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처분취소
【전문】
사 건 2020헌마79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대리인 변호사 배보윤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3. 12.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2019년 형제16043호, 2020년 형제259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3. 12. 청구인에 대하여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2019년 형제16043호, 2020년 형제259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시 ○○구 ○○로 (지번 생략)에 있는 ○○아파트 ○○동 ○○호에 거주하는 사람이고, 피해자는 위 아파트 ○○동 □□호에 거주하는 이□□의 동생이다.
청구인은 2019. 12. 7.경 청구인의 위 주거지 앞에서 피해자 및 이□□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피해자의 팔과 옷을 잡아당기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0. 6. 5.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은 피해자와 이□□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여 소극적인 방어행위를 하기에 급급하였을 뿐이고 피해자나 이□□에게 공격적인(적극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해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장소인 ○○시 ○○구 ○○로 (지번 생략)에 있는 ○○아파트 ○○동 ○○호에서 거주하던 사람이고, 이△△는 청구인의 부친이다. 또한 이□□는 청구인 주거지의 아래층인 ○○동 □□호에 거주하던 사람이고, 피해자 는 이□□의 여동생이다.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청구인과 이□□ 사이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있어왔고, 이 사건 발생 당일에도 이사를 하려는 청구인 측과 이□□ 측 사이에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였다.
(2) 이□□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이△△가 먼저 이□□를 밀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고, 이를 본 피해자가 이△△를 말리려고 하자 청구인이 피해자의 몸을 밀치는 등 폭행했다. 이와 같은 청구인의 폭행을 말리기 위해 이□□가 청구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손으로 청구인의 얼굴 부분을 때린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피해자도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 하던 중 이△△가 먼저 이□□의 목 부분을 잡아 밀쳤고, 이를 말리기 위해 이△△를 밀치면서 이△△를 발로 찼다. 그러자 청구인이 피해자의 팔과 옷을 잡아당기고,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때려 안경이 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이△△는 경찰 조사에서 ‘이□□가 먼저 청구인의 얼굴 부분을 때렸고, 이를 말리기 위해 이□□를 밀치자 피해자가 욕설하면서 이△△의 다리 부분을 수회 걷어찼다. 그 후 이□□가 청구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했고, 피해자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청구인의 안경을 주워 청구인을 향해 던졌다. 청구인은 피해자나 이□□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이□□가 먼저 청구인의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했고, 이△△는 이를 말리기 위해 이□□를 밀쳤으며, 이를 본 피해자가 발로 이△△를 걷어찼다. 그 후 이삿짐센터 직원이 와서 말렸을 때 피해자가 청구인의 안경을 벗겨 바닥에 던졌고, 청구인은 피해자를 밀치는 등 피해자에게 손을 댄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한편 이삿짐센터 직원인 목격자 홍○○은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목격한 것은 아니나 층간소음 문제로 이□□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욕설을 하는 등 청구인과 이□□, 피해자 사이에 말다툼이 발생하였다. 그 후 이□□가 청구인의 얼굴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하였고, 그 뒤에 피해자가 합세하여 청구인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하였다. 청구인도 이에 대응하여 이□□와 피해자의 옷 등을 잡아당기고 밀쳤지만 이는 이□□와 피해자의 폭행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그런 것 같다. 이△△가 피해자와 이□□의 폭행을 말리기 위해 이□□의 가슴 부분을 밀치자 피해자가 이△△의 다리 부분을 수회 걷어찼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경찰은 청구인, 이△△, 이□□ 그리고 피해자 모두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송치하였으며,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해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2020. 3. 1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8) 한편 피청구인은 ‘이△△가 2019. 12. 7.경 청구인의 거주지 앞에서 손으로 이□□의 가슴 부위를 수회 밀고 이□□의 목을 잡아 벽 쪽으로 밀어 이□□에게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이△△를 기소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의 폭행 행위가 이□□나 피해자의 공동폭행 행위보다 먼저 개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방어적인 행위로 보이고, 이 사건 당시 이△△에게 공격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워 이△△의 행위는 청구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6. 8. 선고 2020고정72 판결). 위 무죄 판결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대구지방법원 2022. 4. 21. 선고 2021노2134 판결), 상고기간 도과로 2022. 4. 29. 위 무죄판결은 확정되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팔과 옷을 잡아당기는 등 피해자에게 가한 유형력의 행사(이하 ‘이 사건 유형력 행사’라 한다)가 형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정당방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방어의사 및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피해자에 의한 청구인 또는 제3자(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이 사건 유형력 행사에 방어의사 및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즉 이 사건의 발단 및 경과 등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다. 이 사건의 발단 및 경과
