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법 제662조 위헌소원
【판시사항】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그 기산점은 별도로 정하지 않은 구 상법 제662조 중 ‘보험금액의 청구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보험금청구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보험제도에는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있고, 보험금청구권은 우연한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채권으로서 그 발생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신속한 결제와 보험관계의 종결을 통해 보험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보험금청구권에 대해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두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결과,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 등을 알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객관적 사유에 의해 권리관계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보험재정을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보험의 특수성에 더하여, 권리행사의 편의성과 신속성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 외에도 소멸시효 중단 또는 정지 규정이나 법원의 해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면서 그 기산점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결과 보험금청구권자가 귀책사유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 등을 모르더라도 일률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부터 진행되는 짧은 시효기간을 적용받는다. 이로 인해 가령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경우 등에 있어서 보험금청구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은 소멸시효 제도의 일반적인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소멸시효 중단과 정지,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의 법리 및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하여 보완하는 것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기에 부족하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보험제도에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경제적인 공익에는 이바지하나, 그것이 귀책사유 없는 개별 보험당사자의 희생보다 반드시 더 중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재량을 일탈함으로써 재산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험금청구권자의 주관적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면서 그 기준시점 또한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이 되도록 한 데에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이를 존속하여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문】
구 상법(2001. 7. 24. 법률 제6488호로 개정되고,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 중 ‘보험금액의 청구권’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1항
상법(1962. 1. 20. 법률 제1000호로 제정된 것) 제1조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된 것) 제662조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2조 제1항, 제165조 제1항, 제166조 제1항
【참조판례】
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판례집 17-1, 660, 663-664
헌재 2009. 5. 28. 2008헌바107, 판례집 21-1하, 712, 719
헌재 2009. 10. 29. 2008헌바45, 판례집 21-2하, 159, 177
헌재 2010. 12. 28. 2009헌바20, 공보 171, 144, 147
헌재 2012. 11. 29. 2011헌마814, 판례집 24-2하, 240, 246
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판례집 30-2, 237, 246-247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유○○
2. 유□□
대리인 변호사 이종권
당 해 사 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가단108487 보험금
[주 문]
구 상법(2001. 7. 24. 법률 제6488호로 개정되고,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 중 ‘보험금액의 청구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유△△은 1999. 1. 14.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와 ‘상해보험 ○○보험’(이하 ‘이 사건 보험’이라 한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계약의 보장내용에는 ‘주계약: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20,000,000원, 차량탑승 중 사망특약: 휴일 차량탑승 중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160,000,000원, 휴일 교통상해특약: 휴일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20,000,000원’ 등 합계 2억 원의 보험금 지급이 포함되어 있다.
나. 유△△이 2006. 1. 8.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시 ○○구 ○○동 (지번 생략) 앞 노상을 진행하던 중, 위 차량이 진행방면 우측 인도를 침범하여 가로등을 충격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유△△은 같은 날 사망하였다(이하 유△△을 ‘망인’이라고 한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청구인 유○○, 망인의 아들인 청구인 유□□(이하 모두 합하여 ‘청구인들’이라 한다)은 2016년경 우연히 망인이 이 사건 보험을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16. 8. 1. ○○생명에게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휴일 차량탑승 중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휴일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당하였다.
라. 청구인들은 2017. 3. 3. ○○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17가단108487), 그 소송계속 중 보험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2년으로 정한 구 상법 제662조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8. 1. 31. 그 신청이 각하되자(2017카기5028), 2018. 2. 14. 그 결정 정본을 송달받은 후 2018. 3. 15.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상법에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에 대해서도 민법의 일반원리에 의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를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 사고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적용되는 구 상법상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규정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상법에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정하면서 그 기산점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서, 소멸시효에 관한 조항 자체에 대한 심판청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상법(2001. 7. 24. 법률 제6488호로 개정되고,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연혁 표기는 생략한다) 제662조 중 ‘보험금액의 청구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상법(2001. 7. 24. 법률 제6488호로 개정되고,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소멸시효) 보험금액의 청구권과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은 2년간, 보험료의 청구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관련조항]
상법(1962. 1. 20. 법률 제1000호로 제정된 것)
제1조(상사적용법규) 상사에 관하여 본법에 규정이 없으면 상관습법에 의하고 상관습법이 없으면 민법의 규정에 의한다.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된 것)
제662조(소멸시효) 보험금청구권은 3년간,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은 3년간, 보험료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제165조(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대법원은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멸시효 기산점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하여 상속인들이 망인의 보험가입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만료되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최소한 상속인들이 보험가입 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사적자치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소멸시효 제도의 의의 및 존재이유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는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는 다음과 같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첫째,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그 위에 구축된 사회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정한 사실상태가 계속되면 이를 기초로 새로운 다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인데, 그 사실상태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하여 부인한다면 이를 기초로 맺어진 법률관계가 흔들리게 됨에 따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둘째,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 진정한 권리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우므로, 계속된 사실상태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고 분쟁의 적절한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채무를 변제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증명이 어렵게 된 채무자는 소멸시효제도를 통해 이중변제를 면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진정한 권리관계의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채권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은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채권자에게도 신의칙상 그 권리의 행사가 채무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피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권리를 적시에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가 장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채무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거나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게 되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 태만을 제재하고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상법은 보험금청구권에 관하여 단기소멸시효제도를 두고 있다. 구 상법 제662조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과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은 2년간, 보험료의 청구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위 상법 제662조는 1962. 1. 20. 법률 제1000호로 상법이 제정될 때부터 같은 내용으로 존속하다가, 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상법이 개정될 때 보험금청구권 및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년에서 3년으로, 보험료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었다.
