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내검색 공유하기 관심법령추가 저장 인쇄

집행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31. 선고 2022가합546254 판결]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트리니티, 담당변호사 김상훈 외 1인)

【피 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통문, 담당변호사 홍성걸)

【변론종결】

2023. 3. 3.

【주 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이 16STPB07234호 사건에 관하여 2017. 4. 7. 선고한 "원고를 망 소외 1 (000000-0000000)의 유산 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유산을 관리(매매, 교환, 담보권 설정 등)할 모든 권한을 부여한다."라는 판결에 기한 별지 목록 부동산에 관한 원고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대한민국 국적의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주소 생략) (영문주소명 생략)에 거주하다가, 2015. 11. 18. 로스앤젤레스 소재 ○○○병원에서 사망하였다.
나. 소외 2는 2016. 5. 17.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청구를 하였다. 위 법원은 2016. 7. 7. 민법 제102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고, 위 심판은 2016. 7. 22. 확정되었다(위 법원 2016느단4231호, 이하 ‘선행 확정심판’이라 한다).
 
다.  망인의 지인이었던 원고는 2016. 12. 23.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Superior Court of California, County of Los Angeles, 이하 ‘이 사건 외국법원’이라 한다)에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독립적 재산관리권을 부여할 것을 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라.  이 사건 외국법원은 2017. 3. 28.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Administrator)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독립유산관리법(The Independent Administration of Estates Act)에 따라 독립적으로 망인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유언검인명령(Order for Probate, 이하 ‘이 사건 명령’이라 한다)을 하였고, 2017. 4. 7.경 망인의 상속재산 관리문서(Letters of Administration)를 발급하였다.
마. 망인의 의붓아들인 소외 3(대법원 : 피고보조참가인)은 2019. 7. 22., 피고는 2021. 3. 25. 각각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위 각 청구를 병합하여 심리한 뒤 2021. 7. 2. 민법 제105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다[위 법원 2019느단5321, 2021느단51324(병합)].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내지 8호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상속재산을 관리, 집행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이 사건 명령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 따른 외국판결 승인의 대상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위 명령에 기한 집행으로 망인의 상속재산인 별지 목록 부동산에 관한 강제집행의 허가를 구한다.
3.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집행판결의 대상 해당 여부
1) 관련 법리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고 한다)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하여진 집행판결제도는, 재판권이 있는 외국의 법원에서 행하여진 판결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권리를 우리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다시 소를 제기하는 등 이중의 절차를 강요할 필요 없이 그 외국의 판결을 기초로 하되 단지 우리나라에서 그 판결의 강제실현이 허용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이를 승인하는 집행판결을 얻도록 함으로써 권리가 원활하게 실현되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요구를 국가의 독점적ㆍ배타적 강제집행권 행사와 조화시켜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라고 함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의 사법기관이 그 권한에 기하여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상호 간의 심문이 보장된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2다238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기초 사실에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명령은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이 규정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립적 당사자 상호 간의 심문기회가 보장되는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재판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명령은 원고의 청원에 따라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고 그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 절차상 상대방이나 대립적 당사자가 존재하는 대심적 구조에서 이루어진 재판이라고 보기 어렵고, 심리 과정에서 청원인인 원고 외에 다른 대립적 당사자가 참여하여 상호 간의 심문기회가 보장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외국법원이 2017. 1. 26. 심문기일을 열면서 망인의 상속인, 이해관계인, 채권자 또는 상속재산 관련자들로 하여금 참석을 고지하는 통지문을 망인의 의붓아들로서 캘리포니아주 상속법에 따라 상속인이 되는 소외 3과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송달하였으므로, 당사자에 대한 상호 간 심문기회가 보장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의 사망 당시 시행되던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인 망인의 상속은 대한민국 법에 따라야 하는바, 대한민국 민법에 따르면 망인의 의붓아들인 소외 3은 법정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소외 3에 대한 심문기일 통지가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심문기회 보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원고가 자신을 망인의 독립적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해줄 것을 구하는 절차에 있어 대립적 당사자에 가까운 지위에 있는 사람은 선행 확정심판을 통해 이미 대한민국 내에서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피고라고 할 것인데, 피고에 대한 심문기일 통지 등의 절차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 측에 심문기일 통지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의 실질적 심문절차 참여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또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집행력 있는 이행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명령은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 급부의 이행 혹은 강제적 집행의 실현을 내용으로 한다거나 이를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선행 확정심판을 통해 피고가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이미 선임된 이상, 원고가 그 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명령에 기초하여 독립적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에서 망인의 대한민국 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위 선행 확정심판의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 한 그 강제적 실현이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 요건 충족 여부
1) 관련 법리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대한 집행판결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재판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그 확정재판 등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명령을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명령이 집행판결의 대상인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승인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인 망인의 상속은 대한민국 법에 따라야 하는데, 이 사건 명령은 캘리포니아주 상속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명령은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바, 이는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한 선행 확정심판과 저촉된다.
② 대한민국 민법은 제24조 내지 제26조, 제1054조 내지 제1057조에서 법원이 선임한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와 권한, 의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상속재산관리인에게 상속재산의 보존행위나 제한적 이용ㆍ개량행위를 넘어 임의적 처분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아니하다. 나아가 민법에 따르면 일정 기간 상속권을 주장하는 자가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상속재산을 망인의 특별연고자에게 분여할 수 있고(제1057조의2), 분여되지 아니한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제1058조).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명령을 통해 망인의 상속재산 관리에 관한 일체의 처분권 등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대한민국 내에 있는 상속재산의 처분행위를 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이는 위와 같은 대한민국 민법의 상속재산관리인 제도와 비교할 때 그 지위, 권한, 상속재산 관리의 방식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위 명령을 승인하거나 그에 따른 상속재산의 임의적 처분의 집행을 허가하는 것은 앞서 본 국제사법이나 민법의 규정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질서에도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선행 확정심판 이후 이루어진 이 사건 명령을 승인하거나 그에 따른 집행을 허가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서 확정심판을 통해 유효하게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와 권한이 ‘이후 외국법원에서 같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관리인이 또다시 선임되었는지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중대하게 불안정해지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부동산목록 생략]

판사 이세라(재판장) 김태형 이현지