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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협박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및 어떠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의 의미

[2] 피고인(여, 39세)이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와 자신을 폭행하는 甲(남, 76세)에 대항하여 주먹으로 甲의 얼굴을 폭행한 후, 싱크대 위에 있던 부엌칼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며 위해를 가할 듯이 위협함으로써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甲을 협박하였다는 특수협박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가위를 들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甲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때 어떠한 행위가 위 요건들을 충족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목적ㆍ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중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ㆍ독립적ㆍ완결적인 요건으로까지 요구할 것은 아니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피고인(여, 39세)이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와 자신을 폭행하는 甲(남, 76세)에 대항하여 주먹으로 甲의 얼굴을 3회 폭행한 후, 싱크대 위에 있던 부엌칼(날 길이 25cm)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며 위해를 가할 듯이 위협함으로써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甲을 협박하였다는 특수협박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甲의 조카로 어린 시절 甲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가족들에게 폭로하자, 이에 격분한 甲이 피고인 집에 찾아와 기다리다가 피고인이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자마자 피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하였고, 피고인도 이에 대항하여 甲의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는 등 서로 맞붙어 싸움을 벌이게 된 점, 피고인의 동거인이 싸움을 말려 피고인과 甲이 잠시 떨어져 있던 중 甲이 거실 서랍장의 서랍(가로 43cm, 세로 37cm, 높이 15cm) 2개를 꺼내어 피고인에게 던진 후 재차 주먹으로 피고인의 얼굴을 3회 가격한 데 이어 식탁 위에 있는 가위(날 길이 14cm)를 가져와 피고인을 위협하였고, 피고인은 甲이 던진 서랍에 맞아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손가락 부분의 상해를 입은 점, 피고인과 甲이 다투게 된 발단과 경위에 비추어 甲의 책임이 근원적이고 보다 중하다고 보이는 점, 甲의 폭행과 위협에 대항하여 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고, 피해 정도도 피고인이 더 중한 점, 피고인이 직접 112신고를 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분쟁 해결을 요청하였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칼을 들고 부엌에 있었을 뿐 甲에 대해 추가적인 위협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가위를 들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甲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0조
[2] 형법 제20조, 제283조 제1항, 제28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공2000상, 1345),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공2022상, 303),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공2023하, 1103)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송기오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4. 7. 18. 선고 2023노328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2023. 1. 30. 18:45경 피고인의 주거지 내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폭행하자 이에 대항하여 우측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좌측 부위를 3회 폭행한 후, 싱크대 위에 있던 위험한 물건인 부엌칼(날 길이 25㎝)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며 위해를 가할 듯이 위협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등 참조). 이때 어떠한 행위가 위 요건들을 충족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목적ㆍ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중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ㆍ독립적ㆍ완결적인 요건으로까지 요구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의 조카로 평소 서로 왕래하던 사이였는데, 어린 시절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가족들에게 폭로하였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찾아와 기다리다가 피고인이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자마자 피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했다. 피고인도 이에 대항하여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는 등 서로 맞붙어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2) 피고인과 동거하던 피고인의 이모가 싸움을 말려 피고인과 피해자가 잠시 떨어져 있던 중, 피해자가 거실에 있는 서랍장의 서랍(가로 43㎝, 세로 37㎝, 높이 15㎝) 2개를 꺼내어 피고인에게 던져 피고인의 우측 엄지손가락을 맞춘 후 재차 오른 주먹으로 피고인의 얼굴 왼쪽을 3회 가격한 데 이어 식탁 위에 있는 가위(날 길이 14㎝)를 가져와 가위 날 끝부분을 손으로 치면서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까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된다."라며 피고인을 위협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던진 서랍에 맞아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손가락 부분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3) 이에 피고인은 싱크대 위에 있던 부엌칼(날 길이 25㎝)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와 대치하였다.
4) 이러한 대치 상황에서 피고인이 직접 112신고를 하여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하였고, 피해자가 가위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에도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칼을 들고 부엌에 있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1) 피고인은 39세 여성으로,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자마자 일방적으로 집에 찾아온 76세 남성인 피해자의 갑작스러운 폭력행사에 맞서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멱살을 잡는 등 싸움을 하게 되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모의 개입으로 싸움을 멈춘 상황에서, 피해자가 또다시 피고인에게 상당히 크고 둔탁한 서랍을 던져 손가락에 상해를 입히고 피고인에게 다가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일방적인 폭력행위를 계속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해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3) 피해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위를 가져와 ‘가위로 죽여 버린다.’는 취지로 피고인을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피해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미 피해자로부터 몇 차례 공격을 받은 데 이어 화가 난 피해자가 사용 방법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가위를 가져와 피고인의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가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자, 위와 같은 피해자의 위협이 추가적인 가해행위 없이 끝나리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4)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싱크대 위에 있던 부엌칼을 가져와 "변태 새끼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고 말한 것은, 그 언동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의 폭력성, 피고인과 피해자의 과거부터의 관계,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한 행위이자, 가위를 들고 피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언동을 하는 피해자의 추가적 가해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5)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게 된 발단과 경위에 비추어 피해자의 책임이 근원적이고 보다 중하다고 보이는 점, 피해자의 폭행과 위협에 대항하여 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고, 피해의 정도도 피고인이 더 중한 점, 피고인이 직접 112신고를 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분쟁 해결을 요청하였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칼을 들고 부엌에 있었을 뿐 피해자에 대하여 추가적인 위협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가위를 들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피해자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피고인이 저항 과정에서 부엌칼을 든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그 위험성에 비추어 부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지만,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그 행위에 이르게 된 일련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점, 정당행위의 요건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점,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서 든 부정적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정당행위를 규정한 입법 취지 및 사회상규의 의미에 배치될 수 있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천대엽(주심) 서경환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