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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대법원 2002. 5. 16. 선고 2002도51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강간죄에 대한 피해자의 고소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고소기간 안에 제기되었음에도 형사소송법상의 고소기간을 경과한 후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범죄의 고소기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파기한 사례
[2]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경우 강간죄 외에 폭행죄나 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들 각 죄의 관계(=법조경합)
[3] 강간죄에 대하여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된 경우 또는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경과된 후에 고소가 있는 경우, 그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사용된 또는 그에 수반하여 저질러진 폭행·협박의 점을 따로 떼어내어 폭행죄·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공소제기한 경우의 조치(=공소기각)

【판결요지】

[1] 강간죄에 대한 피해자의 고소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고소기간 안에 제기되었음에도 형사소송법상의 고소기간을 경과한 후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범죄의 고소기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파기한 사례.
[2]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경우에는 강간죄만 성립하고, 그것과 별도로 강간의 수단으로 사용된 폭행·협박이 형법상의 폭행죄나 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강간죄와 이들 각 죄는 이른바 법조경합의 관계일 뿐이다.
[3] [다수의견]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친고죄로 남아 있는 강간죄의 경우,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된 경우 또는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경과된 후에 고소가 있는 때에는 강간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은 물론, 나아가 그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또는 그에 수반하여 저질러진 폭행·협박의 점 또한 강간죄의 구성요소로서 그에 흡수되는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따로 떼어내어 폭행죄·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로 공소제기할 수 없다고 해야 마땅하고, 이는 만일 이러한 공소제기를 허용한다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결국 그와 같은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강간죄에 대하여 고소취소가 있는 경우에 그 수단인 폭행만을 분리하여 공소제기하였다면 이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본 대법원 1976. 4. 27. 선고 75도3365 판결의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별개의견] 강간죄를 친고죄로 정한 취지가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소권의 행사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따르도록 제한하려는 데 있는 이상, 피해자가 강간죄 자체가 아니라 특별히 그 수단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하여만 한정하여 처벌을 원하는 취지의 고소를 하였거나,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고소를 한 경우와 같이, 행위자를 강간죄로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강간죄의 수단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폭행·협박의 점을 소추·처벌하더라도 강간죄를 친고죄로 정한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특히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이미 도과한 후에 강간죄의 고소를 한 피해자의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폭행·협박의 죄에 대해서만이라도 처벌을 원하는 데 있다고 해석되는데, 친고죄에 관한 고소기간을 정하여 고소권의 행사시기를 제한하는 이유가, 친고죄에 관한 형사소추권의 발동 여부가 일정의 장기간 이상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불확정한 상태에 놓여지게 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폐단을 방지하려는 데 있는 이상,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친고죄가 아닌 폭행죄 또는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친고죄의 고소기간을 정하여 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강간죄와 같은 결합범의 경우에, 법이 친고죄로 정한 취지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강간의 수단인 폭행·협박 부분을 분리하여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만 볼 것은 아닌바,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폭행·협박의 점에 대하여만 한정하여 고소를 하였거나 강간죄의 고소가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 피해자의 고소가 폭행·협박의 점에 대해서만이라도 처벌을 원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앞에서 본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소추·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별개의견을 위한 보충의견] 고소기간이 경과되어 고소권이 행사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고소권자의 권익이 침해될 수 없음은 물론, 폭행·협박행위에 한정하여 처벌을 원하는 고소권자의 의사를 좇아 검사가 그 범행만을 기소한 이상 폭행죄·협박죄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우리 법제 아래에서 그 공소제기절차는 어느 절차법규에도 위반된 바가 없는 유효한 것이기에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형법 제297조
,

제306조
,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

제19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

제327조 제2호

[2]

형법 제260조 제1항
,

제283조 제1항
,

제297조
,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3]

형법 제260조 제1항
,

제283조 제1항
,

제297조
,

제306조
,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참조판례】


[2]

