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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9헌바384, 2021. 12. 23.]

【전문】

사 건 2019헌바384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위헌소원

청 구 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영중

당 해 사 건 서울고등법원 2018재나640 국가배상

[주 문]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75조 제6항 중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 제47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1970년대에 ○○방직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의 간부 및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당했고, 이후 중앙정보부 등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로 인하여 재취업을 방해받아 왔다는 이유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한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2010. 6. 30. 청구인들이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직업선택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았고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2011. 2. 8.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해고 및 취업방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2011. 10. 7. 청구인들의 청구를 각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11547), 항소심 법원은 2012. 7. 24. 청구인 김○○, 심○○, 안○○의 소 중 불법해고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 각하하고, 위 청구인들의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은 일부 인용하였으며, 청구인 송○○의 불법해고 및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과 관련하여 각 일부 청구를 인용하였고, 청구인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으로 1심 판결을 변경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나91243, 이하 위 항소심 판결 중 위와 같이 각하한 청구인 김○○, 심○○, 안○○의 불법해고로 인한 위자료청구 부분만을 ‘제1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이 상고하자, 대법원은 2014. 7. 24. 소멸시효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위 항소심 판결 중 청구인용 부분을 파기하여 항소심 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대법원 2012다74151), 이에 따라 위 항소심 판결 중 제1 재심대상판결은 분리되어 확정되었다.

환송 후 항소심 법원은 2014. 11. 14. 청구인 김○○, 심○○, 안○○의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와 청구인 송○○의 불법해고 및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청구를 각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나39598, 이하 ‘제2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청구인들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5. 3. 12.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어(대법원 2014다84091), 2015. 3. 13. 제2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재판상 화해에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80등, 이하 ‘민주화보상법 위헌결정’이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이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이하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이라 하고, 민주화보상법 위헌결정과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을 합하여 ‘이 사건 위헌결정들’이라 한다).


라. 청구인들은 이 사건 위헌결정들을 근거로 2018. 9. 28. 제1, 2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8재나640), 그 소송 계속 중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효력이 자신들에게도 미쳐야 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9카기20045), 2019. 9. 25.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9. 10. 10.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청구인들에게 적용될 법률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의 준용에 따른 제47조 제2항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75조 제6항 중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 제47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75조(인용결정) ⑥ 제5항의 경우 및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제45조 및 제47조를 준용한다.


[관련조항]

헌법재판소법(2014. 5. 20.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 ②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20. 6. 9. 법률 제17392호로 개정된 것)

제2조(진실규명의 범위) 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

4.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3.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민주화보상법 위헌결정의 당사자 일부와 같은 사유로 불법해고되었고,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당사자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를 겪었는데,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당해사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

청구인들은,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을 장래효 원칙으로 정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이 사건 위헌결정들보다 앞서 확정된 청구인들의 제1, 제2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적용 받지 못하게 되므로,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본권은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이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위헌결정의 시간적 효력 범위를 한정한 결과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반복ㆍ강조하는 취지이므로,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심사기준

헌법 제27조 제1항은 재판청구권의 내용을 법률에 의해 구체화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의 형성은 입법자에게 맡겨져 있다.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맡겨져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는 입법형성권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이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함으로써 위헌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관한 선례

헌법재판소는 1993. 5. 13. 92헌가10등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내용이 동일한 구 헌법재판소법(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제정되고, 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항 본문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고, 헌재 2000. 8. 31. 2000헌바6 결정, 헌재 2001. 12. 20. 2001헌바7등 결정, 헌재 2008. 9. 25. 2006헌바108 결정 및 헌재 2013. 5. 30. 2010헌바347 결정에서도 위 92헌가10등 결정의 이유를 원용하여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을 장래를 향해서만 미치도록 한 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선언하였다.


라.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장래효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위 1993. 5. 13. 92헌가10등 결정에서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또는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 소급효를 인정해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위 조항의 근본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여, 위 조항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법원 역시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동종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미치지만,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두5628 판결 참조).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장래효를 원칙으로 하면서 구체적 타당성이 강하게 요청되는 경우, 즉 앞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들고 있는 일정한 경우에는 해석을 통해 예외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입법자가 구체적 타당성 내지 정의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의 요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자를 조화시키기 위해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을 준용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21. 11. 25. 2020헌바401 참조).


