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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21헌마663, 2024. 8. 29.]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마663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오○○

대리인 법무법인 로빈

담당변호사 최수남, 김언수, 현선철, 박정민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5. 21.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8156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5. 21. 청구인에 대하여 자격모용사문서작성,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여권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8156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자격모용사문서작성,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청구인은 미성년 자녀인 임○○의 친모로, 2019. 1. 16.경 임○○의 여권 발급을 위해 관할관청에 여권 발급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공동친권자인 고소인 임□□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미성년자 법정대리인 동의서’(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 한다) 양식 중 공동친권자 대표자란에 서명, 날인하고 이를 위 관할관청에 제출함으로써, 공동친권자 대표자 자격을 모용하여 이 사건 동의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

(2) 여권법위반

누구든지 여권의 발급이나 재발급을 받기 위하여 제출한 서류에 거짓된 사실을 적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여권의 발급ㆍ재발급을 받는 행위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청구인은 위 (1)항과 같이 임○○의 여권 발급을 신청하면서 신청서류인 이 사건 동의서에 거짓의 사실을 기재하고 임○○의 여권을 발급받았다.』

나. 청구인은 2021. 6. 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소속기관에 해외연수를 신청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아들을 동반하여 해외연수를 가기 위해 고소인 몰래 아들의 여권 발급 신청을 한 것이라는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청구인은 해외출장이나 휴가 시 어린 아들을 동반하여야 하므로 아들의 여권 발급을 신청한 것이다.

당시 청구인과 고소인이 별거 중이기는 하였으나 법률상 배우자 관계에 있었고, 아들의 여권 발급 신청과 아들을 국외로 출국시키는 행위는 다른 것으로 전자의 행위는 아들이나 고소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유아(乳兒)인 아들의 양육을 전담하고 있었던 청구인이 아들의 여권 발급 신청을 한다면 고소인은 당연히 동의하였을 것이고 청구인은 그렇게 믿었으므로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그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3.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32조(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의 작성)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권리ㆍ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 또는 도화를 작성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34조(위조사문서등의 행사) 제231조 내지 제233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벌칙) 제16조 제1호(제14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여권 등의 발급이나 재발급을 받기 위하여 제출한 서류에 거짓된 사실을 적은 사람,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여권 등의 발급, 재발급을 받은 사람이나 이를 알선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6조(여권의 부정한 발급ㆍ행사 등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여권의 발급이나 재발급을 받기 위하여 제출한 서류에 거짓된 사실을 적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여권의 발급ㆍ재발급을 받는 행위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이하 생략)

4.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고소인은 2018. 1. 12.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관계에 있었던 자들이고, 슬하에 2018. 1. 24. 출생한 아들 임○○이 있다. 청구인은 고소인의 거주지에서 혼인생활을 하던 중 2018. 8. 22. 무렵 고소인 주소지에서 나와 아들과 함께 다른 주소지에서 거주하며 고소인과 별거를 시작하였다.

(2) 청구인은 친모와 함께 아들을 양육하였고, 고소인은 청구인과 날짜와 시간을 협의한 후 청구인의 거소에 방문하여 아들을 수시로 면담하였다.

(3) 별거 후에도 청구인과 고소인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청구인은 해당 계좌에서 일정 금원을 인출해 사용하기도 하였다. 아들에 대하여 지급되는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고소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고, 고소인은 별거 시작 무렵부터 2019. 7.경까지 청구인에게 매월 일정한 금원을 양육비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4) 청구인은 2019. 1. 16. 위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아들에 대한 여권 발급을 신청하면서 여권 발급 신청서와 이 사건 동의서를 작성하여 관할관청에 제출하였다. 이때 청구인은 여권 발급 신청서의 긴급연락처란에 고소인의 성명, 아들과의 관계(‘부’)를 기재하고 그 전화번호는 청구인 모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였다. 그리고 그 무렵 아들의 여권을 발급받았다(이하 아들의 여권 발급을 위한 청구인의 여권 발급 신청서 및 이 사건 동의서의 작성, 제출 행위를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이라 하고, 이에 따른 아들의 여권 발급을 ‘이 사건 여권 발급’이라 한다).

(5) 청구인은 2019. 2. 4.~2019. 2. 14., 2019. 7. 24.~ 2019. 8. 5. 아들과 함께 각각 태국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중 전자의 여행 시에는 고소인에게 ‘아들과 함께 지방에 와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해 고소인은 ‘여행을 간 것이냐, 미리 얘기를 해주었으면 연휴에 아들을 보고 왔을 것’이라고 답하였다. 청구인은 2019. 5. 20.경 소속기관에 해외연수를 신청하였고 그 후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되어 2019. 9. 2.경 고소인에게 ‘내년에 미국에 가게 되었다’며 해외연수를 가게 될 예정임을 알려주었다.