대법원 1974. 6. 11. 선고 73도2817 판결(공1974, 7914)
/[3]

대법원 1976. 4. 27. 선고 75도3365 판결(공1976, 9139)(변경)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정희장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 1. 12. 19. 선고 2001노65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간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에 규정된 강간죄는 같은 법 제306조에 의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인데,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2000. 5. 초순경으로부터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규정된 고소기간 6개월이 경과한 이후인 2001. 3. 14.에야 고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부분 공소는 부적법한 고소에 따라 제기된 것으로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는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성폭력범죄로 규정하고, 이 법률 제19조 제1항 본문은 '성폭력범죄 중 친고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형법상 강간 및 강제추행죄 등에 대한 고소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였는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2000. 5. 초순경에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뒤 그로부터 1년 이내인 2001. 3. 14. 고소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에 규정된 고소기간 안에 제기된 적법한 고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강간죄에 대한 고소가 고소기간 경과 후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에는 성폭력범죄의 고소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경우에는 강간죄만 성립하고, 그것과 별도로 강간의 수단으로 사용된 폭행ㆍ협박이 형법상의 폭행죄나 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강간죄와 이들 각 죄는 이른바 법조경합의 관계일 뿐이다(대법원 1974. 6. 11. 선고 73도2817 판결 참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친고죄로 남아 있는 강간죄의 경우,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된 경우 또는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경과된 후에 고소가 있는 때에는 강간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은 물론, 나아가 그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또는 그에 수반하여 저질러진 폭행ㆍ협박의 점 또한 강간죄의 구성요소로서 그에 흡수되는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따로 떼어내어 폭행죄ㆍ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로 공소제기할 수 없다고 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공소제기를 허용한다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와 같은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강간죄에 대하여 고소취소가 있는 경우에 그 수단인 폭행만을 분리하여 공소제기하였다면 이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본 대법원 1976. 4. 27. 선고 75도3365 판결의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① 고소장에 '피고인이 1999. 7. 초 밤에 양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국도변에 세워둔 차 안에서 강제로 옷을 벗긴 후 강간하였고, 1999. 9. 초 밤에 양산시 호포동 근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강제로 옷을 벗기고 고소인의 나체 사진을 찍은 후 이를 현상해서 공개하겠다고 협박하여 강간하였으며, 1999. 10.경 낮에 부산 금정구 노포동에서 양산으로 가는 도로 옆에 세워둔 차 안에서 준비한 가위로 반항하면 밑을 도려내겠다고 협박하며 가위로 고소인의 음모를 자른 후 강간하였고, 1999. 12. 초순경 김해공항 부근 낙동강변에 세워둔 차 안에서 1회용 면도기로 고소인의 음모를 깎은 후 강간하였다.'고 기재하였고(수사기록 29쪽), ② 경찰에서 '1999. 9. 초순경 양산시 호포동 근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옷을 벗긴 뒤 고소인의 나체 사진을 찍은 후 현상해서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강간하였고, 1999. 10.경 부산 금정구 노포동에서 양산으로 가는 도로 옆에 세워둔 차 안에서 가만있지 않으면 밑을 도려내겠다고 협박하며 가위로 고소인의 음모를 자른 후 강간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15∼18쪽), ③ 검찰에서도 '1999. 7. 말 양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옷을 강제로 벗긴 뒤 강간을 하였고, 반항을 하자 옷을 차 밖으로 집어던졌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34, 135쪽), 한편, 피고인은 경찰에서 '1999. 7. 말경 양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제멋대로 성교를 하였는데, 피해자가 말을 안 듣기에 옷을 벗겨 알몸 상태로 차 밖으로 내쫓았고, 1999. 9.경 양산시 호포동 낙동강변 부근에 차를 세우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뒤 억지로 성관계를 가진 후 피해자의 알몸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집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하였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86, 87쪽), 검찰에서도 '1999. 7. 말 양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피해자와 성교를 한 다음 같이 차 안에 있자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집으로 간다고 하기에 피해자의 옷을 차 뒤쪽으로 던졌다.'고 진술하였는바(수사기록 134쪽), 이러한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1999. 7. 말, 1999. 9. 초순, 1999. 10.과 1999. 12. 초순경에 저지른 각 범행 특히 1999. 9. 초순과 1999. 10.의 각 범행 당시 공소사실 1의 아 내지 카항의 각 기재와 같은 폭행 또는 협박행위에 그치지 않고 이를 수단으로 하여 강간의 범행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01. 3. 14.