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차별구제청구
【판시사항】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거나, 근로 가능 여부가 확인된 후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데, 뇌병변장애인인 甲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 참가자로 선발되어 근무하던 중 장기요양등급 1등급 판정을 받고 위 사업안내에 따라 퇴직처리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 사업안내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 및 적극적 구제조치로서 차별적 규정의 삭제 등을 구한 사안에서, 대한민국이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배제하거나 차별 취급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에 해당하고 그러한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대한민국은 甲이 조기 퇴직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위 사업안내에서 차별적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거나, 근로 가능 여부가 확인된 후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데, 뇌병변장애인인 甲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 참가자로 선발되어 근무하던 중 장기요양등급 1등급 판정을 받고 위 사업안내에 따라 퇴직처리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 사업안내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 및 적극적 구제조치로서 차별적 규정의 삭제 등을 구한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배제하거나 차별 취급한 것은 그 자체로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로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여 실시하는 것인 점,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근로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장기요양등급 판정 여부와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할 근로능력 유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대한민국은 甲이 조기 퇴직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위 사업안내에서 차별적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제4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8조, 제11조 제1항, 제26조 제2항, 제46조 제1항, 제47조 제2항, 제48조 제2항, 장애인복지법 제1조, 제21조 제1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13조의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 제2조 제1호, 제5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현정 외 3인)
【피 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소현 외 1인)
【변론종결】
2025. 9. 5.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314,54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3. 13.부터 2024. 10. 18.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는 「2025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 의 별지1 기재 내용을 삭제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 2항 및 피고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과 동등하게 2025년 이후 시행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생이고, 심한 정도의 뇌병변장애인이다.
나. 피고 산하 보건복지부(이하 피고와 그 산하기관을 구별하지 않고 ‘피고’라 한다)는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을 통한 사회참여 확대 및 소득보장 지원, 장애유형별 맞춤형 일자리 발굴 및 보급을 통한 장애인일자리 확대, 근로연계를 통한 장애인복지 실현 및 자립생활 활성화를 목적으로 장애인복지법 제21조,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13조의2에 근거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다. 피고가 발간한 "2024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갑 제4호증, 이하 ‘2024년 사업안내’라 한다)"에는 아래와 같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하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라 한다)의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Ⅱ. 사업운영3. 공통 운영 사항3-1. 참여자 모집 및 선발나. 참여 신청 제외 대상6)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등급외자는 신청 가능)3-4. 참여 중단 조치가. 즉시 참여 중단2) 즉시 참여 중단 사항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라. 원고는 2023년 말 2024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참가자로 선발되어, 2024. 1. 1. 사단법인 ○○○(2024. 5. 17. ‘사단법인 △△△’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하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갑 제5호증).
2. 계약기간: 2024. 1. 1.부터 2024. 12. 31.까지□ 참여 중단 사항 안내① 즉시 참여 중단-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5. 주요담당업무: 동료상담(사무보조)7. 임금① 보수는 월 552,160원(고용보험 개인 부담금 포함)8. 앞에 명시된 내용 이외의 사항은「2024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지침에 따라 시행되며, 지침의 변경 또는 사정에 따라 근로조건은 변경될 수 있음
마. 원고는 (날짜 생략)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었고, 원고의 거주지 관할인 은평구 □□동주민센터 담당자는 원고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등급심사를 받도록 안내하였다. 이에 원고는 장기요양등급심사를 거쳐 2024. 2. 29. 장기요양 1등급(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95점 이상인 자)의 수급자로 판정되었다(갑 제6호증).
바. 이 사건 법인은 원고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2024. 3. 13.경 원고에게 퇴직을 통보하였다.
사. 이후 피고는 "2025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을 제4호증, 이하 ‘2025년 사업안내’라 한다)"를 발간하였는데, Ⅱ. 3. 3-1. 나.항의 ‘참여 신청 제외 대상’ 항목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등급외자는 신청 가능)’을 삭제하고, Ⅱ. 3. 3-4. 가. 2)항의 ‘즉시 참여 중단 사항’ 항목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역시 삭제하여 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선발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한 추가적인 절차를 규정하였다.
Ⅱ. 사업운영3. 공통 운영 사항3-1. 참여자 모집 및 선발마. 참여자 선발3) 선발방법다) 수행기관은 필요 시 상담의견서[서식10]를 작성하여 참여 신청자의 장애관련사항, 특이사항 등을 파악해야 함, 특히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의 경우에는 등급에 따른 특성[서식39] 등을 고려하여 근로 가능 여부 등 반드시 확인하여야 함 ※ 수행기관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의 근로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의사진단서 등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음라) 수행기관은 선발기준표[서식11]를 작성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하며, 면접 시 참여 신청자의 사업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하여 최종 선발 여부 확정 ※ 장애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경우,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적정성 확인을 위한 조사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음을 고지(참여조건 합의서에 관련 내용 반영)
아. 관련 법령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6호증, 을 제3, 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2024년 사업안내 관련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2024년 사업안내를 통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배제하였다. 이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 대한 직접차별이자, 뇌병변장애인과 지체장애인에 대한 간접차별에 해당한다.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제26조 제3항 제2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2호를 위반하였다. 원고는 위법한 피고의 2024년 사업안내로 인하여 2024. 3. 13.경 이 사건 법인에서 퇴직처리되었고, 이에 따라 위 퇴직시점부터 당초 계약기간인 2024. 12. 31.까지 받을 수 있던 나머지 급여 5,314,540원(= 552,160원 × 12개월 - 2024. 1. 1.부터 2024. 3. 13.까지의 보수 합계 1,311,38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 5,314,5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2025년 사업안내 관련 적극적 구제조치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2025년 사업안내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게만 근로능력 확인 절차를 부여하고, 장기요양등급 적정성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을 다른 장애인보다 불리하게 차별 대우하는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에 따른 적극적 구제조치로써 2025년 사업안내에서 별지1 기재 내용을 삭제하고,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과 동등하게 2025년 이후 시행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나. 피고
1) 2024년 사업안내 관련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 부존재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사업이므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장애의 유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를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이들의 근로능력을 고려하고 별도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참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일 뿐, 장애 또는 장애의 유형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 볼 수는 없다.
