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56조 위헌소원 등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4헌바412 형법 제156조 위헌소원 등
청 구 인 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동흡
당 해 사 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단2761 무고 등
선 고 일 2026. 9. 17.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23. 9. 14. 무고 혐의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불구속 기소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단2761).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 중 무고죄를 규정한 형법 제15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4. 9. 10. 기각되자(서울동부지방법원 2024초기1173), 2024. 10.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제청신청이 기각된 부분에 한하여 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심판범위도 여기에 한정된다.
또한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인인 청구인이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나 주장 등 심판수행은 변호사인 대리인이 추인한 경우만이 적법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심판수행으로서의 효력이 있고 헌법소원심판대상이 된다(헌재 1995. 2. 23. 94헌마105; 헌재 2024. 5. 30. 2021헌바6등 참조).
나. 청구인은 형법 제15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여 기각결정을 받았고, 청구인의 국선대리인 역시 형법 제156조만을 심판대상조항으로 기재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서 해당 청구서 내용과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추인함을 밝혔다. 따라서 청구인 본인이 최초 제출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기재된 주장 중 형법 제156조 이외의 부분에 관한 사항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및 그 기각결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선대리인의 추인이 인정되지도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구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행위를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실체가 없는 공무소나 특정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도 무고죄가 성립하게 된다.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무고죄의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 중 ‘공무소 또는 공무원’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무고죄의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무고죄의 법정형이 그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비교대상이 되는 범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부분 주장 취지를 선해하면 무고죄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주장으로 보이는데,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3. 8. 29. 2011헌바253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사무를 보는 곳 또는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의미하나, 무고죄의 신고의 대상이 되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위와 같이 넓은 의미가 아니라 신고내용이 되는 형사처분·징계처분을 취급할 수 있는 해당관서 또는 그 소속공무원을 의미한다. 무고죄는 추상적 위험범의 성격을 지니므로 공무원의 범위에는 징계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결정할 수 있는 징계권자뿐만 아니라 징계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 또는 공무원도 포함된다.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개념이 다소 포괄적일 수 있더라도, 그 문언적 의미, 관련규정,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범자로서는 어떠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진정서를 제출할 경우에 무고죄에 해당할지를 예측할 수 있고, 법집행기관으로서도 자의적으로 이를 적용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선례변경의 필요성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 부분에 대하여 위 선례와 다르게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 선례의 결정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여전히 타당하고, 심판대상조항 중 ‘공무소 또는 공무원’ 부분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19. 2. 28. 2017헌가33 참조).
그러나 헌법은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 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 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 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헌재 2019. 2. 28. 2017헌가33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는 허위의 고소·고발·진정 등을 예방하고 수사기관 또는 징계기관의 공정한 사법기능을 담보함으로써 국가의 심판기능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이며, 부수적으로 부당하게 처벌받지 아니할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헌재 2012. 7. 26. 2011헌바268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무고 행위의 태양과 이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비추어 볼 때, 이를 형벌로써 제재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무고죄에 관한 법정형의 상한을 징역 10년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국가의 심판기능을 보호하고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법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그 상한 자체가 과도하게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개정 전의 구 형법 제156조에서는 무고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던 것과 달리,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심판대상조항은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함께 규정하고 법정형의 하한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인 무고행위의 동기, 방법,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부합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죄질이 경미하고 비난가능성이 작은 경우 법률상 감경이나 정상참작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그 밖의 법정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양형단계에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
(3)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무고죄의 죄질이나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