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
【판시사항】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영주에 의하여 운영되는 개인기업에 불과한 2개의 주식회사 사이에 특정 채무만을 제외한 나머지 영업재산을 전부 양도한 것이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하는 영업양도인 경우,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그 특정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영주에 의하여 운영되는 개인기업에 불과한 2개의 주식회사 사이에 특정 채무만을 제외한 나머지 영업재산을 전부 양도하고 그 양수 회사로 하여금 양도 회사의 종래 영업활동을 계속하게 한 것이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하는 영업양도인 경우,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그 특정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규)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청록
【원심판결】
대구지법 2000. 7. 25. 선고 99가합5655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8. 2. 1.부터 2002. 3.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의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8. 2.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9호증의 1 내지 8,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당심의 경산등기소장에 대한 사실조회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이 된다.
가. 원고는 소외 연우산업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에게 1996. 9. 21.부터 1997. 5. 31.까지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합계 금 120,000,000원을 대여하여 주었다.
나. 원고는 위 대여금 채권에 관하여 소외 회사를 상대로 하여 대구지방법원 97가합24485호로 소송을 제기하여, 1998. 4. 2.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금 120,000,000원 및 그 중 금 50,000,000원에 대하여는 1997. 11. 1.부터 완제일까지 연 12.96%의, 금 45,000,000원에 대하여는 1997. 5. 1.부터 완제일까지 연 24%의, 금 25,000,000원에 대하여는 1997. 6. 1.부터 완제일까지 연 24%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위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채무를 이하 '이 사건 채무'라 한다).
다. 피고 회사는 자본금 5억 원 미만의 회사로서, 현재 법인등기부등본상 소외 1만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므로 상법 제383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이사가 1인인 회사'이다(따라서 소외 1이 피고 회사를 대표한다).
2. 주장과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①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이 사건 채무를 인수하였고, ②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영업을 양수하였으므로 상법의 영업양도에 관한 법리에 따라 책임이 있으며, ③ 피고 회사는 소외 회사의 실질적 경영주이던 소외 2가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주식회사 제도를 남용하여 새로이 설립한 회사로, 이러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신·구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졌다고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채무인수 여부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채무를 인수하였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갑 제5호증의 3,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3, 갑 제11 내지 13호증의 각 1, 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법상의 영업양도 법리에 따른 책임 여부
먼저 갑 제8호증의 10,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8. 1. 20.경 소외 회사가 영업에 필요한 적극재산 모두와 소극재산 일부를 피고 회사에 양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는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영업양도에 있어서 양수인이 양도인의 종전 채무를 따로 인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그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는 것이고, 다만 영업양수인이 영업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한 경우이거나( 상법 제42조) 채무인수를 광고한 경우( 상법 제44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을 뿐인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채무를 인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지 않음은 원고 주장 자체로 명백하며, 피고 회사가 채무인수를 광고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를 동일한 회사로 볼 것인지 여부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11, 갑 제9호증의 1 내지 8, 갑 제10호증의 1, 갑 제11 내지 13호증의 각 1, 2, 갑 제14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 당심 증인 소외 4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소외 회사는 당초 소외 3(원고의 처남)이 설립하여 경영하던 사실상의 1인 회사이다. 1995. 10.경 소외 3은 자금부족으로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되자 소외 2에게 주식 전부를 양도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2가 실질적인 경영주로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으며, 다만 소외 3은 종래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실제 업무 전부를 지휘·감독하면서 이윤의 일부를 취득하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사업자금이 여전히 부족하여 소외 회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게 되었다. 1997. 4.경 소외 2가 경영하던 별도의 개인사업체(○○목재)가 자금부족으로 부도를 내게 되자,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를 소외 2로 해 두는 것이 염려스러워(별도 사업체의 채권자들로부터 소외 회사 재산에 대하여까지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 염려스러워) 대표이사 명의를 소외 회사의 직원이던 소외 5로 바꾸었다. 한편, 소외 2는 1997. 6. 23. 원목도매 및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 회사를 설립하였는데[당시 피고 회사의 등기부상 소재지는 소외 회사의 소재지인 '경산시 (주소 1 생략)'와 인접한 '(주소 2 생략)'으로 하였다.], 당시 소외 2는 수표 부도로 대표이사가 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처인 소외 1(당시 소외 회사의 감사였다)을 대표이사로 해 두었으나 피고 회사는 실질적으로는 소외 2가 경영하는 소외 2의 1인 회사였다. 1997. 7.경에 이르러 소외 회사의 경영을 둘러싸고 소외 3과 소외 2 사이에 다툼이 생겨 소외 3이 소외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원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위 대여금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1997. 9.경 소외 회사의 재산을 가압류한 후, 1997. 10.경 소외 회사를 피고로 하여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소외 2는 1997. 12. 22.경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직원이던 소외 6으로 교체하고, 종래 소외 회사가 해 오던 사업인 농업용 온풍난방기 제조 및 판매를 피고 회사의 목적 사업으로 추가하였으며, 법인 주소지 및 공장도 근처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다. 그리고 1998. 1. 20.경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5(당시 피고 회사의 이사였다)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6 명의로, 소외 회사의 적극재산 전부와 채무 대부분을 피고 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채무는 인수대상에서 제외시켰다(채무인수에 있어서 종업원에 대한 채무 전부, 외상매입금 채무 전부, 어음채무 전부, 세금 및 공과금 채무 전부를 인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역인 별지 어디에도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아예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후 소외 회사는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영업 전부를 이어받아 소외 회사가 제조하던 농업용 온풍난방기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소외 5,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소외 6은 모두 새로이 옮겨간 피고 회사 공장에서 사장과 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소외 2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고, 소외 2는 같은 공장에서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그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있다.
우선 위에서 인정된 설립일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가 처음부터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름뿐인 회사라고 할 수는 없다(오히려 소외 2가 자신이 경영하던 개인사업체인 ○○목재가 부도나자 이를 대신하기 위하여 새로이 설립한 별도 법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처럼,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가 모두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경영 형태나 설립 과정 등에 비추어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소외 2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 회사가 피고 회사에 영업을 양도하게 된 경위 및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그 목적이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와 같은 영업 양도로 소외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된 점,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영업 전부를 그대로 이어 받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점,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5,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6이 모두 소외 2의 부하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국 소외 회사로부터 피고 회사에게로의 영업 양도는 그 실질상의 경영주인 소외 2가 주식회사 제도를 남용하여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우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가 당초에는 별개의 법인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채무면탈 목적의 영업양도로 이제 동일한 법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여전히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종래 소외 회사가 부담하고 있던 이 사건 채무의 부담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89. 9. 12. 선고 89다카678 판결), 원고는 소외 회사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시되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도 종래 소외 회사가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종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소외 회사의 이 사건 채무 중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금 1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8. 2. 1.부터 당심판결 선고일인 2002. 3.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에 대하여도 위 특례법 소정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피고 회사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므로 위 기간에 대하여는 위 특례법 소정 비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위에서 인정된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그에 해당하는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