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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3722 판결]

【판시사항】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 /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2] 재물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 설정이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위탁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그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계좌 명의인인 수탁자는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때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2] 재물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 설정이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위해서는,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와 규율 내용,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위탁관계의 형성 경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위탁관계 설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행위가 강행규정 위반 등으로 사법상 무효인지,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3] 위탁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그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계좌 명의인인 수탁자는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단지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차명계좌의 개설 시기와 목적, 위탁자가 차명계좌를 사용하게 된 경위와 기간, 위탁자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였는지를 비롯한 차명계좌 이용 당시의 객관적 상황, 예금거래의 구체적 실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3] 형법 제327조,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668)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광주지법 2025. 8. 13. 선고 2024노18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거하지 아니하는 형제 사이로,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를 빌려 횟집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인 명의 신협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사용하여 횟집을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 피해자의 횟집 매출금을 보관하던 중 2023. 5. 4.경 계좌비밀번호를 변경하고, 2023. 5. 4.경부터 2023. 5. 15.경까지 총 38회에 걸쳐 합계 55,072,710원을 임의로 사용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예금계좌 명의를 빌릴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피해자의 채권자들이 피해자 재산에 강제집행을 하려는 태세를 보였으며, 피해자는 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인과 위탁계약을 맺고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자신의 돈을 보관하였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대로라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에 해당하여,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재물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 설정이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위해서는,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와 규율 내용,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위탁관계의 형성 경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위탁관계 설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행위가 강행규정 위반 등으로 사법상 무효인지,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위탁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그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계좌 명의인인 수탁자는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단지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차명계좌의 개설 시기와 목적, 위탁자가 차명계좌를 사용하게 된 경위와 기간, 위탁자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였는지를 비롯한 차명계좌 이용 당시의 객관적 상황, 예금거래의 구체적 실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와 피고인은 동거하지 아니하는 형제 관계이다.
2) 피해자는 2010년경 소규모 건설업체를 운영하다가 원청업체의 부도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폐업하였고, 2017년경 피고인의 처와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고인의 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횟집을 운영하였다.
3) 2018년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고인 명의로 횟집 사업자등록을 변경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한 다음, 피고인으로부터 그 계좌 및 이와 연결된 카드, 통장 등의 사용을 허락받아 이 사건 예금계좌를 횟집 사업용 계좌로 이용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횟집 매출금 등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하되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
4) 피해자는 2018년경부터 2023. 5.경까지 이 사건 예금계좌에 횟집 매출금 등을 입금하고 거기에서 횟집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2023. 5.경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된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
5)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 명의로 횟집을 운영하고 그 매출금 등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하게 된 경위와 전후 사정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래전에 작은 규모의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했었는데 원청업체의 부도로 함께 부도가 나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신 명의로는 사업자등록이나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였고, 거래업체 등이 통장을 압류하거나 변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원청업체가 해당 거래업체 등에 직접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횟집을 운영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를 이용한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 또는 피고인이 강제집행면탈죄 등 범죄 혐의로 조사받거나 기소된 사실은 없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은 이 사건 약정에 근거하여 횟집 매출금 등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사건 약정 자체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거나 그 약정에 따른 횟집 매출금 등의 보관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또는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약정은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의 이 사건 예금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그 계좌에 예치된 횟집 매출금 등의 보관을 위탁하는 내용이므로, 해당 금원에 관한 위탁관계의 근거가 되는 법률행위로 볼 수 있다.
2) 이 사건 약정에 따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횟집 매출금 등의 보관을 위탁할 당시 피해자가 부담하던 채무의 규모와 내용, 강제집행의 기초가 되는 구체적 채권의 존재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는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의 채권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이행청구의 소 또는 그 보전을 위한 가압류ㆍ가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었다고 평가할 만한 사정 또한 기록상 드러나지 않는다.
3)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 출석하여 오래전에 사업체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불가피하게 동생인 피고인 명의로 횟집을 운영하고 금융거래를 하게 된 경위 등을 설명하면서 ‘현재는 원청업체의 변제 등으로 채무관계가 잘 해결되었으나, 부도 당시 또는 그 이후에 채권자들이 통장을 압류하거나 변제 독촉 등을 한 적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였는지는 채무자나 채권자의 주관적인 처지나 진술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채권자의 강제집행 의사를 드러내는 사정들을 포함하여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제1심과 원심은 이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이 사건 예금계좌를 사용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전후 사정 등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을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아니한 채 ‘사업체 부도 등으로 인한 채무관계로 통장 압류나 변제 요구를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단편적인 진술 등에만 주목하여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속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
4) 피해자는 사업체 부도 이후 신용불량자가 되었으나,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후에 피고인 명의로 횟집을 운영하면서 사업용 계좌가 필요하게 되자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그 명의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이용하였다. 이러한 계좌 개설 시기와 목적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면탈할 목적과 고의를 가지고 피고인 명의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거나 금융거래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로서는 생계 등을 유지하기 위해 동생인 피고인 명의로 경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사건 예금계좌를 이용하게 되었고, 강제집행 면탈에 관한 구체적 인식이나 고려 없이 인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피고인과의 사이에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된 돈에 관한 위탁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을 가지고 피고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에서 금지하는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9091 판결 등 참조).
5) 피해자와 피고인은 약 5년 동안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위탁관계를 유지하였고,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있기 전까지는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된 돈의 소유권 등과 관련하여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분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앞서 본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피해자가 이 사건 예금계좌를 이용하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예금계좌에 보관된 돈을 피고인에게 위탁한 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