(6) 한편 고소인은 2019. 7. 22.경 청구인에게 이혼의 의사를 밝혔으나 청구인은 그 무렵 이를 거부하였다. 고소인은 2019. 9. 23.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청구인이 장차 해외연수를 갈 때 아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고소인에게 알리지 않고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을 하였다. 고소인이 이를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여권을 발급받고 아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면서도 고소인에게 거짓말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및 발급에 관하여 청구인을 위 피의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고소하였고(이하 ‘이 사건 고소’라 한다), 2020. 1. 21.경에는 서울가정법원에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가정법원 2020드단102498).

(7) 위 이혼청구소송은 2021. 3. 25.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청구인과 고소인이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자는 청구인이며, 고소인은 청구인이 아들을 데리고 2021. 7.경부터 최대 1년 6개월간 해외 체류함에 동의하고, 청구인은 고소인에게 아들과의 영상통화나 면담 등을 최대한 협조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다.

(8) 이후 고소인은 이 사건 고소를 취소하면서 ‘청구인이 아들의 여권을 발급받겠다고 말하였다면 자신이 이에 동의해주었을 것이므로 청구인에 대한 혐의없음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및 발급을 고소인이 승낙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고소인의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피청구인의 처분이 부당한지 여부이다.

다. 추정적 승낙 인정 여부

(1) 추정적 승낙이란 피해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만일 피해자가 행위의 내용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참조). 또한 사문서의 위ㆍ변조죄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ㆍ수정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면 사문서의 위ㆍ변조죄에 해당하지 않고, 한편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의 위ㆍ변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3101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도235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는 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당시 고소인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고소인이 당시 청구인의 여권 발급 신청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이를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당시 청구인과 고소인이 별거 중이기는 하였으나, 고소인이 청구인의 거소에 수시로 방문하고 관계회복에 도움이 되는 상담이나 책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등 정상적인 혼인 관계의 실질을 회복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양육에 있어서는 친권자로서 각각 실질적으로 육아를 하거나 양육비를 부담하는 방법으로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다거나 아들의 양육권에 관한 분쟁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

또한 아들은 당시 2세 미만의 유아(乳兒)로 친모인 청구인이 수유 등 양육을 전담하고 있었고, 고소인은 때때로 아들을 원하는 시간이나 장소에서 면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만족을 표하기는 하였으나 자신이 아들의 양육을 전담할 것을 주장하거나 요구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9. 2. 경 태국 여행을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들의 수유와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청구인으로서는 아들을 동반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여권 발급이 선행되어야 하는 점, 비록 청구인이 해외연수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당시에는 해외연수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선발 여부가 확실시 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이 아들을 동반하여 해외연수를 가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최초 해외여행 시 청구인이 고소인에게 ‘아들을 데리고 지방에 와 있다’고 말하였을 때 고소인이 아들을 동반한 여행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및 발급이 아들의 복리에 반한다고 할 수 없는 점이나 고소인의 법익을 침해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해외출장이나 휴가 중 여행에 어린 아들을 동반하기 위해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을 한 것이고, 청구인이 양육을 전담하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할 때 당시 고소인에게 말하였다면 고소인은 당연히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일응 납득이 된다.

(다) 또한, 가사 청구인이 해외연수 시 아들과 함께 출국할 의도로 이 사건 여권 발급을 신청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소인은 그 이전부터 청구인의 해외연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아들의 나이 등 양육을 위한 현실적인 이유로 청구인이 아들을 데리고 해외연수를 갈 가능성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청구인과 고소인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고소인은 2019. 8.경 이 사건 여권 발급 사실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고소인은 청구인이 이혼을 거절한 후에야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에 관하여 형사고소 등을 하겠다’고 말하였고, 면접교섭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은 후에야 비로소 여권 발급 신청 부동의를 고려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이 사건 고소를 한 후에는 ‘청구인이 아이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면 고소를 할 생각이 없었다. 청구인이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이기에 고소를 하게 된 것이다’고 말하였던 점, 2019. 9. 20.경 청구인이 아들을 자신의 거소로 전입신고하려 한 것과 관련하여서도 고소인은 청구인에게 ‘미리 말만 하면 되는 것을 왜 자꾸 말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말하였던 점 등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을 사전에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소인의 최초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수사기록에서 인정되는 이 사건 여권 발급 신청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따르면 고소인의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있고 결국 청구인에게 자격모용사문서작성,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여권법위반의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객관적 사정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이로 말미암은 추정적 승낙에 대한 법리오해로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