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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원금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17070 판결]

【판시사항】

보증사채 발행회사가 상환만기에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을 체결한 은행의 별단예금에 사채원리금 지급 자금을 입금한 후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기 직전에 이를 임의로 인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보증사채의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공시제도의 취지와 사채원리금 지급대행사무를 금융기관의 업무로 하는 취지 및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은 발행회사가 발행한 사채의 사채권자에게 그 원리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발행회사가 사채원리금 지급 자금을 은행에게 인도하고 은행은 이를 인도받아 보관, 관리하면서 사채권자에게 그 사채원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신탁계약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그렇다면 발행회사가 은행에게 인도하는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은 신탁재산에 해당하고 수익자인 사채권자의 이익 향수(享受)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므로, 은행은 발행회사로부터 인도받은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을 그 신탁의 본지에 따라 관리할 의무가 있고, 은행이 사채권자의 이익과 관계없이 발행회사의 청구만에 의하여 위 사채원리금을 반환하거나 그 지급자금의 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자신의 발행회사에 대한 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신탁의 법리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신탁법 제2조, 제51조


【전문】

【원고, 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임동진)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최우영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0. 2. 16. 선고 99나78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는 1994. 12. 5. 권면총액은 금 50억 원, 이율은 11%, 원금은 사채발행일로부터 3년 만기 일시상환, 이자는 발행일로부터 상환일 전일까지 3개월마다 후급, 사채원리금 지급장소는 피고의 충무로지점, 지급보증기관은 원고(당시의 상호는 ◇◇◇ 주식회사)로 된 이 사건 제59회 무기명식 이권부 보증사채를 발행하였다.
(2) 소외 회사는 피고와 사이에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을 맺어 원리금지급업무의 대행사무를 피고의 충무로지점에서 취급하기로 하고, 위 대행사무 수행에 있어서 계약서의 조항 이외에 관계법과 피고의 규정 및 소외 회사의 내규에 따라 처리하기로 하며, 소외 회사는 각종 사채의 발행에 관한 명세표 및 사채의 견양, 기타 피고의 대행사무 수행에 필요한 서류를 피고에게 인도하고, 사채원리금의 지급대상자는 채권 및 이권의 소지자로 하며, 소외 회사는 지급할 원리금 상당액을 지급개시일 1일 전에 피고의 충무로지점에 인도하되 무이자로 하고, 만약 소외 회사가 원리금 지급기일의 업무개시 시간까지 지급할 자금을 피고에게 인도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지급불능 사실을 지급보증기관에게 통보하며, 소외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가 종전 사채의 원리금변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환발행’인 경우에는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피고 은행에 통지하기로 하는 일방, 원금상환이 개시된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 또는 소외 회사의 약정위반으로 인하여 피고의 업무수행이 어렵게 된 경우 등에 한하여 계약을 종결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다.
(3) 한편, 소외 회사는 원고와 사채보증보험약정을 체결하여 원고가 소외 회사 발행의 사채원리금의 지급을 보증하였는데, 그 약정에서도 사채원리금 지급장소는 피고의 충무로지점임을 확인하였고, 소외 회사가 주간사회사인 동양증권 주식회사와 맺은 소외 회사 제59회 보증사채 총액인수 및 매출계약서도 위와 같은 약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피고는 여기에서도 사채의 납입 및 원금의 상환과 이자 지급을 맡을 곳으로 명기되어 있다.
(4) 이를 토대로 하여 소외 회사는 증권거래법 제8조에 따라 증권관리위원회(현재의 금융감독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였는바, 여기에서도 위의 제반 사항과 특히 원리금지급대행기관이 피고의 충무로지점임을 명기하였고, 신문공고 및 발행된 사채권의 이면에도 원리금 지급장소가 피고의 충무로지점임을 명시하였다.
(5) 그런데 소외 회사는 제59회 보증사채의 만기가 도래하였으나 원금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하자 1997. 11. 19.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를 차환하기 위하여 제97회 무기명식 이권부 보증사채 권면총액 금 37억 원을 발행하기로 결의하고, 그 납입장소 및 사채원리금 지급장소를 피고의 충무로지점으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와 사이에 위와 동일한 내용의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한편 원고와 사이에 위와 동일한 내용의 사채보증보험약정을 체결하였다. 제97회 보증사채를 총액인수한 증권회사로부터 납입된 금 3,356,270,000원이 1997. 12. 4. 피고 은행 충무로지점의 별단예금구좌(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사채원리금 지급기금’의 별단예금구좌이다)에 납입 완료되었고, 이에 따라 위 지점은 소외 회사의 요청에 따라 사채납입확인서를 작성하여 소외 회사에게 교부하여 주었다.
(6) 제59회 보증사채의 원리금상환기일인 1997. 12. 5. 사채권자들을 대리한 증권예탁원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채원리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거절당한데다가 같은 날 소외 회사의 부도가 발생하자, 원고로부터 이 사건 제59회 보증사채에 따른 보험금 5,137,500,000원을 수령하였다.
(7) 소외 회사는 1997. 12. 4. 17:55경 별단예금에 입금된 위 금 3,356,270,000원을 1일 금 1,300,000원의 이자가 발생되는 당좌계좌로 이체하였고, 1997. 12. 5. 오전 중에 소외 회사의 부도에 대비하여 위 금원에 대한 다른 채권자로부터의 압류를 피하여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고 그 금원으로 원고가 사채원리금을 대지급할 수 있도록 위 당좌계정에서 한미은행으로 금 31억 원, 상업은행으로 금 9,000만 원을 각 이체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위 금원은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이므로 지체 없이 원상복구시킬 것을 요구하자 소외 회사가 이를 수락하였고, 피고측에서도 원고가 원상복구를 강력히 요구하자 소외 회사에 대하여 피고에게 재입금시킬 것을 요구한 결과, 이에 따라 소외 회사는 같은 날 16:00경 한미은행에 이체되었던 금 31억 원을 피고 은행에 재입금하였다.
(8) 1997. 12. 5. 17:55경 소외 회사의 부도가 발생하자 피고는 1997. 12. 8. 위 금 31억 원을 포함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예금 원리금 합계 금 5,269,131,130원의 채권과 피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대출원리금 9,961,939,964원의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하였다.
 
