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판시사항】
살인의 공소사실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하여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피해자가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 의하여 살해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살인의 공소사실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하여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피해자가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 의하여 살해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250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
제325조
,
제391조
【전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허노목
【원심판결】
대구고법 1999. 6. 18. 선고 99노8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1) 피해자의 사인이 기도압박에 의한 질식사인데, 피해자의 하악골부 및 갑상연골 부위에 손톱자국이 있으나 그 주변에 다른 불규칙한 표피박탈이나 피하출혈을 동반하지 아니하여 액사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2) 피고인의 목에 귀 후방부까지 색흔이 형성되어 있는데,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양끝을 잡아 피해자의 목을 힘껏 눌렀다는 손수건은 길이 70㎝정도의 머리띠로서 보통 여자의 목 둘레 정도 크기의 물체를 매듭을 지어 묶었던 모양을 하고 있어 물체를 매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물체를 조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며, 따라서 그 물체가 목이라면 목이 조여지지는 아니하므로 색흔이 피해자와 같이 귀 후방부까지 형성될 수 없는 형태이고, 위 피해자의 목부분에 생긴 색흔은 전경부에서 측경부를 지나 후경부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모양으로 이러한 색흔은 끈으로 목을 조르는 경우에 볼 수 있는 색흔이 아니며, 목을 매달고 있는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색흔이고, 위 색흔은 하나 뿐이며, 변경부의 경계가 뚜렷하여 머리띠로 목을 눌러서는 생길 수는 없고, 색상물이 색흔을 형성한 부위를 압박하는 시간 즉 피해자가 목을 매단 상태에서 상당시간이 경과하여야 생길 수 있는 것이며, 부검상 연부조직출혈, 골절, 안면부의 울혈 및 다수의 일혈점 등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등을 종합하면, 교사의 색흔으로 보기는 어렵고 의사의 색흔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피해자의 죽음이 의사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실신한 피해자의 목에 머리띠를 묶어 어딘가에 목을 매달아 자살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이 없다할 수 없으나, 피해자가 목을 매단 것으로 보이는 빨래건조대 파이프는 하중이 파이프 중간에 작용할 때 26㎏까지는 굴곡되지 않고 견딜 수 있고, 의사가 성립될 수 있는 경부의 압박의 정도는 끈이 좌우 대칭으로 작용되고 혈압이 170㎜ Hg인 것을 전제로 경정맥에는 2㎏, 경동맥에는 3.5㎏ 추골동맥에는 16.6㎏ 그리고 기관의 폐쇄에는 15㎏ 무게의 압박이 가하여지면 혈류 및 폐호흡이 차단되게 되는 사실과 피해자가 자의로 빨래건조대에 목을 맨 경우라면 마네킹으로 실험할 당시 빨래건조대가 뒤틀리며 건조대봉이 구부러지지 않고 빠져버린 원심의 현장검증상황과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 수 있는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가 자살의 방법으로 의사를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4)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경찰, 검찰 및 제1심에서의 진술은 의사로 봄이 타당하다는 앞서 본 사실과 피고인이 처음에 피해자가 자살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상해치사의 취지로 진술하였고, 부검한 이후 제1심에 이르기까지는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에 이르러 다시 피해자가 자살하였다고 진술하여 진술을 바꾼 점, 원심에서의 피고인의 다음과 같은 진술, 즉 경찰에서는 경찰관들의 폭행에 못이겨 허위로 자백한 것이고, 검찰에서는 검사가 범행을 부인하면 사형 내지 무기징역 등의 중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여 겁이 나서 자백하였으며, 제1심에서는 자살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자백을 하면 친족간의 범행이므로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변호인측의 설득에 따라 자백하였다는 점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니 원심이 그 설시의 증거조사만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심리미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첫째, 원심도 설시하고 있듯이 피고인은 그 구체적인 경위에서는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하여도 사고 다음날인 1998. 8. 20. 범행을 자인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한 이래 1999. 4. 20.자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이르기까지 무려 8개월 동안 자신의 범행에 의하여 그 처인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진술하다가 원심 변론종결 후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진술한 것은 경찰관의 폭행, 검사의 회유, 변호인의 설득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는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과연 그 주장과 같은 폭행, 회유, 설득을 당하여 그와 같은 진술을 하게된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변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바,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아니하고, 둘째 원심의 현장검증결과 비록 마네킹에 의한 실험이기는 하지만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단 즉시 빨래건조대가 뒤틀리며 건조대봉이 구부러지지 않고 빠져버려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가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기는 힘든 것으로 나타났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좀 더 심리하여 과연 사람이 목을 맨 경우는 위 현장검증결과와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 수 있는지, 갖는다면 어떠한 운동성향이 가능하여 목을 맨 건조대봉만 브이(V)자로 구부러질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밝혀 보았어야 함에도 이에 나아감이 없이 만연히 사람이 자살을 기도하였을 때는 다른 운동성향을 가질수 있다고 판단하여 위 현장검증결과를 가볍게 배척한 조치 또한 납득하기 어려우며(더욱이, 원심의 무죄 판단의 결정적인 자료로 보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실조회회보의 기재는 빨래건조대에 목을 맬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경부 갑상연골 부위 4개소의 손톱자국, 우측 하악골부 하단 5개의 손톱자국 및 갑상연골 중앙부의 열창 등 스스로 목을 맨 의사라고 보기에는 맞지 않은 피해자의 상처 등에 대하여서도 그 발생경위를 좀더 심리를 함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고, 넷째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마부위의 상처가 피해자의 목맨 부분을 가위로 자를 때 타일바닥에 떨어지면서 난 것이라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는바, 과연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해자 발견시의 피해자의 자세(공판기록 175면 참조)에 비추어 그와 같이 이마부위에 상처가 날 수 있는지, 그리고 피고인의 최초 진술이라고 볼 수 있는 변사보고서의 발견자 진술난(수사기록 5면)에는 피고인이 부부싸움후 방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피해자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은 결과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는 원심 진술과는 달리 화장실에 피해 있다가 나와서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된 연유가 무엇인지, 나아가 유일한 목격자일수도 있는 딸의 제1심 법정의 진술중 "사고 중간쯤부터 보게 되었다."는 진술(공판기록 74면)은 무슨 취지이고, 가위로 피해자의 목을 맨 부분을 잘랐다면 빨래건조대의 휘어진 부분에 그대로 매달려 있음직한 손수건을 왜 딸은 사고 당시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는지(수사기록 20면) 등을 더 심리하여 보았어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점에 대하여 더 심리를 한 이후에 과연 피해자가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 의하여 살해된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음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 판결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