다. 제한되는 기본권
(1) 보험금청구권은 채권의 일종으로서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된다(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보험금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의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여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재산권인 보험금청구권의 행사 및 존속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되면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에 불과할 뿐, 제소기간이나 출소기간과 달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상 재판청구권과는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니고, 재판청구 자체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가하는 것이 아니므로(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헌재 2009. 10. 29. 2008헌바45; 헌재 2010. 12. 28. 2009헌바20 참조), 위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은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사적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그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주장에 대하여도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청구인들은 민법 제766조 제1항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채권자의 인지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주장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라. 심판대상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소멸시효제도는 진정한 권리관계의 실현과 지속된 사실관계의 인정이라는 양면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어 그 필요성은 권리의 성질이나 내용 및 행사 방법 등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입법자가 소멸시효기간을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또는 불합리하게 정하여 국민의 보험금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등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이상, 그 시효기간이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헌재 2009. 5. 28. 2008헌바107; 헌재 2012. 11. 29. 2011헌마814; 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2) 앞서 살펴본 민법상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상법상 보험금청구권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타당하다. 보험금청구에 있어서도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 인한 이중변제의 위험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며, 채권자의 장기간 권리 불행사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소멸시효제도의 적용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채권자가 단기간에 채권을 회수할 필요성이 있거나, 채무자가 단기간 내에 청구를 받지 않은 것이 곧 자신이 면책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는 등 법률관계를 장기간 불확정하게 두지 않고 조기에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입법자는 다양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을 두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참조).
보험은 동일한 위험에 놓여 있는 다수의 가입자들로 구성되는 보험단체 내에서 통계적 기초와 대수의 법칙에 따라 산출된 보험료를 갹출하여 공동기금을 만든 뒤 보험사고를 당한 구성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 경제생활의 불안에 대비하는 제도이다. 이처럼 보험제도에는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있고, 신속한 보험관계의 확정을 통하여 공동기금을 둘러싼 불명확성을 최소화함으로써 보험재정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그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런데 보험금청구권은 우연한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채권으로서 그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워 불안정성이 상당하므로, 보험금 청구사유가 발생한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재정운영의 예측가능성이 감소되어 보험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신속한 결제와 보험관계의 종결을 통해 보험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보험금청구권에 대해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두고 있는 것이다.
(3) 심판대상조항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그 결과 상법 제1조,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대법원은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 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라고 하였다(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보험재정운영을 위해서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여부가 객관적인 사유에 의해 명확하고 신속하게 결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보험금청구권자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설정할 경우 보험금청구권자가 언제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알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불분명하게 되어 권리관계의 확정이 지연됨으로써 보험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자의 주관적 인식 여부나 인식가능성을 기산점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은 객관적 사유에 의해 권리관계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보험재정을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취지를 수긍할 수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은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를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보험의 특수성에 더하여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소송제도의 개선으로 권리행사의 편의성과 신속성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소멸시효 기간이 그 자체로 지나치게 짧다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가혹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사안에 따라 소멸시효 중단 또는 정지 규정을 적용하거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의 법리를 원용하여 배척하는 등으로 소멸시효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보완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함으로써(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판결 참조), 구체적 타당성을 보완하여 법률관계의 형평과 실질적 정의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비록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으면 10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되므로(민법 제165조 제1항 참조), 채권자가 단기의 시효기간을 적용받지 않고 이를 연장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5) 이에 더하여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와 같은, 사망자에 관한 보험계약의 존재사실을 확인하는 서비스가 비교적 오래 전부터 시행 및 이용되어 온 점에 비추어,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실무상으로도 일부 보완되어 왔다고 할 것이다.