에야 이 사건 고소를 하였으므로,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에 규정된 고소기간이 경과한 후임이 분명하여 이들 강간죄에 대한 고소는 부적법함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그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행해진 폭행ㆍ협박행위들만을 분리하여 다른 공소사실과 함께 피고인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의 죄로 공소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법원으로서는 공소사실 1의 아 내지 카항의 각 폭행ㆍ협박이 강간행위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그 폭행 또는 협박사실들만을 분리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 공소제기의 적법 여부를 가려 보았어야 할 것인데도, 이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그 부분 공소사실까지 포함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다스린 원심판결에는 강간죄와 그 수단인 폭행죄ㆍ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사이의 죄수관계 및 친고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는바, 공소기각의 요건에 관하여 대법관 조무제, 대법관 유지담, 대법관 배기원, 대법관 박재윤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조무제의 별개의견을 위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대법관 조무제, 유지담, 배기원, 박재윤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또는 그에 수반하여 저질러진 폭행·협박의 점은 강간죄의 구성요소로서 그에 흡수되는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따로 떼어내어 폭행죄·협박죄로 공소제기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여, 공소사실 1의 아 내지 카항의 각 폭행·협박으로 인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에 관한 원심의 유죄판단이 위법하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먼저 강간죄에 있어서, 강간범행의 수단으로 또는 그에 수반하여 폭행·협박이 있었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따로 폭행죄 또는 협박죄로 공소제기할 수 없고, 이에 위반되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강간죄를 친고죄로 정한 취지가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소권의 행사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따르도록 제한하려는 데 있는 이상, 피해자가 강간죄 자체가 아니라 특별히 그 수단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하여만 한정하여 처벌을 원하는 취지의 고소를 하였거나,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고소를 한 경우와 같이, 행위자를 강간죄로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강간죄의 수단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폭행·협박의 점을 소추·처벌하더라도 강간죄를 친고죄로 정한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이미 도과한 후에 강간죄의 고소를 한 피해자의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폭행·협박의 죄에 대해서만이라도 처벌을 원하는 데 있다고 해석되는데, 친고죄에 관한 고소기간을 정하여 고소권의 행사시기를 제한하는 이유가, 친고죄에 관한 형사소추권의 발동 여부가 일정의 장기간 이상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불확정한 상태에 놓여지게 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폐단을 방지하려는 데 있는 이상, 강간죄의 고소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친고죄가 아닌 폭행죄 또는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친고죄의 고소기간을 정하여 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간죄와 같은 결합범의 경우에, 법이 친고죄로 정한 취지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강간의 수단인 폭행·협박 부분을 분리하여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만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폭행·협박의 점에 대하여만 한정하여 고소를 하였거나 강간죄의 고소가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 피해자의 고소가 폭행·협박의 점에 대해서만이라도 처벌을 원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앞에서 본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그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소추·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법리에서 이 사건을 보면, 공소사실 1의 아 내지 카항의 각 폭행·협박이 강간행위의 수단이면서 그 폭행 또는 협박사실만이 분리되어 공소제기되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그 강간죄에 관한 고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제기되었다면, 피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소기간 도과로 피고인을 강간죄로 소추·처벌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 강간행위의 수단인 폭행 또는 협박의 점이라도 처벌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그 폭행 또는 협박의 점에 대한 검사의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소사실 1의 아 내지 카항의 각 폭행·협박의 점에 대한 공소제기가 적법함을 전제로 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와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강간죄와 그 수단인 폭행죄·협박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사이의 죄수관계 및 친고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의 상고이유가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별도의 강간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상고가 받아들여지는 이상 그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나머지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까지 파기되어야 하므로, 그 결론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에 별개의견을 적어 두는 것이다.
 
