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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4도14708 판결]

【판시사항】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참조조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1호, 제9조 제1항, 제44조 제1호

【참조판례】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공2007상, 104),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9240 판결,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도20470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인숙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4. 8. 27. 선고 2024노1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업체명 1 생략), (협회명 생략)(이하 ‘이 사건 협회’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수어통역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8. 1.부터 2021. 12. 31.까지 수어통역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공소외 1의 퇴직금 25,813,043원, 2017. 8. 1.부터 2021. 12. 31.까지 수어통역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공소외 2의 퇴직금 11,679,63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1, 공소외 2(이하 ‘공소외 1 등’이라 한다)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이 수주한 방송수어통역 용역계약에 따라 일정한 방송시간에 수어통역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나, 이는 일의 완성이 중요한 용역계약의 내용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공소외 1 등과 피고인 및 다른 수어통역사인 공소외 3은 담당할 방송 및 일정을 상호 협의하여 정하였다. 업무의 내용이 피고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2) 공소외 1 등은 피고인과 근무일, 근무시간, 연봉,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도 없었다. 공소외 1 등이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방송 일정에 맞추어 진행되는 방송수어통역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3) 공소외 1 등은 연도별로 대체로 매월 동일한 보수를 받았으나, 이는 공소외 1 등이 1년간 수행할 수어통역의 양이 정해져 있어 그 전체 용역대금을 12개월로 안분하여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근로자성을 긍정할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4)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이 수주한 방송수어통역 업무 외에도 (업체명 2 생략), (업체명 3 생략)등 다른 곳에서도 수어통역을 하고 별도의 대가를 받았다.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이나 전속성이 있었는지도 의문이 든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 등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
1) 피고인은 (업체명 1 생략)의 대표로서 ○○방송, △△홈쇼핑, □□티비 등(이하 ‘○○방송 등’이라 한다)으로부터 1년 단위로 방송수어통역 용역계약을 수주하였다. 공소외 1 등은 방송수어통역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업체명 1 생략)에 입사하여 약 5개월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교육받고, 피고인이 수주한 용역계약에 따라 ○○방송 등으로 가서 정해진 방송시간 동안 수어통역 업무를 하였다.
2) 피고인이 1년 단위로 체결한 위 용역계약에 따라 공소외 1 등이 고정적으로 수행할 수어통역 업무의 시간, 장소 등 전반적인 내용이 결정되었다.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에게 업무 능력 등을 고려하여 위 용역계약 범위 내에서 각자 담당할 방송을 배정하였고, 그러한 고정적인 업무 외에 단발적인 수어통역 업무를 추가로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공소외 1에게 수어통역 일정에 관한 변동 사항의 보고 업무를, 공소외 2에게 공문 작성, 행사 준비 등 이 사건 협회의 사무 보조 업무를 각 부여하였다. 공소외 1 등과 다른 수어통역사들은 수어통역을 희망하는 요일, 시간대 등을 신청할 선택권이 있고 통역 일정의 배정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으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선택권이 부여되었고 피고인이 배정한 업무를 거절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이 수행할 업무 내용에 관하여 최종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공소외 1 등이 비록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는 방송수어통역 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어서 공소외 1 등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 기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4) 공소외 1 등은 담당하는 방송이 오전 9시경 시작하면 ○○방송 등으로 바로 출근하였다. 담당하는 방송이 없거나 늦게 시작하는 날에도 대체로 오전 9시경 피고인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교육받거나 수어통역을 준비하다가, 방송시간에 맞춰 ○○방송 등에 가서 수어통역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 후 오후 6시경 퇴근하였다. 공소외 1 등은 담당하는 방송이 없더라도 일과시간에 개인 용무를 보거나 조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승낙을 받아야 하였다.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공소외 1 등이 그에 일정 정도 구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이 제공하는 사무실 비품과 방송 물품 등을 활용하여 수어통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이 수주한 업무 외에도 (업체명 3 생략) 등에서 들어온 수어통역 의뢰를 일부 수행하였으나, 피고인이 승낙하지 않는 다른 업체의 수어통역 의뢰는 수행할 수 없었다. (업체명 3 생략) 등의 의뢰를 수행하고 받은 금액도 많지 않다. 공소외 1 등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으로부터 매월 동일한 금액의 보수를 받았고 그 액수는 실제로 수행한 수어통역의 횟수와 시간이 변동되더라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소외 1은 팔이 골절되어 주된 업무인 수어통역을 할 수 없었던 기간에도 사무 보조 업무 등을 수행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일정한 보수를 받았다. 당시 공소외 1 등이 받은 보수 중 일부는 교통비 등 실비변상적 금원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나머지 부분은 공소외 1 등이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고정급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7) 공소외 1 등은 4~5년가량 계속하여 피고인이 부여한 수어통역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인의 승낙 없이는 다른 곳의 수어통역 의뢰를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피고인에 대한 전속성도 일정 정도 인정된다.
8) 공소외 1 등은 피고인과 근무일 등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공소외 1 등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1 등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외 1 등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소외 1 등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나아가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그에 따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ㆍ판단할 필요가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이흥구(주심) 오석준 이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