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계약의양수금·부당이득금
【판시사항】
[1]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
[2]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하였으나, 채권양도 후 비로소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였고,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그 대항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 그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甲이 乙 주식회사와 커피머신에 관한 렌털계약을 체결하면서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되어야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는 한편, 乙 회사가 甲에 대해 보유하는 렌털료 채권을 丙 주식회사에 양도하는 것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승낙하였는데, 이후 甲이 위 렌털계약에 따라 丙 회사에 렌털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렌털계약은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된다는 조건이 성취될 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렌털료 채권의 취득을 주장하는 丙 회사가 위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하고, 만일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렌털계약이 무효라면 甲이 채권양도 승낙 당시 그 사유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유로써 채권양수인인 丙 회사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조건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는 당해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유효하고 당해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무효로 확정된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이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2]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붙어있지 않다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로서는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만 채권양도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 후에 비로소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였고,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그 대항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이상 채무자로서는 그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
[3] 甲이 乙 주식회사와 커피머신에 관한 렌털계약을 체결하면서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되어야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는 한편, 乙 회사가 甲에 대해 보유하는 렌털료 채권을 丙 주식회사에 양도하는 것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승낙하였는데, 이후 甲이 위 렌털계약에 따라 丙 회사에 렌털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① 위 렌털계약은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된다.’는 조건이 성취될 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렌털료 채권의 취득을 주장하는 丙 회사가 위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甲이 乙 회사와의 별도 약정을 통해 렌털제품이 계약상 설치장소가 아닌 乙 회사가 지정하는 다른 장소에 설치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에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어야 렌털료 채권이 발생하므로, 乙 회사가 지정한 장소에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었는지를 심리하여 렌털계약의 효력 발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② 한편 위 채권양도 승낙 당시에는 렌털제품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렌털계약이 무효라는 사유는 채권양도 승낙 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甲이 채권양도 승낙 당시 위와 같은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우므로,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렌털계약이 무효라면 甲이 채권양도 승낙 당시 그 사유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유로써 채권양수인인 丙 회사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47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2] 민법 제451조 제1항
[3] 민법 제147조 제1항, 제451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공1983, 809),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도3319 판결 / [2]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5464 판결
【전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캐피탈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6. 3. 11. 선고 2025나55476, 554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2023. 10. 30. 주식회사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티타임 A1’ 커피머신(이하 ‘이 사건 렌털제품’이라 한다)에 관하여 렌털료 ‘월 833,330원(부가가치세 포함)’, 기간 ‘설치일로부터 48개월’로 정하여 렌털계약(이하 ‘이 사건 렌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렌털계약서 표지 하단의 ‘채권양도 승낙서’란에 "계약자는 소외 회사가 계약자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금전채권을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게 양도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승낙한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이에 대하여 전자서명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이라 한다).
다. 이 사건 렌털계약서 표지 하단의 ‘제품 인수(설치) 확인서 및 기타 고지사항’란에 "제품이 배송, 설치될 경우 실제 배송, 설치일을 계약일자로 보아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제3호), 본문에도 "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되어야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제1조 제2호).
라. 피고는 2023. 10. 31. 소외 회사와 "피고가 소외 회사에 3,000만 원을 위탁하고, 소외 회사로부터 매월 135만 원의 수익금을 지급받기로 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무점포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마.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렌털계약에 따른 렌털료 명목으로 2023. 12. 15., 2024. 1. 15., 2024. 2. 15. 각 833,300원을 지급하였다.
바. 피고는 2024. 3. 22.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가합102944호로 ‘이 사건 렌털계약은 무효이거나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회사를 상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사건에서 ‘이 사건 렌털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2.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렌털계약 체결 당시 소외 회사의 담당직원과 통화하면서 ‘이 사건 렌털제품이 설치되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소외 회사와의 별도 약정을 통해 ‘이 사건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주소가 아닌 소외 회사가 지정하는 다른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주소(‘□□□ 세종점’)에 설치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당사자 사이에 조건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는 당해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유효하고 당해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무효로 확정된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이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도331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렌털계약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 렌털계약은 ‘이 사건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된다.’는 조건(이하 ‘이 사건 정지조건’이라 한다)이 성취될 때에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렌털계약에 따른 렌털료 채권 취득을 주장하는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정지조건 내용에 따르면, 설령 피고가 소외 회사와의 별도 약정을 통해 이 사건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장소가 아니라 소외 회사가 지정하는 다른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함으로써 ‘피고의 제품 인수’가 조건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에 이 사건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었다는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이 사건 렌털계약에 따른 렌털료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피고가 이 사건 렌털계약 체결 당시 소외 회사 담당직원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 렌털제품이 설치되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다른 장소에 이 사건 렌털제품이 이미 설치되었고 피고가 이를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답변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심으로서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장소에 이 사건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었는지를 심리한 다음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 발생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 성취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피고가 계약 무효 사유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설령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소외 회사의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였으므로 그 사유로는 채권양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붙어있지 않다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로서는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만 채권양도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 후에 비로소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였고,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그 대항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이상 채무자로서는 그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546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 당시에는 이 사건 렌털제품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이 사건 렌털계약이 무효라는 사유는 채권양도 승낙 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채권양도 승낙 당시 피고가 위와 같은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에게 양도된 렌털료 채권이 일정한 조건 아래 장래에 발생할 채권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채권의 양도에 관한 피고의 승낙에는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당연히 전제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만일 이 사건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이 사건 렌털계약이 무효라면,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 당시 그 사유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로써 양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렌털제품 미설치로 인한 계약 무효 사유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