5.  별개의견을 위한 대법관 조무제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강간범행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폭행, 협박행위만을 공소제기하는 것은 이 사건 사안을 포함하여 어떤 경우에나 형사소송법(다음부터는 '법'이라고 줄여쓴다.) 제327조 제2호의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그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그러나 강간범행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 협박범행만을 따로 공소제기한 사례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의 유형에 따라 그의 공소제기절차는 한결같지 않을 수 있어서 각 경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인바, 일견 유사해 보이는 그 사례들도 첫째로, 고소권자가 강간고소를 이미 하였거나 아직 고소를 하지 않았지만 고소기간이 남아 있어 고소권이 행사될 여지가 있는 경우, 둘째로, 제기되었던 강간고소가 취소된 경우, 셋째로, 고소권의 행사 없이 고소기간이 지나 더 이상 고소권이 행사될 수 없는 경우 등의 구분이 가능하기에, 여기에서는 법 제327조의 해석과 관련지어 각개의 경우를 구체화함으로써 별개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첫째의 경우, 법 제24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는 그의 효력이 전부에 미친다."고 규정하므로, 강간죄의 피해자가 고소권을 행사했거나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검사가 폭행·협박행위만을 별개로 기소한다면 그 공소의 효력은 강간죄 전부에 미치게 되어 이미 강간죄의 공소가 제기되어 있는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 고소가 뒤에 이루어짐에 따라 강간죄로 새로이 기소된 경우에도 그 기소는 이중기소가 되어(법 제327조 제3호) 위법한 기소가 되는 것이며, 검사가 강간고소가 있음에도 강간죄로 따로 공소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고소권자의 고소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어 그 폭행·협박만에 대한 기소는 친고죄를 규정한 각 절차 조항에 위반되어 어느 것이나 공소기각을 면할 수 없을 터이다.
둘째, 제기되었던 강간고소가 취소된 경우에 폭행, 협박만을 따로 떼어 기소하는 것은 법 제327조 제5호 및 제6호에 위반된 공소로서 마찬가지로 그 공소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셋째의 경우는 위의 것들과 비교할 때 다른 부면을 찾을 수 있다. 법은 제246조, 제247조에서 국가(검사)소추 독점주의를 선언하는 일방 그의 예외사유로서 필요적 고발,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재정신청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는바, 그 예외사유들은 공통으로 고소권자 또는 고발권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그들의 의사존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그 예외사유에서도 법규가 정한 대로 고소권자 등의 의사가 존중되어 그 고소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없다면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하지 아니하는 한 그의 공소제기절차가 법규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을 이치이다.
고소기간이 경과되어 고소권이 행사될 수 없게 된 이 사건에서 고소권자의 권익이 침해될 수 없음은 물론, 폭행·협박행위에 한정하여 처벌을 원하는 고소권자의 의사를 좇아 검사가 그 범행만을 기소한 이상 폭행죄, 협박죄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우리 법제 아래에서 그 공소제기절차는 어느 절차법규에도 위반된 바가 없는 유효한 것이기에 법 제327조 제2호의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리고 다수의견의 논거에 관련하여 덧붙이건대, 법조경합이론에 어긋나게 된 공소제기라 하더라도 그 흠 자체로는 상황에 따라 무죄 또는 면소 등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사건 공소제기절차가 유효한 것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실체 판단을 한 원심판결의 처리는 옳고, 거기에는 법령위반의 허물이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 송진훈(주심) 서성 조무제 변재승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배기원 강신욱 이규홍 손지열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