나.  원심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는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으로 별단예금에 입금된 금원을 소외 회사의 요구에 의하여 소외 회사의 당좌예금으로 이체할 수 없고 이를 당좌예금으로 이체한 경우 이로써 사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채권자들이 이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사채를 발행하면서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은 "상환기일에 이르러 소외 회사(요약자)로부터 피고(낙약자)에게 그 원리금 지급자금이 입금되면, 피고는 이를 별단예금계정으로 관리하면서 사채권자(수익자)를 위하여 보관하다가 정당한 사채권자(이 사건과 같은 무기명식 사채의 경우에는 사채권 또는 이권의 소지자)의 청구가 있으면 이를 사채권자에게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봄이 상당하고, 사채권자들로서는 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위 계약의 이익을 받을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직접 위 별단예금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취득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사채는 무기명식 이권부 보증사채로서 사채원리금 상환기일에 사채권을 소지한 자에게 원리금이 지급되는 것이어서 상환기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당한 사채권자가 확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사채권자들이 상환기일에 이르러 사채권을 소지하고 피고에 대하여 사채원리금의 지급을 구한 시점에 비로소 수익의 의사표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비록 상환기일 이전에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이 피고의 별단예금에 일시적으로 입금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채권자가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이상 위 별단예금의 처분권은 소외 회사에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정당한 처분권자인 소외 회사의 요구에 따라 위 별단예금을 당좌예금으로 이체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다만, 별단예금에서 일단 피고의 당좌계정으로 이체되었다가 다른 은행으로 다시 이체된 후 상환기일에 피고에 대한 사채원리금의 청구가 있은 후에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용으로 목적이 특정되어 피고에게 재입금된 금 31억 원에 대하여는, 피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이 부분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하지 아니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구 증권거래법 제8조, 제18조와 유가증권발행신고등에관한규정(현재의 유가증권의발행및공시등에관한규정) 등에 의하면, 일정 금액 이상의 보증사채권을 모집 또는 매출하는 경우에는 당해 유가증권에 관한 신고서를 증권관리위원회(현재의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그 신고서는 일정기간 일정장소에 비치하여 공중의 열람에 공여하도록 하며, 그 신고서에는 다른 내용과 함께 ‘기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고, 보증사채의 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계약서 사본을 위 신고서에 첨부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이른바 기업공시의 일환으로서 유가증권의 발행 또는 유통과 관련하여 일반투자자 등에게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제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합리적·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증권시장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보증사채의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제도의 취지와 사채원리금 지급대행사무를 금융기관의 업무로 하는 취지 및 이 사건 사채원리금 지급대행 계약서(갑 제2호증)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사채원리금의 지급사무를 피고 은행에게 위탁하고 피고 은행은 이를 수탁하며(제1조), 피고 은행은 계약서의 각 항 이외에 관계법, 피고 은행의 규정 및 소외 회사의 내규에 따라 대행사무를 취급하고(제3조 제1항), 소외 회사는 원리금 지급자금(지급할 원리금 상당액)을 지급개시일 1일 전에 피고 은행 충무로지점에 인도하여야 하고(제6조 제1항), 피고 은행은 위 자금으로 사채권자로 확정된 자에게 그 사채원리금을 지급하고 그 지급 내역 등을 소외 회사에게 통지하며(제7조, 제8조, 제9조), 원금상환이 개시된 날부터 3월이 경과한 날 또는 피고 은행이 사실상 대행사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게 되어 피고 은행이 해지통고를 한 때에 계약이 종결하고(제14조), 계약이 종결한 때에는 피고 은행이 5일 이내에 종결통지서 및 원리금지급계산서와 함께 미지급 자금을 소외 회사에게 교부한다(제16조)고 약정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채원리금 지급대행계약은 소외 회사가 발행한 사채의 사채권자에게 그 원리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가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을 피고 은행에게 인도하고 피고 은행은 이를 인도받아 보관, 관리하면서 사채권자에게 그 사채원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신탁계약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그렇다면 소외 회사가 피고 은행에게 인도하는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은 신탁재산에 해당하고 수익자인 사채권자의 이익 향수(享受)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므로, 피고 은행은 소외 회사로부터 인도받은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을 그 신탁의 본지에 따라 관리할 의무가 있고, 피고 은행이 사채권자의 이익과 관계없이 소외 회사의 청구만에 의하여 위 사채원리금을 반환하거나 그 지급자금의 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자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신탁의 법리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에 관한 별단예금도 통상의 예금과 같은 성격을 가지되 다만, 제3자를 위한 예금계약으로 보고 수익자인 사채권자가 상환청구를 하기 전까지는 그 자금을 입금한 발행회사가 임의로 인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사채원리금 지급자금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손지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