피고인 및 공소외 1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고, 만약 피해자가 잠시 룸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맥주병 깨지는 소리가 났다면 출입문 앞에 계속 서 있던 송○운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을 리 없으므로, 피해자의 진술은 송○운의 진술과 배치된다.
마) 무엇보다도 사건 당일 술값 등의 환불 문제로 피해자와 언쟁을 벌인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공소외 1이고, 오히려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자신과 피해자 사이에서 다툼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CCTV 영상에 따르면 피고인이 룸 밖에서 피해자와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확인되기도 하는데, 언쟁의 당사자도 아닌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저지를 만한 뚜렷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
3) 그 밖에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엿보이지도 않는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마용주(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