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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6도4423 판결]

【판시사항】


[1] 항소심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 경우

[2]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구속력을 갖는 경우 및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 요건

[3]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甲을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핵심 증거인 甲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사가 항소한 후 원심에 이르러 甲이 당시 입었다는 슬랙스 바지 및 위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대검찰청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원심은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바지 안쪽 면에서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안에서,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이를 취신한 후 유죄의 증거로서 추가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현행 형사소송법상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는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이거나, 항소심의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라야 한다.
[2]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해서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ㆍ기술ㆍ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특히 그 증거방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자칫 그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형사소송의 요체인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증명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3]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甲을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핵심 증거인 甲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사가 항소한 후 원심에 이르러 甲이 당시 입었다는 슬랙스 바지 및 위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대검찰청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원심은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바지 안쪽 면의 사타구니 솔기부위에서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안에서, ① 위 바지는 피고인과 甲의 성관계가 있었던 날부터 甲이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한 날까지 2년 이상 甲이 보관하였는데, 甲이 바지를 보관하는 동안 甲 또는 제3자에 의해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있었는지, 바지가 수사기관에 뒤늦게 제출된 경위 등에 대해 甲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한 적이 없고, 재판 과정에서 심리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점, 바지에서 피고인과 甲의 DNA 외에도 불상 남성의 DNA가 다수 검출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과학적 증거방법의 대상이 된 바지의 보관 과정에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에서 주로 문제 된 당시 甲이 입었던 바지와 관련하여 검사가 유력한 보강증거로 제출한 위 감정서는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로 쉽게 취신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② 원심이 제1심과 달리 甲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거쳐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함에 있어 원심에서 추가로 제출되어 증거로 채택된 감정서의 증명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 경우라면, 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방법인 위 감정서의 DNA 감정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바지의 보관 및 제출 과정, 이에 관한 반대증거의 존재 등에 비추어, 검사로서는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는 점에 대해 추가적으로 증명을 할 필요가 있고, 원심으로서도 이를 토대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심리, 판단하거나 혹은 위 감정서를 제외하고서도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만연히 이를 취신한 후 유죄의 증거로서 추가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64조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3] 형법 제297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공1997상, 279),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공2017상, 919) / [2]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공2011하, 1352)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박종택 외 2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6. 2. 12. 선고 2025노1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사건의 경위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21. 8. 27. 20:40경부터 21:00경까지 사이 피고인 차량의 뒷좌석에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피해자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쳐내자, 왼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몸을 강하게 눌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시트에 눕힌 뒤, 피해자의 짙은 군청색 계열의 슬랙스 바지와 속옷을 강제로 잡아당겨 벗기고 피해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강제로 간음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허리 부분이 고무 밴딩으로 된 슬랙스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바지를 잡아당겨 벗기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당시 단추가 있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피고인이 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피해자가 이에 응하여 자발적으로 벗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어떤 바지를 입었는지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강제성 여부 및 이에 관한 피해자와 피고인 각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결 이후 검사가 원심에 이르러 그와 관련한 증거로 제출한 대검찰청 감정서는 제1심과 원심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성관계 당시 입었던 바지라며 슬랙스 바지(이하 ‘이 사건 바지’라 한다) 사진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데, 이 사건 바지 실물은 이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이 인용된 이후인 2024. 1. 26. 비로소 검찰에 제출되었다. 검사는 제1심에서 이 사건 바지 실물을 제시하지 않았고, 수사 및 제1심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심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이 이루어졌고, 감정 결과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이 사건 바지 안쪽 면의 사타구니 솔기부위에서 검출되었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을 하여 간음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반면 원심은,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피해자의 주장처럼 벗기기 쉬운 이 사건 바지를 입은 것이 분명하고, 이 사건 바지 밴딩 부분 등 일부가 손상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여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 같다고 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을 뒷받침한다는 등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는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이거나, 항소심의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해서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ㆍ기술ㆍ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특히 그 증거방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자칫 그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형사소송의 요체인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증명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 증거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제1심에서 모두 이루어졌고,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2차 증인신문 및 대검찰청 감정서가 전부이다. 