(2) 앞서 본 것과 같이 헌법재판소는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을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관련하여,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는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론을 취하고, 이를 전제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와 같이 해석을 통해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위헌법률에 근거한 법률관계가 재판상 확정되기 전의 경우에 한정되는데, 위 해석과 같은 취지에서 위헌결정 전에 이미 해당 법률에 근거한 법률관계가 재판상 확정되었더라도 헌법의 최고규범력 확보와 정의 실현의 요청이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물리쳐야 할 만큼 현저한 경우에는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위헌결정들 전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소각하 또는 청구기각의 확정판결을 받은 탓에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던 것이 오히려 청구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위헌결정들의 취지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하여 그 개선입법을 통해 소급효를 인정하고 이로써 재심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민주화보상법 위헌결정’ 또는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이라는 개별 위헌결정에 대하여 소급효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볼 수 있는데,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일반조항인 심판대상조항에서 개별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규정하는 것이 체계상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 주장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의 국가배상청구’ 사건을 당해사건으로 하는 위헌심사에서 선고된 모든 위헌결정에 대하여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더라도, 이는 정의의 실현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대립하는 두 헌법적 가치의 형량 내지 조화를 고려하지 아니한 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의 국가배상청구’를 위헌결정의 소급효 허용 여부를 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위 선례들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고, 이를 변경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헌법은 모든 국가기관과 국가작용을 구속하는 최고규범이므로, 입법부도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정하여서는 아니되고,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은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저촉되는 한도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위헌법률심판ㆍ헌법소원심판은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목적에 충실하도록 전체 제도를 형성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위헌결정을 선고하는 것은 그 법률에 내포되어 있는 위헌성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르는 후속 절차도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75조 제1항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과 헌법소원심판의 인용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기속력의 범위를 심판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에 확장시키는데, 이는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모든 국가기능과 법질서에까지 확보함으로써 객관적 헌법보장의 기능을 달성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비형벌조항을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 상실하도록 정함으로써,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을 유보하고 있다.

물론 심판대상조항은 법적 안정성 확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전에 그 위헌법률에 근거한 법률관계가 재판상 확정된 경우라도,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그 소급효를 원칙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적 안정성보다, 언제나 모든 유형의 사건에서 가볍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ㆍ조작의혹사건은 사인 간 불법행위 내지 일반적인 국가배상사건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가가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움으로써 불법행위를 자행하였고, 소속 공무원들이 이러한 불법행위에 조직적으로 관여하였으며, 사후에도 조작ㆍ은폐 등으로 진실규명활동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기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비로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으나, 이미 불법행위 성립일로부터 오랜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진상이 규명되고 이를 기초로 한 국가배상청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일반 불법행위와 소멸시효의 법리로는 공평ㆍ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다수 발생하게 되었다.

2005. 5. 31. 제정된 과거사정리법은 일제 강점기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의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진실규명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단순히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 경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 회복이 국가 및 정부의 의무임을 명시하였다(제34조, 제36조).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은, 국가기관의 조직적 은폐와 조작에 의해 피해자들이 그 가해자나 가해행위, 가해행위와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진실이 감추어져 왔다는 점에서, 사인 간 불법행위 내지 일반적인 국가배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유형의 사건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에서,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이 정하는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 청구인들은,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직업선택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았고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았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ㆍ조작의혹사건’의 피해자로서, 고의ㆍ과실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또한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에서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의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결정된 이상, 청구인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권리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은,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이 선고되기 전인 2011. 2. 8.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적용을 받아 청구기각된 판결이 2015. 3. 13. 확정되었기에,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효력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동일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사건의 피해자ㆍ유족으로서 국가배상을 청구하더라도,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당사자들의 경우에는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구제받을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심판대상조항의 예외적 소급효,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위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그 밖의 피해자ㆍ유족의 경우에도 ‘법원의 제청 또는 헌법소원의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률조항에 관한 위헌결정의 계기를 부여한 당해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사건, 위헌제청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당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침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게 되었음에 반하여(심판대상조항의 예외적 소급효), 청구인들과 같이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전에 국가배상을 청구하여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소멸시효규정이 그대로 적용됨에 따라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ㆍ유족의 경우에는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효력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는 ‘권리 위에 잠자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던 자’(청구인들)에 대하여 ‘그렇지 아니하였던 자’(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ㆍ유족)보다 권리구제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부여하는 사법제도를 형성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권리 위에 잠자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던 자’에 대해 위헌법률이 적용된 결과를 용인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확정판결에 대한 존중이 법적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측면을 이해하더라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와 제4호 사건의 국가배상청구와 같이,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움으로써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사후에도 조작ㆍ은폐 등으로 진실규명활동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기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경우에까지 우월한 헌법적 가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건에서 확정판결에 따른 법적 안정성은 불특정 다수의 법률관계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러한 특수한 유형의 과거사사건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국가의 이익에 기여할 뿐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확정판결에 따라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될 국가의 법적 안정성 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와 제4호 사건에서 국가배상청구의 특수성과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위헌결정의 효력의 범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함으로써 청구인들이 헌법재판소의 과거사 소멸시효 위헌결정의 효력을 소급 적용 받아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므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헌재 2021. 11. 25. 2020헌바401 중 반대의견 참조).


라. 심판대상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가 규정한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서 위헌결정의 효력을 제한하였다는 데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 위헌결정의 효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그 위헌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심판대상조항 자체를 개정할 것인지 또는 국가배상법이나 과거사특별법에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특별조항을 신설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의 한도 내에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의 국가배상청구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을 잠정적용하는 주문을 선고해야 한다(헌재 2021. 11. 25. 2020헌바401 중 반대의견 참조).


[별지] 청구인 명단

1. ∼ 4. 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