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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업무방해·명예훼손

[청주지법 2004. 12. 15. 선고 2004노1129 판결: 상고]

【판시사항】

피고인이 자신의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한 변호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작성하여 그 변호사의 사무실 출입구의 유리창 등에 부착한 행위가 그 변호사에 대한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변호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작성하여 자신의 차량과 변호사 사무실의 출입문 유리창에 부착하게 된 것이, 민사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증언의 신빙성과 관련하여 변호사가 작성하여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이 피고인의 인격을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여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방편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전단지의 기재 내용도 피고인의 의견이나 가치판단에 불과하여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허위사실 내지 사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단지를 부착한 행위가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307조 제2항
,

제314조 제1항


【전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홍보가

【변호인】

변호사 김현아

【원심판결】

청주지법 제천지원 2004. 9. 8. 선고 2004고정8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농업에 종사하는 자인바, 2004. 4. 2.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에서 같은 법원 2002가합499호 손해배상(기)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함에 있어 피고측 소송대리인 피해자 변호사의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2004. 5. 10. 10:00경부터 같은 날 18:20경까지 및 다음날인 같은 달 11. 11:00경부터 같은 날 18:00경까지 제천시 의림동 3-3 소재 법전빌딩 내 피해자 변호사 사무실 출입구 앞길에서 백지에 붉은색 및 검정색 매직으로 "증인 인권 무시하는 피해자는 물러가라.", "농민을 무시하는 피해자는 사죄하라.", "피해자 변호사는 증인들과 사전에 짜고 재판에 임하는가.", "거짓말쟁이 피해자는 짜고서한 증인에 대하여 해명하라."는 내용의 전단지 5장을 작성하여 위 사무실 앞을 통행하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위 사무실 입구 앞길에 주차한 피고인 소유의 충북 83가2090호 봉고 차량 및 위 사무실 출입구의 각 유리창에 부착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그와 같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변호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다만, 검사는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가 당심에 이르러 적용법조를 형법 제314조 제2항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고 당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나.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작성하여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위 차량 등에 부착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그와 같은 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변호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 제30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을 처벌하고 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첫째,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고,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데,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내용의 전단지 부착행위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나아가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더욱이 위 두 죄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형이 더 무거운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피고인을 처벌한 것은 상상적 경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둘째, 피고인이 작성한 전단지의 위와 같은 기재 내용은 업무방해죄 또는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볼 수 없고, 오히려 변호사인 피해자에 대한 인격적인 가치판단의 내용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전단지의 내용을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인정한 것은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셋째, 피고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작성하여 부착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는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피고인에게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형법 제310조에 규정된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3.  판 단 
가.  직권 판단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가 당심에 이르러 적용법조를 형법 제314조 제2항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고 당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명예훼손죄 부분은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아래에서는 당심에서 변경된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부분과 업무방해죄에 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함께 판단한다).
 
나.  인정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용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4. 4. 2.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에서 원고 류태형 등의 피고 박종열 등에 대한 같은 법원 2002가합499호 손해배상(기)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사실, 그 후 위 사건의 피고측 소송대리인이던 피해자는 피고인의 2004. 4. 2.자 증언에 대하여 "2004. 4. 2. 증언한 피고인은 재판부 직권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된 자입니다. 그러나 원고는 사전에 피고인을 만나서 증인신문조서를 원고대리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을 하여 그의 편에서 증언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에 아무런 접촉을 하지 않았던 피고로서는 원고의 증인신문 내용은 실질적으로 불의타였습니다. 피고인은 제천농협에 대한 부채가 과다하고 변제하지 못하여 이로 인해 소유부동산이 경매되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어 제천농협이나 간부직원에 대한 감정 역시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를 유예하여 달라는 부탁이 거절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피고인은 객관적으로 사실을 증언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그 증언 또한 원고와 사전에 짠 것으로 보여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는 내용으로 피고인의 증언을 탄핵하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사실, 이에 피고인은 위 준비서면의 내용을 보고 피해자의 사무실로 찾아가 피해자에게 위 준비서면의 내용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그 내용에 대하여 해명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그 후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작성하여 그 차량 및 변호사 사무실 출입문 유리창에 이를 부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적시하거나 유포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참조), 허위사실의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허위사실의 유포라 함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미래의 사실도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할 때에는 여기의 사실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2486 판결 참조).
앞의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전단지를 그의 차량과 변호사 사무실의 출입문 유리창에 부착하게 된 것은 민사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증언의 신빙성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작성하여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이 피고인의 인격을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여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방편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 내용에 있어서 "증인 인권 무시하는 피해자는 물러가라.", "농민을 무시하는 피해자는 사과하라."는 부분은 피고인의 순수한 의견의 표현에 불과하고 허위인지 여부를 따질 수 없는 것이고, "피해자 변호사는 증인들과 사전에 짜고 재판에 임하는가.", "거짓말쟁이 피해자는 짜고서한 증인에 대해 해명하라."는 부분은 피해자가 위 준비서면에 민사법정에서 증언한 피고인이 원고와 짠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한 부분에 대하여 그에 대한 해명을 구하고, 자신에 대하여 원고와 짠 것으로 주장하는 것에 비추어 피해자가 그렇게 하는 것(증인과 짜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어서 이 역시 의견이나 가치판단에 불과하여 허위인지 여부를 따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전단지의 기재 내용이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허위사실 내지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단지를 부착한 행위는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당심에서 변경된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 할 것이고, 원심이 업무방해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 할 것이어서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1.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전단지 부착행위는 명예훼손죄 및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달리 피고인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형식(재판장) 이오영 박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