원심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2차 증인신문은 앞서 본 법리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그에 따른 원심의 심증 형성은 존중할 수 있는 반면, 거기서 이루어진 피해자의 진술 중 이 사건 공판 과정에서 주로 문제 된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바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유력한 보강증거로 제출한 대검찰청 감정서는 이 사건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것으로서 이를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로 쉽게 취신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 및 관련 법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과학적 증거방법의 대상이 된 이 사건 바지의 보관 과정에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 이 사건 바지의 보관 과정 및 제출 경위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바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가 있었던 2021. 8. 27.부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한 2024. 1. 26.까지 2년 이상 피해자가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 사건 바지를 보관하는 동안 피해자 또는 제3자에 의해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있었는지 여부, 이 사건 바지가 수사기관에 뒤늦게 제출된 경위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한 적도 없고, 재판 과정에서 심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피해자의 변호사가 재정신청 과정에서 제출한 재정신청 이유보충서에 "증거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따로 보관하여 왔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바지가 감정 전까지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 없이 보관되었음이 담보되었다거나 검사가 이를 증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제1심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시 입었던 바지를 묘사하는 한편 사건 며칠 후 촬영했다고 하는 바지 사진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지만,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이 피해자가 제출한 위 바지 사진을 확인한 후 피해자가 출근, 퇴근할 때 입었던 바지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사실이 나타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바지에 관한 피해자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가 존재하는 이상 수사기관으로서는 피해 사실과 이 사건 바지의 관련성 및 증명력 등 확인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로부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바지를 피해자의 수중에 방치한 상태로 두었다. 이에 2025. 2. 20. 이 사건 바지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을 제1심이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자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5. 11. 27.경 이루어진 대검찰청의 감정서를 검사가 원심에 제출하였다. 피해자로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서 이 사건 바지가 갖는 중요성과 의미를 사건 초기부터 인지하여 그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기까지 하였는바, 이를 고려하면 위와 같이 수사기관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위 감정서의 과학적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야기되었으므로, 검사로서는 위 의문을 객관적으로 해소할 정도의 증명을 추가로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바지의 훼손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바지에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DNA 외에도 불상의 남성의 DNA가 다수 검출되었다. 피고인의 DNA는 이 사건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부분 한 곳에서만 검출되고, 피해자의 DNA는 이 사건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부분과 바지 겉면 앞쪽 부분, 바지 겉면 뒤쪽 엉덩이 부분 등 세 곳에서 검출되었으나 불상의 남성의 DNA는 바지 겉면 앞쪽, 뒤쪽, 밴딩 부분 등 바지 겉면 12곳에서 검출되었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바지 겉면 앞쪽 부분에서는 불상의 남성의 DNA가 혼합하여 검출되기도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바지를 벗기는 과정에서 상당한 실랑이가 있었다면 이 사건 바지 겉면에도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의 DNA는 이 사건 바지의 안쪽에서만 검출되었을 뿐, 바지 겉면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이를 들어 불상의 남성의 DNA가 이 사건 바지 겉면에서 다수 검출된 것과 모순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불상의 남성의 DNA가 이 사건 바지에서 다수 검출되거나 피해자의 DNA와 혼합하여 검출되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바지의 오랜 방치 과정의 문제점까지 더하여 감정서의 증명력에 관한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상, 검사는 이 사건 바지가 수사기관 외부에서의 방치 과정에서 오염될 여지가 없었고, 이 사건 바지에서 검출된 피고인의 DNA에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도 없었음이 담보되어, 결과적으로 위 감정서의 증명력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는 점에 대하여 추가로 증명할 필요성이 있었고, 원심도 이에 관하여 추가 심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2)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 될 경우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는데,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지만, 원심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쳐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과 달리 피해자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거쳐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함에 있어서 원심에서 추가로 제출되어 증거로 채택한 감정서의 증명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 경우라면, 이 사건 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방법인 위 감정서의 DNA 감정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사건 바지의 보관 및 제출 과정, 이에 관한 반대증거의 존재 등에 비추어, 검사로서는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는 점에 대해 추가적으로 증명을 할 필요가 있고, 원심으로서도 이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심리, 판단하거나 혹은 위 감정서를 제외하고서도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만연히 이를 취신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서 추가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천대엽(주심) 서경환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