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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21542 판결]

【판시사항】


사기죄의 성립 요건 /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기망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처분행위의 대상인 재산권과 무관한 기대나 이익의 침해 내지 계약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권 처분과 관련한 계약의 체결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심리ㆍ판단하여야 할 사항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공1988, 724),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공2011하, 2411),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공2020상, 399)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5. 11. 26. 선고 2025노21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사단법인 ○○○(이하 ‘공소외 법인’이라 한다)의 이사장이고, 공소외 법인은 2022년부터 부산 중구 (이하 생략)에 있는 △△△광장에서 ‘(명칭 생략)’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 한다)를 개최해 왔다.
피고인은 2023. 8. 22.경 피해자에게 ‘이 사건 행사를 □□□공원에서 개최하는데 기부금을 내고 대회장을 맡아 달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이 사건 행사는 △△△광장에서 개최하기로 정해져 있었고 장소를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이 사건 행사를 □□□공원에서 개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3. 8. 26.경 공소외 법인 명의 계좌로 기부금 명목 5,000,000원을 이체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행사를 □□□공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공원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해자는 이 사건 행사가 □□□공원에서 진행되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인에게 기부금을 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나.  피해자는 2023. 8. 22. 21:20경 피고인에게 ‘□□□입니다. 사장님’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피고인은 2023. 8. 26. 12:41경 및 13:04경 장소가 ‘□□□공원 특설무대’라고 기재된 이 사건 행사 포스터 파일을 피해자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고, 피해자는 이를 확인하고 같은 날 14:52경 피고인이 지정한 계좌로 5,000,000원을 송금하였다. 피해자는 2023. 8. 30.경 피고인에게 ‘△△△ 처음부터 안하기로 하고 싸인했습니다. □□□ 9월 3일 하기로 하고 싸인한 것 아닙니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피고인은 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  △△△광장과 □□□공원은 같은 부산 중구 내에 소재하고 있으나, 피해자는 자신이 □□□공원 인근에서 자랐고 피해자의 지인들도 그곳에 살고 있어 □□□공원에서 자신의 지인들을 모시는 행사를 진행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공소외 법인이 2023. 8. 29.경 부산 중구 문화관광과에 이 사건 행사의 본선일시를 변경하고자 보낸 공문에는 본선장소가 △△△광장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던 △△△광장에서 □□□공원으로 장소 변경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ㆍ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처분행위의 대상인 재산권과 무관한 기대나 이익의 침해 내지 계약의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재산권 처분과 관련한 계약의 체결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반이 계약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법인은 2018. 8.경 설립되어 부산국제가요제 등 지역문화예술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개최하여 온 단체이다. 공소외 법인은 2022. 8.경 부산 중구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이 사건 행사를 △△△광장에서 개최하였고, 2023. 9. 17.에도 이 사건 행사를 △△△광장에서 개최하였다.
2) 이 사건 행사는 부산 중구 구민들과 소상공인들의 삶의 질 향상 및 만족도 증가를 목적으로 하여 관내 구민들과 소상공인들을 그 참여대상으로 삼아 개최되었는데, △△△광장과 □□□공원은 모두 부산 중구 관할구역 내에 인접하여 위치하고 있다.
3) 피해자는 2023. 8. 22. 피고인에게 이 사건 행사의 발전기금으로 5,000,000원을 기부하는 내용이 기재된 ‘추대 수락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위 문서 하단에는 ‘발전기금은 입금과 동시에 본회(원)에 귀속되며 반환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반면, 개최장소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행사를 후원하는 취지의 기부금을 지원받음에 있어서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기부금을 편취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행사는 부산 중구 구민과 소상공인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것으로, 피해자가 작성한 ‘추대 수락서’의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위와 같은 이 사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여 기부금을 내고 대회장직을 맡는 것을 계약의 주된 요소로 삼아 기부금 제공이라는 처분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행사가 △△△광장과 □□□공원 중 어디에서 개최되는지가 위 기부행위의 본질적 요인이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행사의 성격과 목적, 취지 및 기부금의 실제 용처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행사를 위한 기부금으로 교부한 금원은 부산 중구 구민 및 관내 소상공인의 격려와 단합을 위한 노래자랑 행사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지급된 것일 뿐, 구체적인 행사 장소 및 내용까지 엄격히 특정하여 지급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부산 중구 구민과 소상공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이 사건 행사는 그 전 해인 2022. 8.경에도 △△△광장에서 개최된 바 있고, 2023. 9. 17.에도 △△△광장에서 행사의 취지에 맞게 개최되었다. 피해자가 지인들의 편의 차원에서 이 사건 행사가 보다 가까운 □□□공원에서 개최되는 것을 선호하였을 뿐, 개방적인 성격의 이 사건 행사 개최장소가 △△△광장인지 □□□공원인지는 일반적, 객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광장과 □□□공원의 장소적인 근접성을 고려할 때 위 장소의 차이로 말미암아 기부의 목적 달성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4) 피해자가 □□□공원 인근의 지인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이 사건 행사가 진행되기를 원했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행사가 □□□공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작성한 ‘추대 수락서’에 그러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행사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피해자 개인이나 그 지인들을 위한 사적인 행사로 변경되어 기획,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다른 장소에서 이 사건 행사가 개최되었다고 하여 행사에 참가한 관객들의 구성, 행사의 원활한 진행과 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기부행위의 본질적 요소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광장에서 □□□공원으로 장소 변경을 시도하였고, 관할구청 담당직원의 증언에 의하면 □□□공원에서 이 사건 행사가 개최된다는 포스터까지 게시되기도 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행사 장소와 관련하여 피해자를 기망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6) 공익 등을 위하여 무상으로 재산을 출연할 경우 그 사용목적이나 용도 등에 관한 출연자의 출연 의도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정된 목적에 맞게 사용하였는지 여부는 출연계약의 내용뿐 아니라 출연계약에 이른 경위, 출연재산의 규모와 지정목적의 수행에 필요한 소요자금의 정도, 출연재산을 사용한 실제 용도와 지정목적의 연관성, 출연자의 이의 여부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ㆍ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지정목적 등과 다소 다르게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출연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만한 본질적 사항에 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다61370 판결 참조). 또한 이와 같은 계약의 비본질적인 부분과 관련된 분쟁은 민사적 분쟁해결수단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형사사법의 잣대를 들이대어 최후적ㆍ보충적 규제수단인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행사와 관련하여 기부금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천대엽(주심) 서경환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