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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16헌마105, 2016. 12. 29.]

【전문】

사 건 2016헌마10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정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제이피

담당변호사 임재철, 김용욱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10.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9776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5. 10. 29. 청구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9776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동○○ ○○빌딩 ○층에서 ㈜○○라는 상호로 어학원을 운영하는 자로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와 근로계약 체결 후 일부 조건을 변경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및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3. 1. 2.부터 2014. 12. 23.까지 영어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김○랑과 2014. 10. 6. 근무시간, 임금 등에 대하여 계약 내용을 변경하였음에도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6. 2.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근로자가 근로조건에 합의한 후에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이메일을 보낸 것인데, 유형물인 ‘서면’ 근로계약서가 교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위반하였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경위를 불문하고 청구인이 2014. 10. 6. 김○랑에 대한 급여삭감 등 근로조건을 변경하였음에도 변경된 근로조건에 대한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김○랑의 서명날인을 받지 못한 사실은 명백하므로 피의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2012. 11. 9. 청구인은 김○랑을 2013. 3. 2.부터 2014. 3. 1.까지 1년간 영어 강사로 채용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근로계약서 제3조에는 계약기간종료일로부터 1달 전에 계약종료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을 경우 같은 조건으로 계약기간이 1년 연장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2) 김○랑은 계약기간종료일인 2014. 3. 1. 이후에도 계속하여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다가 2014. 9. 26. 청구인과 2014. 10. 6.부터 2014. 12. 23.까지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근무하지 않는 대신 기존 급여의 1/3을 삭감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김○랑은 청구인이 제시한 새로운 근로계약서의 계약기간종료일이 근로계약서 제3조에 따라 자동으로 연장된 1년보다 짧은 2014. 12. 23.로 단축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서명날인을 거부하였다.


(3) 2014. 9. 30. 김○랑은 이메일을 통해 변경된 근로시간과 임금에는 동의하지만 계약기간은 최초 서명날인한 근로계약서 3조에 따라 자동으로 1년 연장이 되어야 한다면서 청구인이 계속해서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니 이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4) 2014. 10. 6. 청구인은 김○랑에게 변경된 근로시간, 임금 및 계약기간종료일을 2014. 12. 23.로 기재한 이메일을 송부하였으나 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7조 제2항에 따라 ‘서면’에 명시할 사항 중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사항’이 누락되어 있었고, 김○랑은 이를 수신하고 계속 근무하였다.


(5) 2014. 10. 15. 김○랑은 이메일로 계약기간종료일이 2014. 12. 23.인지 아니면 2015. 3. 1.인지 확인해 줄 것을 청구인에게 요청하였고, 청구인이 계약기간종료일은

2014. 12. 23.이라고 이메일로 답신하자, 김○랑은 이메일을 통해 근로계약서 제3조에 따라 계약기간이 자동연장되어 계약기간종료일이 2014. 12. 23.이 아닌 2015. 3. 1.이라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계약기간종료일은 2014. 12. 23.이라고 재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6) 2014. 12. 23. 김○랑은 퇴사하고, 2015. 3. 5. 청구인을 임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하였으나 고용노동부는 청구인이 임금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김○랑의 퇴사는 계약기간종료일에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해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7) 2015. 7. 21.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 근로감독관은 김○랑의 청구인에 대한 진정을 조사하던 중 청구인이 ‘서면’으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별도로 청구인을 법 제17조 위반으로 범죄인지를 하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다.


(8) 2015. 10. 29. 피청구인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이 송치한 청구인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을 송치 받아 임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 법 제17조 위반 혐의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판단

(1) 법 제17조가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주요한 근로조건들을 명시하고 그 중 일부 근로조건은 ‘서면’으로 교부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전에 근로조건을 충분히 알지 못하여 예기치 못한 불리한 근로조건을 감수하게 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자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법 제114조는 제17조를 위반한 사용자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는 것은 사용자가 ① 근로계약을 체결ㆍ변경할 때 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취업규칙의 필요적 기재사항 등을 근로자에게 명시하지 않거나, ② 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유급휴가가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거나, 그 서면에 명시하여야 하는 항목 일부를 누락하였을 경우이다.

한편, 법 제17조 제2항에서 말하는 ‘서면’이 반드시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명날인을 한 ‘서면 근로계약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법문상 명백하므로, 여기서 말하는 ‘서면’이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명 날인을 한 근로계약서가 아니라도 근로자가 사전에 예기치 못한 불리한 근로조건을 감수할게 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는 데 충분한 증명이 될 수 있는 서면이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 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참조), 법 제17조 제2항의 ‘서면’도 달리 볼 바는 아니다.


(2) 피청구인은 경위를 불문하고 청구인이 근로자인 김○랑과 임금을 삭감하는 등 근로조건을 변경하면서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므로 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청구인이 김○랑과 2012. 11. 9.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법 제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이 모두 명시되어 있고, 청구인이 2014. 9. 26. 김○랑과 근무일 축소와 임금 삭감에 합의한 후에 통보한 이메일에도 변경된 근로조건은 모두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설령 청구인이 김○랑에게 보낸 이메일에 법 제17조 제2항이 ‘서면’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근로조건 중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사항이 빠져있다 하더라도 본건 근로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는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서 제3조에 따라 종전의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내용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으로 알 수 있고(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6479 판결 참조), 김○랑이 계약기간종료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며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서명날인하는 것을 거부하였으나 나머지 조건에는 모두 합의하여 근무를 계속하였으므로 계약기간종료일에 대한 다툼은 별론으로 하고 변경된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이를 근로자에게 이메일로 통보한 청구인이 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범의도 인정하기 곤란하다.


다. 소결

따라서 청구인이 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 법리오해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