나) 정당한 사유의 존재
피고는 한정된 재원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도 제한되어 있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를 장애인일자리사업 대상자로 선발할 경우 근로제공이 가능하지만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여 생활에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
2) 2025년 사업안내 관련 적극적 구제조치청구에 대하여
가) 장애인일자리사업은 근로 제공이 가능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므로, 대상자 선발에 있어 근로 가능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 대하여 내려지므로, 이들에 대하여는 실제 근로의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한 근로 가능 여부 확인절차를 규정한 것은 장애 또는 장애의 유형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다.
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후 수급자의 심신상태 등의 변화에 따라 등급의 적정성에 대한 재조사 등 사후관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여 근로 제공을 하고 있다는 사정은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후의 사정으로 종전 등급 판정의 기초가 된 심신상태 등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사후관리차원에서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적정성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 즉 이는 장기요양보험제도 운영에 필요한 관리조치일 뿐이고, 장애 또는 장애의 유형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다.
3. 판단
가. 2024년 사업안내 관련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1) 쟁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금지하는 차별’로,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제26조 제2항은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장애인에게 제4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4조 제3항에서는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제1호), ‘금지된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제2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47조 제2항에서는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차별로 보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조 제4호의 공공기관으로, 피고가 시행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은 공공기관의 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해당한다. 피고는 2024년 사업안내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참여를 일률적으로 배제하였으므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 자체는 일응 인정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었는지,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한다.
2)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여부
2024년 사업안내에 따른 차별행위는 장애인 가운데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을 구별하여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피고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사업이므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그 규제 내지 규율의 대상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별행위만으로 한정하지 아니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2항도 그 규제 대상이 되는 서비스 등의 내용을 이용대상자의 범위에 따라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다.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행위는 엄격한 요건으로 규제 및 규율될 필요가 있으므로, 장애인일자리사업과 같이 그 이용대상자가 장애인으로 한정된 행정절차 및 서비스라고 하여 이를 함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은 아니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의 실현을 통하여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장애인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의무를 피고에게 부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제8조).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65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65세 미만으로 치매ㆍ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 제2조 제1호). 고령 또는 노인성 질병에 따른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그 자체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 제1항에서 정의한 장애 즉,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보인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의 근로능력이 부족하거나 없음을 전제로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일률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로 볼 수 있다.
피고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신청한 장애인 중 대상자를 선별할 기준이 필요하였고, 이에 피고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보다는 아무런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 장애인을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우선하여 선발하고자 한 것일 뿐,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는 장애인을 비롯하여 장기요양급여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지원을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별다른 참여 제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위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따라서 2024년 사업안내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3) 정당한 사유 존재 여부
피고는 2024년 사업안내를 통해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를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①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 내에서도 일상생활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에 차이가 있는 점(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②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복지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2에 따라 장애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여 실시하는 것인 점, ③ 장애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근로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원고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여 동료상담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장기요양등급 판정 전후로 원고의 근로능력이 유의미하게 달라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장애인일자리사업은 한정된 재원하에 운영되고 해당 사업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가 제한되어 대기자가 상당한 상황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처럼 신청한 장애인 중 장애인일자리사업 대상자를 선별할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장기요양등급 판정 여부와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할 근로능력 유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장기요양등급 판정 여부’라는 일률적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거나 장애인일자리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217421 판결 참조).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차별 시정에 적극적 조치를 할 가중된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조는 피고가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함에 있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모든 국민이 장기요양급여, 신체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생활안정과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장기요양급여 수급을 받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이들의 생활안정과 자립을 지원하는 시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피고는 2025년 사업안내에 있어서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고, 이는 피고 스스로 2024년 사업안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2024년 사업안내를 통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을 일률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가 2024년 사업안내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참여를 일률적으로 배제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고는 2024. 1. 1. 이 사건 법인과 계약기간을 1년, 임금을 월 552,160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위법한 피고의 2024년 사업안내로 인하여 예정된 근로기간보다 앞선 2024. 3. 13.경 퇴직처리되어 더는 근무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당초 계약기간인 2024. 12. 31.까지 받을 수 있던 나머지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 나머지 급여를 산정하면 5,314,540원(= 552,160원 × 12개월 - 2024. 1. 1.부터 2024. 3. 13.까지의 보수 합계 1,311,380원)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314,54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3. 1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4. 10. 18.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2025년 사업안내 관련 적극적 구제조치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5년 사업안내에는 별지1과 같이 ①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지원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하여 근로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의사진단서 등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②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적정성 확인을 위한 조사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한 차별취급은 그 자체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직접차별의 범주에 포섭되는 점, 장기요양등급 판정과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할 근로능력 유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를 전제로 2025년 사업안내에 위와 같은 기재를 둔 것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차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2025년 사업안내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한 규정이 장애인일자리사업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는 반대로 피고의 판단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한 장애인일자리사업을 배제하는 적극적인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취지, 목적, 내용이 달라 구분된다는 점에서 규정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법원은 원고의 신청에 따라 2025년 사업안내에서 별지1 기재 내용을 삭제하도록 허가할 것을 명하기로 한다. 다만 이와 같이 명하는 부분을 초과하여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과 동등하게 2025년 이후 시행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일반적ㆍ추상적인 적극적 조치를 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이 부분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2025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 생략
[별 지 2] 관계 법령: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