(6)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명시하지 않은 결과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객관적 사유에 의해 권리관계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보험재정을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소멸시효 중단 또는 정지 규정이나 법원의 해석 등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소멸시효기간이 지나치게 단기간이거나 불합리하여 국민의 보험금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면서 그 기산점을 별도로 정하지 아니한 결과, 보험금청구권자가 귀책사유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 등을 모르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부터 진행되는 짧은 시효기간을 적용받게 되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소멸시효제도는 진정한 권리관계의 실현과 지속된 사실관계의 인정이라는 양면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어 그 필요성은 권리의 성질이나 내용 및 행사 방법 등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그 시효기간이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헌재 2009. 5. 28. 2008헌바107; 헌재 2012. 11. 29. 2011헌마814 참조). 다만 소멸시효기간이 지나치게 단기간이거나 불합리하여 국민의 보험금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아니한 결과 위 조항에 따른 시효가 보험사고 발생 시부터 진행하게 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그 시효기간마저 2년으로 짧게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금청구권자로서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모르더라도 그 사이에 소멸시효가 도과하는 경우가 상당 수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경우(타인을 위한 인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나, 보험수익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의 그 상속인들은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나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을 상당기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사망사고에 대한 특약을 둔 상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수익자로 법정상속인을 지정하는 경우를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데, 법정상속인이 보험계약체결사실을 당연히 알게 되는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가족 간에도 그 가입 사실을 알지 못할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보더라도, 앞서 살펴본 문제는 결코 가벼운 예외로 취급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보험사고 발생 시부터 2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보험금청구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3) 소멸시효제도는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 인한 이중변제의 위험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며, 채권자의 장기간 권리 불행사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채권자의 권리행사 태만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그런데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2년’이라는 기간은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하거나 채권자의 ‘장기간 권리 불행사’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긴 기간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해당 기간 동안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 인한 이중변제의 위험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 내지는 보험금청구권의 발생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였다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볼 수도 없으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 태만을 근거로 제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단기소멸시효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의 소멸시효로 인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소멸시효 중단 또는 정지 등에 의하여 이를 보완하거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하여 배척하거나, 그 밖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체적 타당성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중단은 승인 등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권자의 적극적 행위를 필요로 하는데, 앞서 보았듯이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멸시효의 정지는 법률에 규정된 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사유가 없는 대부분의 보험금청구권자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므로(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참조), 보험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의 법리를 원용하여 배척하는 것도 용이하다고 보기 어렵다.
(5) 법정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는 것은 신속한 보험관계의 확정을 통해 보험제도에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경제적인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음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특히 사망으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문제되는 경우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나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을 귀책사유 없이 상당기간 알지 못하여 그 사이에 소멸시효가 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경우보다 높다. 그리고 각각의 보험계약이 보험수익자나 상속인 등 개별 관련 당사자에게 가지는 의미 및 보험금의 액수 등을 고려하면, 보험제도와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을 위한 위와 같은 공익이 귀책사유 없는 이들 개별 보험당사자의 희생보다 반드시 더 중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6) 비록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 등과 같이 사망자에 관한 보험계약의 존재사실을 확인하는 서비스가 비교적 오래전부터 존재해오기는 하였으나, 이는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된 사실적인 차원의 서비스에 불과한바, 이와 같은 사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소멸시효제도를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7) 이상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면서 그 기산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재량을 일탈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나.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 명령의 필요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보험금청구권에 관하여 소멸시효제도를 도입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이나 보험금청구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보험금청구권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면서 그 기준시점 또한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이 되도록 한 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본다면, 특히 사망으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문제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불합리함을 개선하면서도, 소멸시효 제도를 형해화하지 않는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일반적인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단기로 정하더라도, 생명보험(사망특약을 둔 상해보험 포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서로 다른 사람인 경우나 수익자가 사망한 피보험자의 상속인인 경우 등에는 장기의 소멸시효 기간을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는 이러한 유형의 보험계약 또는 상황에 있어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계약의 존재 및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을 모두 안 때에 비로소 소멸시효가 진행하도록 하면서도, 소멸시효 완성의 요건으로 객관적 기준시점 및 그에 따른 소멸시효 기간을 함께 도입하는 방법 등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에 예외를 설정하는 방식을 택할지, 또는 일률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을 늘릴지, 예외를 설정한다면 그 예외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소멸시효 기간은 몇 년으로 할 것인지 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보험금청구권자의 재산권을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구체적인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소멸되는 보험금청구권 등에 관한 통계자료, 소멸시효 제도 개선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보험계약에 관련된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형평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적절히 제거하면서도 입법자의 재량을 존중하는 것으로서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2014. 3. 11.에 개정되어 현재에는 소멸시효 기간이 기존보다 늘어나 3년으로 변경되었는데, 이와 같이 기간을 1년 연장한 것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이 갖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함께 밝혀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이를 존속하여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