(1) 수사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청구인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발생 직전에 이□□와 피해자가 먼저 ‘시끄럽다’며 청구인의 집 앞까지 찾아와 소리를 치는 등 항의한 점, ③ 청구인이 이□□의 항의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이□□는 ‘문을 열라’며 소리지르고 수십 회에 걸쳐 문고리를 잡아 흔드는 등 소란을 피웠던 점, ④ 이□□와 피해자는 청구인에게 ‘이 년아, 저 년아’라며 욕설할 정도로 매우 흥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청구인과는 달리 평소 이□□에게 나쁜 감정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가 이유 없이 먼저 나이어린 여성인 이□□에게 폭행을 가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⑥ 이△△에 대한 상해죄 무죄판결에서 법원은 이△△의 폭행 행위가 이□□나 피해자의 공동폭행 행위보다 먼저 개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의 폭행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청구인이나 이△△의 주장처럼 청구인이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가 손으로 청구인의 얼굴 부분을 때리는 등 폭행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2) 위와 같은 이 사건의 발단 경위에 더하여 청구인 및 이△△, 이□□ 및 피해자의 각 진술, 그리고 목격자인 홍○○의 진술 등 수사기록에 있는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은 ‘① 이□□가 먼저 청구인의 얼굴 부분 등을 폭행하고, ② 이를 말리려던 이△△가 이□□의 목을 잡아 밀쳤으며, ③ 이△△의 행위를 목격한 피해자가 이△△의 다리 부분 등을 걷어찼고, ④ 이를 본 청구인이 이 사건 유형력 행사를 하였으며, ⑤ 피해자가 청구인의 안경을 벗겨 바닥에 던졌다’는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 유무
(1) 위와 같은 시간적인 순서에 의할 때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치는 등 유형력을 행사할 당시 청구인에게는 이□□로부터의 부당한 침해가 존재하였을지언정 피해자로부터의 부당한 침해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다만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피해자는 이□□의 청구인에 대한 폭행을 제지하려던 청구인의 아버지인 이△△를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행위는 외견상으로는 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보일 수도 있으나 ①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청구인과 말다툼을 하면서 청구인에게 ‘이년아, 저년아, 너 같은 건 시집도 못 갈 꺼다’라며 욕설을 하는 등 청구인 측에 강한 불만을 가졌었던 점, ②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상당히 흥분하였고, 홍○○의 진술에 따르면 흥분한 정도가 이□□보다 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를 밀어 내거나 이△△의 손을 잡는 등 이△△에 대한 피해를 보다 적게 하는 방법으로 이△△의 행위를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의 다리 부분을 수회 걷어차는 등 적극적인 폭력행위를 사용한 점에 비추어볼 때 피해자는 공격의사로 이△△를 폭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이□□를 위한 방어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이△△에 대한 공격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발로 걷어차는 등 적극적인 폭력을 행사한 이상 상당성도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
(3) 이와 같이 피해자의 이△△에 대한 폭행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 해당된다. 정당방위는 자신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뿐만 아니라 제3자(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하여도 성립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이△△에 대한 폭행이 위와 같이 부당한 이상 정당방위의 요건 중 ‘제3자(이△△)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은 충족된다.
마. 방어의사 및 상당성 유무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수사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가 폭행한 이△△는 청구인의 부친(父親)으로, 부친의 피해를 목격한 청구인으로서는 이△△를 위해 피해자의 폭행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의 행위는 이△△의 다리 부분을 수회 걷어차는 등 그 정도가 심한 것이었던 반면에 이에 대한 청구인의 이 사건 유형력 행사는 피해자의 팔과 옷을 잡아당기고 피해자를 밀어내는 정도로 그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소극적인 것에 그친 점, ③ 이 사건 유형력 행사는 피해자의 신체적 법익에 대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선행된 피해자의 이△△에 대한 폭행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 보이는 점, ④ 비교적 중립적인 목격자로 보이는 홍○○은 이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하여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이□□와 피해자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 청구인이 이 사건 유형력 행사에 나아가게 된 동기 및 경과, 피해자의 이△△에 대한 폭행에 의해 침해되는 이△△의 법익의 종류와 정도, 피해자의 이△△에 대한 폭행 방법 및 완급, 청구인의 이 사건 유형력 행사에 의해 침해될 피해자의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이 사건 유형력 행사는 피해자를 공격할 의사로 행해졌다기보다는 이△△로 하여금 피해자의 부당한 폭행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방어의사로 행해진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이유 또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
바. 소결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사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폭행죄의 죄책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