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손괴·강제추행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에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요구되는 ‘폭행’의 정도 / ‘추행’의 의미 및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甲(여, 29세)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으로 방문하여 甲이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중 甲에게 주문을 한 후 甲이 이를 처리하는 틈을 타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약통에 담긴 피고인의 정액을 甲이 마시던 컵에 몰래 넣어 그 정을 모르는 甲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정액과 섞인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방법으로 甲을 강제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甲의 커피 잔에 자신의 정액을 몰래 넣어 甲으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한 행위는 甲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이자 甲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나아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2] 피고인이, 甲(여, 29세)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으로 방문하여 甲이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중 甲에게 주문을 한 후 甲이 이를 처리하는 틈을 타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약통에 담긴 피고인의 정액을 甲이 마시던 컵에 몰래 넣어 그 정을 모르는 甲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정액과 섞인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방법으로 甲을 강제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처음 보는 甲에게 자신의 정액을 마시게 할 의도로 甲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추가로 디저트를 주문한 다음 甲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甲의 커피 잔에 정액을 넣음으로써 甲이 피고인의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피고인은 인접한 거리에서 甲이 그 커피를 마시는 모습 등을 모두 지켜본 뒤에 자리를 떠난 점, 피고인의 행위는 외형상 甲의 물건에 대한 행위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실질은 甲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시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甲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점, 정액은 강한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데다가 감염 매개 가능성이 있는 체액이므로, 이러한 타인의 체액을 의사에 반해 마시게 함으로써 체내에 투입시키는 행위는 甲에게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도 유발할 수 있는데, 실제로 甲은 정액이 혼입된 커피를 마신 뒤 이상한 맛을 느끼고 이를 모두 게워낸 후 위세척을 받았으며,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운영하던 카페를 폐업하는 등의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위와 같이 甲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甲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해당할 수 있고, 유형력의 행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甲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닌 점, 또한 피고인이 甲의 의사에 반하여 甲에게 정액을 마시게 한 행위는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甲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도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甲의 커피 잔에 자신의 정액을 몰래 넣어 甲으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한 행위는 甲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이자 甲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공2002상, 1306),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공2020상, 861),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186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승민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6. 1. 15. 선고 2025노39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대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여, 29세)가 운영하는 카페에 방문한 손님이고,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관계이다. 피고인은 2024. 7. 2. 14:14경 위 카페에서, 피해자가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중 피해자에게 주문을 한 후 피해자가 이를 처리하는 틈을 타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약통에 담긴 피고인의 정액을 피해자가 마시던 컵에 몰래 넣어 그 정을 모르는 피해자로 하여금 컵에 들어 있는 피고인의 정액과 섞인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마시던 컵에 몰래 피고인의 정액을 넣은 행위 및 피해자가 그 사정을 모르고 그 컵에 들어 있는 피고인의 정액과 섞인 커피를 마신 행위를 피해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나아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으로 방문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처음 보는 사이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음료를 주문하고 이를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피해자는 카운터 바로 옆의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음료를 마시면서 여러 차례 피해자 쪽을 쳐다보다가, 피해자에게 다가가 추가로 디저트를 주문하였다. 피해자는 마시던 커피를 자리에 그대로 두고 카운터로 들어가 디저트를 준비하였다. 그동안 피고인은 전날 자위행위를 하던 중 플라스틱 약통에 받아 소지하고 있던 자신의 정액을 피해자의 커피 잔에 넣었다.
다)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피고인에게 디저트를 준비하여 건네준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피고인의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셨다. 그 즉시 맛이 이상함을 느낀 피해자는 CCTV를 확인한 뒤 피고인의 행위를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그와 같은 피해자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카페를 떠났다.
라) 피해자는 사건 직후 마셨던 커피를 게워내고 위세척을 받았으며, 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운영하던 카페를 폐업하였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타인의 체액이 제 몸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성적 수치심이 들어 정말 힘들었다.’고 진술하였다.
2)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커피 잔에 피고인의 정액을 몰래 넣어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한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이자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처음 보는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액을 마시게 할 의도로 피해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디저트를 주문하고, 피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피해자가 직전까지 마시던 커피 잔에 미리 준비하여 둔 정액을 넣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피고인의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피고인은 인접한 거리에서 피해자가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시는 모습 등을 모두 지켜본 뒤에 자리를 떠났다.
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외형상 피해자의 물건에 대한 행위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실질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액이 섞인 커피를 마시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정액은 강한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데다가 감염 매개 가능성이 있는 체액이다. 이러한 타인의 체액을 의사에 반해 마시게 함으로써 체내에 투입시키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피해자는 정액이 혼입된 커피를 마신 뒤 이상한 맛을 느끼고 이를 모두 게워낸 후 위세척을 받았으며,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운영하는 카페를 폐업하는 등의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라) 위와 같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해당할 수 있고, 유형력의 행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마) 또한 정액이 가지는 성적인 의미나 이를 마시게 하여 타인의 체내에 투입시키는 행위의 성질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정액을 마시게 한 행위는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도 해당한다.
다. 소결
그런데도 대상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이유 무죄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